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회계법인 회계사가 대기업 경력직으로 이직한 이유는
지난 2007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유종민(30ㆍ가명)씨는 이듬해 일명 ‘빅(Big4)’에 속하는 외국계 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입사만 하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 것이라 여겼던 그는 그러나 2년의 실무 연수 기간을 마친 2010년 사표를 냈다. 그토록 동경했던 외국계 회계법인도 더 이상 ‘미래보장수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일단 수익이 예전같지 않다. 기업 감사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여러 회계법인이 경쟁에 뛰어든다. 입찰형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일명 ‘감사 피(fee)’를 낮게 부르는 법인이 계약을 따내게 된다. 이렇게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회계 감사 대상 기업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자산가치 100억원 이상 기업이 회계 감사 대상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은 한정돼 있다.

회계사는 늘고 감사 대상 기업은 줄고 가격은 더 떨어지니 회계법인 수익률도 점차 내림세다. 국내외 유명 회계법인들이 고유의 업무로 여겨오던 감사업무에서 기업합병이나, 인사자문, 재무구조개선 서비스, 원가 절감 등 기업컨설팅업무로 눈을 돌리며 종합컨설팅회사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계법인 시장 자체가 축소되다보니 소속 회계사들의 진로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 씨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을 당시에는 열심히 하면 ‘파트너’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었다. ‘파트너’는 일반 주식회사의 임원과 유사하지만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있어 수익 및 고용이 보장된다.

법인 내에서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지만 여느 직장이 그렇듯 임원이 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회계법인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뛰어난 영업능력이 요구된다. 파트너가 되려면 전투적인 영업능력은 필수다.

유 씨는 지난해 일반 대기업 회계팀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회계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우대하며 전문직 대우를 받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2010년을 전후로 금융회사 마저도 최근 회계사 자격증 수당을 폐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애초 꿈꾸던 회계사의 삶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유 씨는 대기업 회계직의 삶에 만족 하고 있다. 그는 “힘들게 공부해 회계사가 됐고 외국계 회계법인에 입사를 했지만 경쟁은 끝나지 않더라. 우수한 인재들의 경쟁은 되레 입사 이후에 더 치열해졌다. 법인을 나와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 수준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선 거래처 50여곳은 뚫어야 한다. 차라리 지금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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