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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과그림자’, 끝판왕 장철환 몰락만 남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지난 8개월간 방송돼 온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가 종영을 2회 앞두고 있다. 총 64부작인 이 드라마는 마라톤 경주 같은 행보를 보여 왔다. 1970~80년대 우리 현대사를 쇼비즈니스 사업가의 인생을 통해 바라본다는 의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초반 스타트는 별로 좋지 않아 KBS ‘브레인’과 SBS ‘초한지’에 밀렸다. 하지만 이들 두 드라마가 끝나자 ‘빛과 그림자’의 스퍼트가 이뤄졌다.

이 스퍼트는 ‘빛과 그림자’의 캐릭터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나가고, 이어진 경쟁사의 두 드라마인 KBS ‘사랑비’와 SBS ‘패션왕’이 예상외의 부진을 보임으로써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빛과 그림자’는 시청률 20%대 중반까지 치고나갔지만 14회 연장 방송으로 인해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래도 18~19%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월화극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다소 지루하게 질질 끌어도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성 있는 캐릭터에 이입되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사의 실존인물에서 극적 모티브를 취하고 있어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실존인물 한 사람이 아닌 복합적인 캐릭터의 느낌을 주고 있음에도 정장군(지금은 정 대통령), 장실장, 김부장 하면 대체적으로 누구 같다고 추측하며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악역 장철환을 맡고 있는 전광렬은 한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모티브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차지철에 대한 부분을 따온 게 솔직히 좀 있다”면서 “그 분에 대한 걸 살짝 가져온 부분이 있다. 근데 그걸 모티브로만 삼았지 나머지 포장하고 만들어 낸 건 순전히 제가 창조해 낸 캐릭터다”고 밝히기도 했다.

‘빛과 그림자’는 비교적 캐릭터가 잘 잡혀진 상태여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만 부여되면 재미와 의미가 극대화된다. 지금의 구성과 전개만으로도 최완규 작가의 능력은 인정받을 만도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개를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반복되면서 패턴화하는 듯한 기간도 꽤 있었다.

강기태(안재욱 분) 장철환(전광렬 분) 차수혁(이필모 분), 이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싸움을 벌이는 삼국지를 보는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참모와 끌어들이는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며, 정보전까지 동원돼 승부를 펼쳤다. 이합집산은 거듭되고 복수극은 돌고 돌았다. 조금 더 짜임새 있는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법이 가미됐다면 긴장도와 극적 팽팽함을 더욱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장철환은 우리 현대사가 낳은 괴물이다. 전광렬은 이 악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존재감과 긴장감을 높였고, 그의 연기는 시청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은 전광렬을 사골처럼 우려먹었다. 불법 어음과 사기 혐의로 구속됐던 ‘악의 축' 장철환은 1988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사면돼 최고권력자의 보호아래 강기태를 다시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매번 당하기만 하던 강기태가 마지막 카드를 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해 ‘끝판왕’ 장철환을 몰락시켜야 드라마는 끝날 것이다. 그때 시청자의 마음은 얼마나 후련해질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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