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 포럼> 다섯 번의 만원사례와 수박 20통
관객 눈높이 맞춘 ‘여우락 축제’
우리 장단 찰짐에 흥겨움이 가득
아이돌 스타 없이도 만원사례
땀 흘린 모든이들 너무 고마워


공연계 용어 중에 ‘만원사례(滿員謝禮)’라는 말이 있다. 가득 찰 만, 인원 원 자를 써서 인원이 다 차서 더 이상 관객을 받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공연기획자에게 만원사례를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렇기에 어떤 공연기획자가 만원사례로 대박이 난 날, 출연진과 스태프 모두에게 돈 만원이 든 봉투를 돌렸다는 일도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국립극장은 이번 7월에만 모두 다섯 번의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도, 공연 애호가들의 필수 코스인 오페라나 발레도 아니었다. 공연계 종사자들에게는 유명 인사일지 몰라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이름 석 자가 생소한, 장구 치고, 북 치고, 판소리를 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모여 펼친 축제, 바로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라는 여우락 축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몇 년 전부터 공연 소식이 들리기 무섭게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는 이자람의 ‘사천가’는 역시 매진되었고, 놀음을 마치는 자, 시쳇말로 하면 놀음 종결자라 할 수 있는 노름마치의 ‘風(풍)’ 티켓도 자취를 감추었다. 여우락 축제의 출연진들이 합동으로 펼친 여우락 콘서트도 자리가 없었다. 티켓이 사라지는 속도와 비례해 축제의 열기도 무척 뜨거웠다. 우레와 같은 박수는 기본이요, 객석에서 벌떡 일어서 흥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피부색을 가릴 것도 없었다.

여우락 축제는, ‘여기’에 ‘우리 음악’이 ‘있다’고 선언(!)했다. 국악 혹은 전통이라는 고정된 범주를 벗어나 2012년 우리와 함께 숨쉬는 음악을 연주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판을 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것에 대한 시선이 굴절된 이래, 전통의 보존과 대중화가 국악인들의 양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숙제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보존에 무게를 두면 박제된 예술이라 비판받고, 대중화를 시도하면 정통성 시비에 눈흘김 받는 일이 다반사이다.

여우락 축제는 단 하나! 과연 오늘날 관객의 눈높이에 집중했다. 당장 관객의 입에 달디단 것들을 좇았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사물놀이도 1978년 농촌의 풍물놀이에서 진화한 것이고, 다른 모든 전통도 당대에는 새것이었지만 지금은 전통으로 존중받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예술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모든 역량을 쏟는 우리 음악인 13개 팀을 초청했고, 표를 구해달라는 즐거운 아우성에 시달릴 수 있었다.

총 관객 5800여명. 숫자로 치면 아직도 배가 고프지만, 여우락을 찾은 관객들은 분명히 우리 장단의 찰짐, 우리 노래의 구성짐, 우리 가락의 흥겨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우리 음악이 있어 좋고, 앞으로도 좋으리라는 것을.

에어컨도 잘 나오지 않는 후텁지근한 극장에서 이 흐뭇한 만원사례를 위해 땀 흘린 모든 이들이 너무 고마워 초복날 수박 20통을 돌렸다. 만원짜리 봉투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앞으로도 수박 돌릴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