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넝굴당',‘막장’ 걷어내고 ‘성평등’ 높였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한국여성민우회로부터 ‘막장' 스토리를 걷어내고‘성평등'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따르면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주로 갈등관계로만 그려지던 며느리와 시집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그리고 있고, 주인공 부부 ‘차윤희(김남주 분)’와 ‘방귀남(유준상 분)’이 평등적인 부부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선전은 우선 진부한 ‘막장’ 스토리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가부장적인 남성상, ‘여-여 갈등’ 패턴, 권위주의적 가족관계 등 성차별적인 요소가 넘쳐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드라마 속 성평등적 시각과 장면을 찾아내 좋은 사례란 무엇인지 본보기를 제시하고, 또한 성차별적 장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지난 6월 11일부터 24일까지 지상파 3사 드라마 22편을 모니터했다. 다음은 여성민우회의 모니터링 내용.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

▲<아이두 아이두>(MBC)의 ‘황지안(김선아 분)’ : 구두에 대한 사랑으로 구두회사에 입사하여 ‘이사’의 자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임. 지안이 자신의 일에 열정을 보이고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전문직 여성에 대한 긍정적 표현임.

▲<신사의 품격>의 ‘서이수(김하늘 분)’ : 야구 심판을 보는 것도 칭찬할만한 성평등 사례임. 극 중 ‘임메아리(윤진이 분)’와 ‘홍세라(임세아 분)’가 야구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음.

▲<추적자>(SBS)의 ‘조형사(박효주 분)’와 <유령>(SBS)의 ‘유강미(이연희 분)’ : 경찰이라는 남성 중심적인 조직 속에서 여성은 남성의 단순보조 역할을 맡기 일쑤인데 조형사와 유강미가 운전을 하는 장면이나, 누명을 쓴 ‘백홍석(손현주 분)’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형사의 모습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벗어난 사례임.



◇ 평둥한 가족 관계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의 ‘차윤희’와 ‘방귀남’ : 귀남이 미아가 되고 입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윤희가 알게 되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함.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윤희가 음식을 차리려고 하자 귀남은 당연하듯 자신이 그릇을 가져오겠다고 함. 이는 부부간의 성역할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은 예임.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의 며느리 ‘엄청애(윤여정 분)’와 시어머니 ‘전막례(강부자 분)’ : 엄청애는 결혼 30년 만에 자신의 생일선물로 자매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함. 그녀는 여행을 떠나는 순간까지 가족들 특히 시어머니 끼니 걱정을 하는데, 정작 시어머니는 알아서 하겠다며 며느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줌. 고집스러웠던 윗세대의 ‘고부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장면임.



◇가사 노동하는 남성의 모습

▲<스탠바이>(MBC)의 ‘류진행(류진 분)’ : 그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있음에도 가사 노동에 적극성을 띄어 대안적인 남성상으로 평가됨. 또한 그는 가사 노동을 잘 할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남성으로 그려져 다양한 남성상의 한 예로 볼 수 있음.

▲<산너머 남촌에는 2>(KBS1) : 제사 음식을 차리는 일은 보통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아버지, 큰 아들, 작은 아들이 나서서 음식을 장만하는 장면이 나옴. 특히 딸이 오겠다는 것을 말리고 자신들이 제사 음식을 모두 준비할 테니 나중에 제사나 지내러 오라는 대사가 주목됨.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남성들이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기에 대안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

▲<그대 없인 못살아>(MBC)의 ‘김풍기(주현 분)’, <아이두 아이두>의 ‘황지안 아버지(윤주상 분)’ :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의 모습의 전형성을 그대로 보여줌. 늘 자식을 지배하려 하고, 아내를 윽박지르는 것이 일상인 인물들임.

▲<천사의 선택>(MBC)의 ‘허영자(허윤정 분)’ : 시대착오적인 며느리 상을 제시하며, 며느리를 시어머니에게 종속된 것처럼 취급함.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줌,

▲<아이두 아이두>의 ‘황지안(김선아 분)’ ; 황지안은 구두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도, 직장 동료들은 그녀를 억척스럽다고 평가하며, 그녀의 부모는 결혼 생각 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딸을 너무나도 못마땅해 함.

▲<사랑과 전쟁2-일등맘 스캔들>의 ‘주영 엄마’ : 주영 엄마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남편은 시어머니 돌봄까지 아내에게 요구하며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부추김. 이 드라마 속의 갈등은 모두 여-여 갈등인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음. 주영엄마와 다른 엄마들 사이의 비상식적인 갈등 상황은 그대로 초등학생인 주영과 주영친구들 사이의 갈등으로 재연됨.



◇성평등적 시각의 드라마

성평등, 성차별 사례를 종합하여, 드라마 전반적으로 성평등적 시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드라마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으로 볼 수 있음. ‘차윤희’가 시댁과의 가족 관계에 있어 불평등한 부분에 대안을 제시하는 윤희은 여성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꼽을 수 있음. 윤희의 노력과 이타적인 성격의 남편 ‘방귀남’의 캐릭터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평등한 관계도 주목할 만한 지점임. 또한 차윤희-엄청애-전막례로 이어지는 고부관계를 권력관계가 뚜렷하고 대립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는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 것도 평등한 관계 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윤희의 임신과 직장생활이 충돌하는 부분임. 윤희의 임신 사실이 직장에 알려지자 상사는 일을 그만두기를 권유하고 윤희가 이를 거부하자 직장의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계속 배제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여짐. 이것은 임신으로 인해 직장 여성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그리며 현실 반영성을 드러내긴 하지만, 윤희가 더욱 일을 열심히 하겠다며 일도 임신도 포기하지 않고 ‘슈퍼우먼’이 되기를 선택한 것은 여성 스스로를 착취하는 것으로 대안이 될 수 없음. 이는 <아이두 아이두>(MBC)에서도 마찬가지임.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승진 기회 사이에서 갈등하는 ‘황지안’과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지안의 부하직원 ‘마상미’의 모습은 ‘차윤희’의 모습과 겹쳐짐. 여성의 시각에서 임신을 바라보게 만들고는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대안성을 찾아볼 수는 없음.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