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노는 개인적으로 당한데서 느껴지는 분노와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서 오는 공분, 이 두가지가합쳐져 극대화된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하고 섬뜩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문제여서 결코 외면할 수가 없다.
평범한 아버지를 대변하는 강북서 형사 백홍석(손현주)이 딸 수정을 교통사고로 잃은 것만으로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그 딸을 가진 자들이 부와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고의로 죽였다면, 그래놓고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추악한 폭로와 싸움만을 벌인다면~.
여기서 우리는 2차적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회를 유지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공권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정은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재벌가 서회장의 딸 서지수(김성령)와, 그녀가 바람피는 상대인 PK준(이용우)이 교통사고를 덮기 위해 고의로 죽인 것이며, 이래도 죽지 않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대권 도전의 꿈을 날릴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지수의 남편인 인면수심의 강동윤 의원(김상중)이 의사인 윤창민(최준용)을 30억원으로 매수해 주사액으로 죽인 것이다.
그런데 창민은 홍석의 가장 친한 친구다. 이 사실을 모르는 홍석은 수정을 죽인 범인을 찾아다닌다며 창민에게 딸 장례식 상주를 맡겼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진실이 밝혀지는 게 이렇게도 어려울까? 분노와 함께 허탈함이 밀려온다.
수정의 아빠는 형사다. 공권력을 말단에서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딸 죽음 하나 밝혀내지 못하는데 다른 서민들은 오죽하겠는가. 힘과 돈이 없으면 그냥 당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수정 아빠는 분연히 일어났다. 세상이, 사회가 수정의 죽음을 못 밝혀내면 자신이 직접 밝히겠다고.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도 모르는 이 복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손현주가 ”나는 수정이 아빠니까“라고 말했을 때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죽은 수정이의 얼굴과 손과 발을 만지며 그런 마음을 전하는 손현주의 표정은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피해자면서도 가만 있다가는 두번 죽는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범인인 PK준(이용우)의 재판에서 수정이 마약을 복용했다거나 나이 많은 아저씨를 만났다는 오명이 덧붙여지고, 자신은 병보석으로 풀려나온다. 윗선의 부탁을 받은 듯이 보이는 수정 학교 교장은 수정을 위한 탄원서 제출을 거부했다. 이런 것들이 수정의 엄마 송미연(김도연)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
강동윤 의원은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무지막지한 인물이다. 그가 막후실력자인 장인이자 한오그룹 총수인 서회장(박근형)과 벌이는 싸움이란 차마 눈꼴 뜨고 볼 수가 없다.
요즘 ‘추적자’는 서회장과 강동윤이 벌이는 긴박한 대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적자‘는 드라마라 해도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치나 기업의 막후와 이면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코앞에서 볼 수 있게 매개해주는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형성된 시사적인 이미지의 연장선 차원에서 어두운 면을 실감나게 해준다.
그런데 더욱 마음이 아픈 건 나쁜 일에 가담한 악인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동윤은 홍석에게 “30억 빚을 갚기 위해 친구 딸을 죽이는 의사, 총리 자리를 준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 하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기 싫어 소녀를 죽이는 한류가수가 모두 사람이다”고 한다. 심지어 백홍석이 신뢰하는 형사 선배인황반장(강신일)마저 배신했다. 돈과 권력앞에 무력해지는 인간들... 드라마의 내용이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어 더욱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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