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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의 뒤통수에도 극의 결말이 있어요”
풍자극‘ 허탕’13년만에 재공연…새 시도 나선 장진 감독
관객의 다양한 작품 해석 위해
원형극장에 여러방향 CCTV 설치
감독의 창작욕구 충족도 높여

20대때 작업한 초창기 작품들
해학적인 장진式 영화의 모태


대학로에 장진답지 않은 연극이 올랐다. ‘무엇이 장진다운가’라는 질문에 딱히 답변할 수 없으면서도 일부 관객은 작품 ‘허탕’을 놓고, 작품 해석에 대한 어려움과 ‘장진식의 유머’가 빠졌다며, 이종(異種)으로 치부했다.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는 장면, 작품과 얽힌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연극 ‘허탕’의 창작자인 장 감독을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왜 ‘허탕’일까. 장 감독은 “기획력 있는 제목은 아니었다”며 “당시에 갖고자 하는 실증주의적인 물음에 대한 연속적인 질문이고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극 속에선 어느 누구도 답을 얻지 못해 ‘허탕’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작은 ‘들통’ ”이라며 “ ‘허탕’보다 더 심란한 작품”이라고 웃었다.

장 감독은 “소극장에서 꾸미고 싶은대로 해보자”며 13년 만에 다시 이 작품을 올렸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기존 무대에서 관객과 배우가 무대 한 방향으로만 소통했다면 이번엔 배우를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원형극장에 관객이 감옥과 같은 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CCTV를 여러 방향으로 설치해 비춘다.

원형무대를 만들며 168석이었던 객석이 130석으로 줄어들었다. 연기하는 배우 역시 뒤돌아 발성을 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런 시도가 감독의 창작적 욕구 충족과 관객 서비스에 대한 의무감이라고 생각한다.

13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장진 감독의 연극‘ 허탕’. 장 감독은‘ 허탕’이 관객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사진제공=아담스페이스]

‘허탕’은 실은 철저히 관객을 위한 작품이다. 결말 하나만으로도 수십가지 해석이 난무하는 이 작품은 뚜렷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명확한 답, 웃음과 재미를 요구하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허탕’은 보고 난 뒤 감동의 연장과 함께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가 되는, 관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에 가장 충실한 연극이다.

장 감독은 “예전 관객과 요즘 관객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며 “1995년 초연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이런 부조리극, 드라마적 결말이 뚜렷하지 않은 것에 익숙했다”고 말했다.

21세이던 1992년 전방에서 군생활을 하며 1년 반 만에 ‘허탕’을 완성했고, 그가 만든 초창기 작품은 이후 연극이나 영화의 근간이 됐다.

장 감독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게 만들려 했으며, 초창기 이런 작품이 없었다면 이후 유머와 해학이 가득한 영화나 연극 작품은 그저 의미없는 웃음만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매주 수요일 ‘수다데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지난 수다데이에서는 ‘감옥을 누가 만들었나’ ‘여주인공은 죽은 건가’ ‘장덕배는 어떻게 됐나’는 질문이 쏟아졌다. 물론 그는 “각자가 생각하는 그게 정답”이라며 속시원한 답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역시 인터뷰 마지막은 장진 식의 유머로 마무리됐다.

그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운명을 다하길 원하듯 죽을 때까지 컴퓨터 앞에서 글 쓰다가 가고 싶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영화감독, 연극연출, 극작가, 배우, MC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그의 정체성은 연극쟁이, 극작가였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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