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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자' 72세 박근형은 연기대상감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월화극 ‘추적자 THE CHASER’는 3단계 인물 부스터를 가동하고 있다. 1단계는 억울하게 딸을 잃은 한 서민형사의 눈물겨운 심정을 연기하는 손현주(백홍석 분)다. 서민들에게 감정이입이 가장 잘되는 캐릭터이자 그런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2단계는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무지막지한 인물 강동윤의원을 연기하는 김상중이다. 얼굴에 잔뜩 힘이 들어간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를 통해 형성된 정치시사적인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정치나 기업의 막후나 이면 등 어두운 면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3단계는 전화 한 통으로 정치, 경제, 법조계를 떡주무듯 하는 한오그룹의 총수인 서회장(박근형)이다. 요즘은 강동윤과 서회장이 벌이는 피말리는 싸움이 백홍석의 딸 수정이 교통사고 위장 살인사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도권이 강동윤과 서회장쪽으로 왔다갔다 할때마다 시청자들은 마음을 졸인다. 물론 장인과 사위간에 벌리는 이 엄청난 헤게모니 쟁취극에는 백홍석이 개입되고 있다.


손현주나 김상중은 모두 연기를 잘한다. 72세의 배우 박근형은 한 수위의 연기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극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형은 절대 화를 내는 법이 없다. “욕봐라”하며 경상도 사투리로 평온하게 말한다.(그는 전북 정읍 출신이다)

하지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가 느긋한 자세로 강동윤에게 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찌르고 소름이 돋게 한다.“하루 종일 내리는 소나기가 어디 있겠노? 곧 날이 갤기다” “내는 현찰이고, 니는 어음이가?”

사위가 대통령이 되는 걸 극구 막아야 하는 박근형은 딸도 버릴 수 있는 냉혈한이지만 “자식 못난 건 애비탓이다”며 무능한 아들 서영욱(전노민)을 챙기는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그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지만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덮어나간다. 그룹 불법승계과정이 담긴 한오그룹 유상증자 비밀회의록이 사위 강동윤에 의해 공개되자 자신의 집 2층에 있는 사위를 찾아가는 장면은 의미심장했다.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추적자'에서 박근형은 백전노장, 능구렁이 같은 모습으로 세 겹 네 겹의 캐릭터 이미지를 드러낸다. ‘로열패밀리'의 공 회장(김영애)이 여성 회장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면 박근형은 오랜만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남자 회장의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박근형의 연기 동선은 집에 있는 집무실 의자와 테이블, 식탁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곳에 앉아 하는 한마디는 무섭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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