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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카리스마? 난 말랑말랑한 배우다’ (인터뷰)
이정재는 양면성을 지닌 배우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듯 하면서도 남성미가 묻어나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어필해왔다.

그런 그가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도둑들’에서는 넘치는 욕망을 품고 살지만, 허술한 도둑 뽀빠이로 분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도를 넘지 않는 코믹 연기와 애드리브로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안긴다. 코믹한 이정재라니.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젠틀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었다.

최근 ‘도둑들’ 개봉을 앞두고 마주한 그의 얼굴은 긴장감과 기대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에게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다. 뭐 어느 작품이든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처음 ‘도둑들’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될 것 같은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 역시 강했다. 그는 “마치 모두가 다 모인 큰 생일잔치에 초대 받은 느낌이었다. 초대를 못 받으면 서운 했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건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되겠구나 싶었죠. 사실 워낙 나오는 배우들이 많다 보니 약간 긴장이 되긴 했어요. 이게 과연 캐릭터 별로 균등하게 배분이 됐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읽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누구 하나 아쉽지 않게 캐릭터 하나하나를 잘 살리셨더라고요.”

국내 배우 뿐 아니라 임달화, 이심결, 증국상까지 홍콩 배우들이 가세했다. 그야말로 국내외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조합. 팀워크 역시 막강했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이 많다 보면 티격태격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경우가 없었어요. 최동훈 감독님이 모난 사람은 캐스팅 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웃음) 서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마인드가 강한 것 같아요.”


자칫 밉상으로 찍힐 수 있는 캐릭터 뽀빠이. 하지만 이정재의 능글맞은 코믹 연기와 허술한 모습은 오히려 관객들의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낸다.

“코믹적인 요소가 빠지면 굉장히 미움을 많이 받을 캐릭터죠. 뽀빠이 같은 인물 주변에도 한 두 명씩 있잖아요? 과욕만 부리고 한방에 뭔가를 터트리고 싶어하는 인물 말이에요. 주변에 흔하죠.”

사실 이정재가 분한 ‘하녀’ 속 주인남자 훈 역시 뽀빠이와 마찬가지로 완벽하지 않다. 그는 가부장적이지만 뻔뻔하고, 겁 많은 이중적 잣대를 지닌 인물을 완벽히 소화했다. 이정재는 “내가 망가져야 흥행이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영화라는 장르가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큰 감동을 얻길 바라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았죠.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것보다 즐기실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주인공들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도, 정작 심각한 연기는 잘 하지 않죠.”


그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2008)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물론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을 만났지만, 팬들은 그가 언제 스크린에 나타날지 손꼽아 기다렸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많이 고른 것은 사실이에요. 무작정 작품을 안하고 좋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게 문제죠. 아쉬운 시간이었어요. 어느 날은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저에게 ‘왜 이렇게 요즘 활동이 뜸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 전에는 그런 말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상하게 그 날따라 귀에 딱 꽂히더라고요. 그 후로 다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죠.”

앞으로 대중들은 이정재를 좀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제부터 더 열심히,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특유의 환한 미소가 유독 빛나 보이는 순간.

인터뷰 내내 부드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입담을 과시한 이 남자. 실제 촬영장에서의 모습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후배에게 선배로서의 위엄을 지키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딱딱하고 경직되지 않은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후배들을 봐도 딱히 후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냥 저는 단순히 동료로 생각해요. 그래야 좀 재밌는 것 같거든요.(웃음) 직업 자체가 ‘표현하는 일’ 이잖아요. 표현 방법은 굉장히 무궁무진하죠. 표현도 유행 따라 하는 법이기도 하고요. 급변하는 세대인데, 저보다 늦게 데뷔한 친구라 해서 후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 친구의 표현력이 지금 시대에 사람들과 교감이 더 잘 이뤄질 수 있거든요. 저 역시 그 방법을 배워야 하고요.”


그의 이런 자유로운 방식이 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는 큰 에너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정재는 김해숙과 안성기를 예로 들며 “두 선배는 참 젊게 사신다”고 말을 이어갔다.

“위계질서에 젖어 있지 않은 분들이에요. 그래서 상대방이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죠. 김해숙 선배는 참 자유로운 분이고요. 안성기 선배님도 마찬가지에요. 안 선배가 ‘배우는 말랑말랑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말랑말랑한 배우거든요.(웃음)”

‘말랑말랑’한 배우 이정재는 현재 ‘신세계’ 촬영 중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맡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느와르 액션물이다. 또 이정재와 최민식, 황정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세계’에 대한 그의 기대 남달랐다.

“오랜만에 이런 느와르 장르영화가 나오는 것 같아요. 아마 촬영은 9월 초 쯤 마무리 될 것 같고요. 연말이나 내년 초 쯤 개봉할 것 같네요. (황) 정민이 형은 재밌게, (최)민식이 형은 멋있게 나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식상하지만 이정재에게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수식어가 있을까. 작품 속에서는 강하면서도 여유롭게 놀 줄 알고, 대중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이정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ent@,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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