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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男·女女 원래는 한 몸이었거늘…
동성애 뮤지컬 ‘라카지’ ‘콩칠팔 새삼륙’ 잇따라 무대에…유쾌함 혹은 슬픔으로 순수한 인간의 사랑 그려내
첫 초연 브로드웨이 화제작 ‘라카지’
아들 장가 보내는 게이 부부의 에피소드
실감나는 연기 화제…가족간의 사랑 담아

국내 순수 창작극 ‘콩칠팔 새삼륙’
1930년대 소녀들의 비극적 실화 바탕
두 여성의 감정변화 절제된 표현으로 접근

“우린 다시 한몸이 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한다.”

뮤지컬과 영화로 유명한 ‘헤드윅(Hedwig)’의 뜨거운 록은 사랑의 실체를 보여준다. 헤드윅은 ‘사랑의 기원(Origin of Love)’이란 노래에선 플라톤의 ‘향연’을 인용하며 동성끼리의 사랑, 이성끼리의 사랑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세상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남자가 둘 붙어있는 ‘태양의 사람’, 여자가 둘 붙어있는 ‘지구의 사람’, 남녀가 함께 붙어있는 ‘달의 사람’이 그것이다. 인간을 두려워한 신은 이들을 절반으로 쪼갰고 이들이 지금의 남녀가 됐다. 남자건 여자건 원래 한몸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의 성별과 관계없이 서로의 짝을 찾는 건 당연하다.

우리사회도 동성애가 이제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동성애 코드 뮤지컬은 드물지 않다.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인 ‘헤드윅’을 비롯해 ‘라카지’ ‘자나 돈트’ 등이 관객을 찾았고,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로는 ‘풍월주’ ‘콩칠팔 새삼륙’ 등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공연 중이다.

지난 4일 막을 올린 뮤지컬 ‘라카지’와 지난달 29일 막을 올린 ‘콩칠팔 새삼륙’은 어떤 의미에서 특별하다. 같지만 너무 다른 두 작품. ‘라카지’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라카지’가 두 남성 부부의 사랑을 그렸다면 ‘콩칠팔 새삼륙’은 1931년 일제 강점기 두 여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슬픈 스토리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이 존재하는 ‘라카지’에 비해 ‘콩칠팔 새삼륙’은 웃음도 있지만 결국 두 주인공이 슬픈 결말을 맞게 되는 눈물 많은 비극이다.

뮤지컬‘ 라카지’ 연습실의 두 배우, 조지 역의 고영빈(왼쪽)과 앨빈 역의 김다현. 조지와 앨빈은 부부로, 남남 부부 간 사랑이라기보다는 가족 간 사랑이 더 뜨거운‘ 라카지’.                                                                               [사진 제공=악어컴퍼니]

▶뮤지컬 ‘라카지’의 부부 앨빈과 조지= ‘라카지’는 앨빈과 조지 부부의 아들인 장-미셸이 결혼을 발표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들 부부는 둘 다 남성. 앨빈이 여성스러운 성격이다.

부부를 연기하는 두 사람, 앨빈 역의 김다현과 조지 역의 고영빈은 부부로 착각할 정도다. 곱상한 외모에 가늘고 긴 고운 손의 김다현에 시선이 고정된다. 둘은 현실에서도 연기한다.

고영빈은 “지금은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헤어질 때는 ‘여보 잘 가’라고 하기도 해 지금은 그 생활 속에 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동료 배우들이 같은 역을 맡고 있는 정성화-남경주 커플보다 더 부부같다고 말할 정도다.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스킨십도 많아졌다.

김다현은 누구보다도 여성스럽게, 누구보다도 더 게이처럼 행동한다. 미세하게 톤도 바꾸고 앞뒤 강약도 조절하고 계속 말을 던지면서 앨빈에게 가장 잘 맞는 대사를 찾아낸다.

김다현은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하고 정말 게이 소리를 듣고 싶다”며 “예전에 ‘헤드윅’을 했을 때 트랜스젠더란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말을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때문에 게이를 다룬 영화도 많이 보고, 라카지쇼 같은 것도 보러 다녔다.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다.

물론 처음부터 거리낌 없었던 건 아니었다. 고영빈은 처음 하는 남성적인 게이 연기가 정말 어려웠고 조지의 성격을 자신에게 맞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미국에서 자신보다 20년이나 더 나이가 많은 배우가 이 작품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다.

고영빈은 “처음엔 그들만큼 연기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김다현 역시 화려한 쇼 안에 그들만의 슬픔과 가족애, 모성애가 담긴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초연이란 부담도 있다. 특히 앨빈의 김다현은 게이 코드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얼마나 다가갈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라카지’는 남성 간 동성애를 다뤘지만 가족 간 사랑에 관한 얘기 위주다.

김다현은 “화려한 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사랑, 가족의 이야기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라카지’는 웃음 속에 눈물이 있다. 평소 겪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며 관객은 웃지만 극중 주인공은 울어야 할 상황이다. 프랑스 작가 장 프와레가 각본을 썼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원제는 ‘라카지오폴(La Cage aux Folles)’로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됐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정부 지원으로 무대에까지 오른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에서 홍옥임 역을 맡은 최미소와 김용주 역을 맡은 신의정.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1931년 경성의 홍옥임과 김용주=소녀 감성을 지닌 두 사람.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홍옥임 역 최미소(24)와 김용주 역 신의정(28)은 5년간 떨어진 적 없는 친한 언니동생 사이다. 이젠 너무 친해서 자매같다고 한다. 극중의 홍옥임은 19살, 김용주는 20살. 어찌보면 ‘콩칠팔 새삼륙’은 성숙한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1931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녀끼리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콩칠팔 새삼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명동예술극장이 주관한 2011년 ‘창작팩토리 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정부의 인큐베이팅 제도에 의해 창작된 점에서 ‘라카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남성 간 사랑을 그린 뮤지컬은 몇몇 되지만 여성끼리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은 드물다. 두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초연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성끼리의 사랑을 연기한 적도 거의 없으니 부담은 더 했다.

신의정은 “처음엔 사랑한단 말도 안 나오고 볼 쓰다듬는 것도 못했다”고 말했다. 친한 동생인데 마음도 못 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거부감이 없다. “커밍아웃하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최미소 역시 “연습 전에는 부담이 컸지만 초연작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다는 생각에 설렜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을 믿고 갈 수밖에 없다.

‘콩칠팔 새삼륙’은 두 여성의 사랑을 절제된 표현으로 순수하게 접근했다. 처음엔 우정으로 시작해 사랑에 이른다. 하지만 사회가 이들을 인정하기 힘들다. 끝내 이들은 함께 기차에 몸을 던진다. 두 사람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 이상향을 찾은 죽음으로의 여행이다. 극의 마지막 장면은 두 배우가 생각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최미소는 “이들이 너무 순수했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며 “관객이 감동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목 ‘콩칠팔 새삼륙’이란 남의 일에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을 뜻하는 말로, 홍난파 선생이 작곡한 동요 제목이다. 1931년 4월 영등포역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사람을 소재로 했으며, 이외 모든 내용은 픽션이다.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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