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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 의사, 한의사, 회계사…슬픈 4士…통계치로 본 그들의 현실은
[헤럴드경제= 박수진ㆍ박병국ㆍ서상범ㆍ민상식 기자] 서글픈 4사(士)의 현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시장이 과포화 상태다. 기존의 시장 내에선 일감 확보가 한계에 달했다. 공급은 계속 늘어난다. 매년 수천명의 새로운 인력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먹을거리는 제한돼 있다. 공급은 증가한다. 당연히 개인에게 돌아가는 ‘파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전히 고소득 전문직이지만 과거에 비해선 손에 쥔 ‘파이’의 크기가 형편이 없어진 셈이다. 남은 카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업종의 고유 업무까지 넘보는 일이 생긴다. 회계법인이 감사업무에서 벗어나 전략자문 등 종합컨설팅회사로 변모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은 각 직군별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개업 변호사 1만명 시대…5명중 1명 문 닫는다= 2012년 6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국내 개업변호사는 1만697명. 최초로 1000명을 넘어섰던 1981년에 비하면 30년 만에 9000명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개업변호사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2001년 4168명에서 지난 2010년 1만263명으로 변호사 1만명 시대를 열었다. 변협은 개업변호사 수가 계속 증가해 오는 2020년께 개업변호사 2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개업 변호사의 현실은 갈수록 씁쓸하다. 변협에 보고된 회원 휴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2289개의 변호사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 개업 변호사 5명 중 1명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문제는 휴업 변호사의 증가율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1년 휴업 변호사는 518명으로 2002년(522명)부터 2004년(592명)까지 4년 동안 74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05년 696명, 2006년826명으로 130여명 증가했다. 이후 2007년에는 1137명으로 무려 300명 이상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휴업 변호사는 2289명으로 지난 2011년(1631명)에 비해 658명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하반기 상황까지 더해지면 휴업변호사 증가율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부터 매년 2000여명에 달하는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도 변호사 시장의 과포화 상태를 부추기고 있다.

▶휴업 회계사 4880명…5년만에 두배 증가= 공인회계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2년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회계사는 1만4986명. 2001년 5950명에 비해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법인이나 기업에 소속된 경우가 많고 개업 회계사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 2001년 237명에서 지난해 373명으로 12년간 136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휴업 회계사는 날이 갈 수록 늘어가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휴업회계사는 4880명이다. 2007년 2831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부 회계사들이 일반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예전같은 대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일정 정도 이상의 인센티브나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예 폐지됐거나여타 직군과 동급으로 취급돼 일괄 수당을 지급받는 정도다.

본지 취재 결과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을 폐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회계사 출신 직원들이 많이 늘어난 탓에 인센티브 지급을 폐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입사 시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개인의 스펙으로 평가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객관적 평가요소에 포함시켜 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동부화재는 회계사를 여타 자격증과 같은 기준으로 보고 일괄 수당을 지급한다. 동부화재의 자격증 수당은 20만~25만원 수준이다. 다만 채용 과정에서 회계사에 대한 우대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개원의 5명 중 2명 평균 부채 3억원 이상= 지난 2010년부터 최근 3년간 매년 3000명 이상의 의사가 탄생했다. 올해 대한의사협회에 등록된 의사 회원수는 11만명에 달한다.

의사가 늘다보니 의사 1인당 환자수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의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의사 1인당 환자수는 일평균 53.6명. 2009년 57.5명이었던 것에 비해 환자수가 줄어들었다. 의원당 일평균 환자수도 63.9명으로 2009년 71.6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의원 및 의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소득은 줄었는데, 의사 개개인들의 부채는 늘어났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1031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의원 평균 총매출액은 4억4417만원. 이중 평균 비용 3억1421만여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억2994만원 정도다.

또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5곳 중 2곳이 평균 3억5000여만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평균 부채가 5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너진 취업불패 한의사…‘취업률 100%’ 자랑했던 동국대 한의대 2년 만에 70%대로 추락= 한의학과의 취업불패 신화도 이제는 과거 얘기다.

동국대(경주캠퍼스) 한의대는 지난 2009년 순수취업률 100%를 달성했다. 그러나 2010년 76.3%, 2011년 73.5%로 취업률이 곤두박질 쳤다. 동국대와 함께 취업률 100%를 달성했던 세명대 한의대도 2010년 70.8%, 2011년 68.3%까지 떨어졌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한의대를 운영하고 있는 경희대도 2009년 취업률 96.4%에서 2010년 82.2%, 2011년 81.7%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대한한의사협회에 등록된 한의사는 총 2만1970명. 대한한의사협회는 “전체 인구 대비 적정 한의사 인원보다 4000~5000명 정도 많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매년 국내 한의대 11곳과 한의학전문대학원 1곳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750여명 수준. 이미 인력 수급이 적정인원을 초과한 상태지만 매년 700명이 훌쩍 넘는 새로운 인력이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의원 사업장당 평균 수입도 몇년째 비슷한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의원 사업장당 평균 수입은 2억6500만원이다. 2009년(2억5400만원)과 비교해 증가율이 1.04%에 그쳤다. 연간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보장성 확대 계획에 한방이 배제돼 한방 의료 접근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요양급여 비용 중 한방의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4%에 불과하다. 접근성도 6%로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낮다”며 “불법 무면허 한방의료행위가 늘어나는 것도 한방의료의 열악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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