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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농경역사 새로쓴다…동아시아 최초 신석기 시대 ‘밭’ 발견
[헤럴드경제=박동미ㆍ정진영 기자]1. 한반도의 농경은 신석기 시대 초기부터 시작됐다. 괭이ㆍ보습 등 석기와 조ㆍ기장 등 탄화 곡물이 이를 뒷받침한다.

2. 한반도의 신석기 시대는 수렵채집경제였으며, 농경은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됐다. 괭이ㆍ보습 등의 석기는 농경도구가 아니라 식물뿌리 채집이나 땅을 파는 데 사용됐을 것이다.

3. 한반도의 신석기 시대 전기 후반에는 조와 기장 재배가 시작됐으나, 그 비중은 높지 않아 신석기 시대를 수렵채집경제, 청동기 시대를 농업경제로 본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위 세 가지는 그동안 한반도의 농경 시작시기에 대한 기존 학계의 대립된 입장이다. 신석기 시대 시작설과 청동기 시대 시작설, 그리고 둘을 절충해 신석기 시대에 농경은 했으나 생업경제에서의 비중이 낮아 농업경제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추정’이기 때문이다. 시기와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반도에서 신석기 시대부터 농경을 했다는 이 추정(2번을 제외한)들이 ‘사실’이 될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일본, 중국에서도 아직 발견된 바 없는 신석기 시대 밭이 한반도에서 발굴됐다. 동아시아 최초의 신석기 시대 밭 유적일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강원도 고성 문암리 선사유적지 발굴조사에서 신석기 시대 중기(기원전 3600~3000년)의 집자리 5기와 야외 노지 13기 등의 유구와 함께 2개 층의 밭이 확인됐다.

김영원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26일 문암리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설명회를 갖고 “상층 밭은 조사지역 전체에 분포돼 있고, 현재까지 확인된 면적은 약 1260㎡ 정도” 라며 “동ㆍ서ㆍ남쪽으로 이어지는 모양으로 보아, 당시 규모는 더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형우 학예연구관은 “이번 발굴로 석기(돌괭이ㆍ뒤지개ㆍ보습ㆍ갈판ㆍ갈돌 등)와 탄화 곡물(조ㆍ기장), 그리고 곡물 토기압흔 등만으로 추정 가능했던 ‘신석기 시대 농경시작 설’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 연구관은 “신석기 시대 밭은 현재까지 중국, 일본에서도 확인된 바 없어, 이번에 발굴된 밭은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발굴된 신석기 시대 밭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문암리 유적지 밭을 신석기 시대 유구로 확정한 근거는 함께 발견된 주거지 유적(5호 집자리)이다. 홍 연구관은 “5호 집자리 유적에서 신석기 시대 유물인 빗살무늬토기편이 발견됐다”면서 “집자리는 기존에 만들어진 하층밭을 파고들어가 형성됐으며, 이는 하층밭이 집보다 오래전에 형성됐음을 밝혀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한반도에서 발굴된 밭 유구는 청동기 시대(기원전 1500~400년)의 것이 가장 빠르다. 중국에서도 신석기 시대 초기부터 농경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화전과 산파(씨뿌리기) 같은 형태 외에 밭은 확인되지 않았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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