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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빛ㆍ쪽빛이 넘실…신비의 섬 울릉도
[울릉도=글ㆍ사진 박동미 기자]뭍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도착한 울릉도 도동항. 이곳은 산과 하늘, 물이 모두 푸르다. 경계가 없다. 섬은 눈 가는 대로 온통 푸른 빛이다.

수평의 바다에서 직벽으로 솟아오른 해안절벽. 항구를 맴도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공기가 뭍사람을 반긴다.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도동의 집들도 배가 들어오는 바다를 향해 창문을 열고 인사한다.



▶케이블카 타고 한눈에 보는 비경… 맑은 날엔 독도까지 보여=울릉도를 찾은 여행자가 주로 머무는 곳은 도동과 저동이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좌우 해안에는 해안산책로가 이어진다. 도동에서 행남을 거쳐 저동까지 신비로운 물빛과 해안의 절경이 어우러져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도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독도전망대와 망향봉에서도 도동 해안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독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행운은 3대에 걸쳐 공덕을 쌓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맑은 날을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

저동으로 넘어가면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촛대바위가 시선을 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자 유인도인 죽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보다 멋진 일출과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내수전일출전망대가 제격이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일출뿐만 아니라 죽도ㆍ관음도ㆍ섬목ㆍ저동항ㆍ행남등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추석 이후부터 볼 수 있는 어화(漁火ㆍ오징어잡이배들의 집어등)를 보기 위해 한밤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전망대 입구에서부터 북면 석포까지는 일명 ‘울릉도 둘레길’이라 불리는 편도 2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여름이면 저동에서 2㎞ 떨어진 봉래폭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울릉읍 주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한 봉래폭포는 원시림 사이로 펼쳐진 3단 폭포로, 근처에만 가도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근처에 삼나무 숲 삼림욕장도 있다. 



▶옥빛ㆍ쪽빛… 울릉도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대풍감 해안절벽=이왕에 떠나온 뭍, 보다 한적한 시간을 원한다면 서면과 북면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남양리 해안은 낚시꾼들의 쉼터이자 ‘거북바위’가 있는 곳. 아기거북을 업은 듯한 거대한 거북 모양의 바위가 관광객들을 홀린다.

울릉도의 해안도로는 여기에서부터 고갯길과 바닷길을 넘나들며 현포령까지 이어진다. 도중에 태하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만나는 태하등대전망대의 조망도 놓칠 수 없다. 일명 ‘대풍감 해안절벽’이라 불리는 이곳의 풍경은 울릉도에서도 단연 최고다. 이 절벽에서 북면 쪽을 내려다보면 현포항과 추산 일대의 절경이 펼쳐지고, 대풍령 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 잡은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울릉도 바다의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한데, 옥빛과 쪽빛이 조화를 이뤄 신비롭다.

구불구불한 현포령을 넘어가면 현포항과 북면 일대의 해안 절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면 해안은 비경의 연속이다. 우산국 시절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현포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공암(일명 코끼리바위)이 조금씩 코끼리로 변해가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부에서 섬목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딴방우(딴바위)ㆍ삼선암ㆍ관음도(깍새섬)가 차례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울릉도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삼선암은 멀리서 보면 2개인데, 가까이 가면 3개가 된다. 깍새(슴새)가 많아서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도 지척이다. 죽도 다음으로 큰 섬인 관음도는 옛날 해적들의 소굴이었다는 관음쌍굴이 자리해 있다. 



▶울릉도가 더 아름다워진다…나리분지 문화체험ㆍ울릉 8경 따라가기=보통 울릉도 최고의 풍광으로 태하등대전망대를 꼽지만, 문화적으로는 울릉도의 따스한 품이라고 하는 나리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울릉도 옛 삶의 원형을 간직한 나리는 성인봉과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움푹 주저앉은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화산섬 울릉도에 있는 유일한 평지로, 곳곳에 명이나물ㆍ부지깽이 등 울릉도 특산물인 나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울릉도는 오랜 시간 빈 섬으로 남아 있다가 조선시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척민이 들어와 살았다. 나리는 바로 그 개척민 1세대가 자리를 잡고 살던 마을.

나리에서는 아직도 개척시대 삶의 흔적인 너와집과 투막집(지붕에 억새를 올리고, 본체 주위에 옥수숫대를 엮어 만든 ‘우데기’를 둘러친 집)이 남아 있다. 울릉도 재래 집의 모습과 천연기념물 울릉국화와 울릉도 자생종 섬백리향의 군락지도 볼거리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로 이어진 아늑한 숲길 또한 길의 탄력과 질감이 살아 있는 비밀 코스로 통한다.

울릉 8경(아래 표 참조)을 하나씩 섭렵하는 것도 괜찮은 여행법. 도동항의 출어행렬부터 붉은 사막같은 태하의 낙조까지. 눈과 귀,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pdm@heraldcorp.com



①도동모범(道洞募帆ㆍ해 질 녘 도동항을 출발하는 배들의 출어 행렬)=만선의 꿈을 실은 배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때. 붉게 물든 석양 사이를 가로지르는 배들이 아름답다.

②저동어화(苧洞漁火ㆍ저동항에서 바라본 오징어잡이배들의 환한 불빛)=마치 반딧불 같다. 밤바다 위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 불빛엔 어민들의 치열한 삶이 담겨 있다.

③장흥망월(長興望月ㆍ사동 하늘에 뜨는 달)=모래 바다, 사동의 밤은 낮보다 따뜻하다. 낮의 빛을 씻어내며 말갛게 달이 솟는다.

④남양야설(南陽夜雪ㆍ겨울철 달밤 남양의 설경)=낚시꾼들의 휴식처인 남양리 해안은 눈 내린 겨울 풍경도 일품이다. 특히 밤 풍경이 아름답다.

⑤태하낙조(台霞落照ㆍ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낸 태하 낙조의 향연)=태하의 저녁 빛은 이글거리는 붉은 사막 같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짧게 맛보는 낭만이다.

⑥추산용수(錐山湧水ㆍ추산에 솟아나는 생명수)=추산의 푸른 생명력과 약동하는 기운을 일컫는다.

⑦나리금수(羅里錦繡ㆍ나리분지의 단풍 절경)=가을의 나리분지는 뜨겁게 타오른다. 마치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하다.

⑧알봉홍엽(紅葉ㆍ알봉의 불타는 단풍)=울릉도의 쪽빛 하늘 아래서 알봉의 단풍은 유난히 붉다. 그래서 더욱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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