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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품’ 김정난, 돈있고 개념까지 있으니 멋있지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SBS ‘신사의 품격’에서 박민숙 역을 맡고 있는 김정난에 대한 평가가 장난이 아니다. 연예매체들은 김정난의 재발견을 부각시키고 있고, 시청자들은 ‘김정난 분량을 더 늘려주는 걸로~’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민숙은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철부지 유한마담(캐릭터 설명에는 ‘청담마녀’라고 돼있다)인줄 알았다. 청담동에서빌딩을 여러 채 가져 돈을 주체할 수 없는 도도한 여자, 남편도 돈의 힘으로 얻은 여자, 그래서 자기 스스로 권태기에 빠져든 여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민숙은 돈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개념도 있었다. 돈과 개념이 합쳐지니 시너지 효과가 났다. 이건 우리 사회가 돈 있는 사람이 개념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를 만나기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이런 멋진 캐릭터가 드물기 때문에 대리만족으로 즐기고 있다. 이제 민숙이 어떻게 또 한 방을 날려줄지 기대감이 생긴다.

부자가 개념을 갖추면 자칫 계몽적이 되기 쉽다. 그러면 거리감이 생긴다. 고맙고 황송하기는 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민숙은 개념 발휘를 ‘쿨’하게 한다. 

민숙은 윤리교사 서지수(김하늘)가 사고뭉치 제자 김동협(김우빈)의 뺨을 수차례 때린 한 학부모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당하자 그 학부모로부터 사과를 받게해주었다. 그리고는 동협에게 “방금 잘 봤니? 이게 앞으로 너가 나올세상이고, 돈 없는 사람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야”라고 말한다. 얼마나 쿨한 가르침인가. 이런 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다.

윤리 선생이 그렇게 수없이 가르쳐도 말을 듣지 않던 동협에게 쏙 들어온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교육적이고 계몽적이지 않고 쿨한 코칭의 방식을 구사하는 부자는 멋있고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부자가 인간적이기는 매우 어렵다.

민숙은 화려한 삶을 사는듯한 홍세라(윤세아)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선뜻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슬럼프에 빠져있던 세라가 후배 프로골퍼와 골프연습장에서 싸울 때도 해결사로 나섰던 건 박민숙이었다.

민숙은 돈과 개념,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가지지 못한 건 사랑이다. 그래서 근원적인 외로움에 시달린다. 못말리는 바람둥이 남편 이정록(이종혁)이 곱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도 진심은 있다. 그것을 민숙이 발견하게 한다. 박민숙의 인간적인 매력이 찌질한 남자에서 점점 사랑의 맛을 아는 ‘신사’로 성장하게 한다. ‘신사의 품격’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커플도 정록-민숙이다. 아직 별거 중이지만 민숙과 정록이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는 신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주변을 볼 줄 알고, 개념도 챙기며 ‘쿨’한 태도는 유지하는 돈 있는 여자 박민숙은 멋진 캐릭터다. 그것을 김정난은 당당한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잘 연기하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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