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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현 “해외영화 진출, 나였기에 가능했던 것” (인터뷰)
그는 한 패션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긴 생머리와 청순한 외모로 각종 CF와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엽기적인 그녀’(2002)를 통해 발랄하면서도 청순한 여성상을 그대로 표현해 남자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다. 전지현은 그렇게 소위 말하는 ‘빅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8년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후 그를 국내 작품을 통해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꾸준한 CF 활동을 통해 팬들을 찾긴 했지만, 대중들은 전지현의 작품에 목말라 했다.

그런 전지현이 최동훈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도둑들’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 완벽한 외모에 쿨하고 섹시한 성격의 도둑 ‘예니콜’로 돌아온 그는 예쁜 외모와 상반된 걸쭉한 대사와 몸을 사리지 않는 와이어 액션으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마주한 전지현은 ‘청순’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오히려 여장부에 가까웠다. 그는 시종일관 솔직하고 거침없는 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번 영화에서 전지현이 분한 예니콜은 뼛속 깊은 곳까지 섹시함이 묻어 있는 인물. 쫄쫄이 의상부터 욕설에 속사포 같은 대사까지.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예니콜 캐릭터에 대해 (최동훈) 감독님과 수다를 많이 떨었어요. 감독님과 일대일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간을 가졌죠. 워낙 시나리오 상에도 예니콜의 매력이 잘 표현돼 있었고요. 한 마디로 편안하게 놀았다고 할까요? 그런 자유로움이 많이 묻어난 것 같아요.”

그는 전작 ‘블러드’를 통해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작품 속 위험천만한 액션 역시 쉽게 마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꼭 그렇지도 않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어요.(웃음) 물론 ‘블러드’ 때 해봤기 때문에 자부심과 자신감은 있었어요.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뭐 그런 정도죠. 많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죠.”

이번 영화 속 무엇보다 압도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김혜수와 전지현의 투샷. 두 여배우들이 벌이는 치열한 기 싸움은 곧 극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도 작용된다. 전지현은 김혜수를 “굉장히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혜수 언니는 우리에게 참 자연스러운 스타라고 생각해요. 스크린과 티비에서 봐왔으니까요. 그녀가 갖고 있는 위치나 자리 역시 만만치 않죠. 막상 함께 작업해 보니 어떤 수식어도 다 잘 어울리는 배우였어요.”

그는 부러움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김혜수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보통 사람이 한국 여배우로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혜수 언니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주변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아끼면서 그녀를 보호하는 모습이 여배우로서 너무 부럽고 닮고 싶었죠. 저 역시 한 영화 관계자로서, 그리고 팬으로서 언니가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해주길 바래요. 직접 만나기 전에 언니에 대한 이미지는 강했는데, 정말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거든요.”

김혜수와는 극 초반 날이 선 대립각을 이룬다면 김수현과는 격렬한 키스신이 가미된 멜로라인을 형성한다. 더불어 ‘시월애’로 멜로 호흡을 맞춘 이정재와 다시 한 번 재회하게 됐다. 이정재에 비해 아직은 풋풋하기만 한 김수현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 수현이는 나이가 많이 어린데 한 번도 ‘어리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요. 잠파노는 대사가 적은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가장 걱정된 인물이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수현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어요. 스스로 분출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가 바로 수현인 것 같아요.”

이처럼 그는 결혼 후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선보인 ‘도둑들’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내면적으로도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늘 작품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배우 전지현은 ‘도둑들’ 촬영 전 긴 시간동안 치러진 해외 활동을 통해 강한 성격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블러드’ 촬영 당시에는 영어 대사 한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덜덜 떨었어요. 연기를 잘 하는 게 아닌 심장 박동을 낮추는 게 목표일 정도였으니까요. 액션 영화다 보니 대사는 그리 많지 않았고요. ‘설화의 비밀부채’ 같은 경우는 대화 형식의 드라마였죠. 영어로 모든 것이 이뤄졌어요. 그래도 방식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 법을 터득하니까 ‘모든 것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비록 순탄치만은 않은 해외 활동이었지만, 그에게는 귀중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했다.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 또한 갖게 됐다.

제가 지금까지 한 해외 활동이 아무 국내 배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흥행에서는 부진을 겪었지만, 배우로서는 큰 자산을 얻었죠. 배우가 시장이 넓어진다는 것은 저만이 띈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요.(웃음)”

그는 이번 영화에 이어 최근 크랭크업한 ‘베를린’으로 또 한번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베를린’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 “욕심 날 정도로 매력적이다”라고 평했다.

“연기도 연기지만 다재다능한 사람인 것 같아요. 너무 유쾌하고 장난기가 넘쳐서 촬영장에서도 늘 사람들을 웃게 하는 분이죠. 참 그리고 ‘베를린’의 연정은 예니콜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소유한 인물이에요. 항상 절제하고, 무언가를 숨기는 인물이죠.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이쯤 되자 여배우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의 ‘밖’이 아닌 ‘안’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요. 다른 사람들은 뭘 먹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도 많이 관찰하기도 하고요. 성격 자체가 밝아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생각하는 수준에서 삶을 가장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어요. 늘 긍정적인 에너지로 밝게 살려고 노력하죠.”

인터뷰 끝자락 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신혼을 못 즐겨서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남편도 바쁜걸요 뭘”이라며 씩씩하게 웃는 그의 인생 2막이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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