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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만弗에 판 그림 240만弗 됐다
저널리스트이자 미술상으로 잔뼈가 굵은 저자, 리처드 폴스키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구입하기까지 12년의 여정을 담은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란 저서로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저자가 “내 영혼의 일부”라던 앤디 워홀의 ‘깜짝 가발’을 팔았다. 재정난이니 하는 이유는 차치하고 그가 챙긴 이윤부터 살펴보자. 2002년 ‘깜짝 가발’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은 4만7500달러였다. 2005년 경매에 내놓은 이 작품은 37만5000달러에 팔렸으니 저자는 꽤나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만족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07년 6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또 다른 ‘깜짝 가발’은 무려 240만달러에 낙찰됐다. 경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가격이란 풍선을 놓아버린 듯했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저자는 바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고삐 풀린 미술시장에 대한 회고담을 풀어놓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 경매에서 더 이상 심미안을 기대하긴 어렵다. MBA 출신처럼 생각하고 월스트리트의 증권 매매업자처럼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 오늘날의 미술 시장이다.

예술가를 발굴하던 갤러리는 역할을 잃었고 그곳엔 토론도 도전정신도 없다. 채 물감도 마르지 않은 작품들이 경매에 쏟아지며 잠재적 구매자들을 구슬리고 마지막 한 푼까지 돈을 쥐어짜내는 술수만이 분주할 따름이다.

저자는 미술계의 위선과 치부를 밝히는 데 작심한 듯 주저함이 없다. 생활고에 스스로 총구를 겨눈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린다면 이러한 미술계의 뒷모습이 무참히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윤리적이진 않더라도 합법적이며 이 세계의 시류는 다만 ‘탐욕’을 ‘세련’이라고 부를 뿐”이라는 저자의 냉소적 위트가 씁쓸한 ‘돈의 맛’을 연상시킨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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