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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손만대면 대박…‘겨울연가’로 K-팝 물꼬튼 흥행 마술사
<2>‘ 드라마 한류’개척자 팬엔터테인먼트-박영석 회장

시나리오·트렌드 읽는 감각 탁월
드라마제작사 최초 코스닥 상장

‘해품달’ 200억원 수출 저력과시
“긴시간 보게하려면 재미있어야”
신예서 베테랑까지 작가 17명 활동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후이노소나타(冬のソナタㆍ‘겨울연가’의 일본제목)’ 제작자가 동아제약 사원이었다고 말해 주니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내 예명도 ‘동아(東亞)’인데, 이 거 저작료를 줘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홍보비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단한 화제를 일으키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재계의 일본통(通) 강 회장이 제작자인 박영석(55) 팬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따로 불러 전해 줬다는 숨은 일화다.

박 회장의 첫 직장은 대학 전공(화학과)을 살린 동아제약. 잘 다니던 회사에서 사명을 그대로 따 ‘박동아’란 이름으로 음반까지 낸 그는 당시에도 사내에선 유명인사였다. 강 회장은 오너 경영인, 박 회장은 일개 사원으로 처음 만났던 셈이다. 가수가 되겠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간 이 사원은 가수 이상우 매니저, 싸이와 이정현의 음반기획자를 거쳐 공전의 히트작 ‘겨울연가’의 제작자가 되어 다시 강 회장과의 연을 이었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팬엔터테인먼트 신사옥에서 기자에게 농담을 섞어 소개한 이 일화는 사적인 후일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엔 대중문화와 경제, 외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녹아 있다. 무형의 드라마 한 편이 민관의 경제ㆍ외교 현장에서 복잡한 현안을 풀어가는 화두가 되고, 일반 제조상품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입혀 수출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 회장의 일화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옥에 음원제작자협회, 연예제작자협회 다 들어와 있죠. 나는 이를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본이 있으니까 후배들이 좋은 기획이 있다면, 앞으로 후배 기획사와 함께 가수들을 키우는 일도 적극적으로 할 겁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서울 상암동 DMC에 지상 13층 지하 5층 규모의 사옥을 짓고 사무실 이전을 계기로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도약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박영석 회장의 전공 분야인 가수, 음반 기획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한 해 수조원대의 부가가치를 일으키고 있는 K-팝(Pop)의 시초를 찾는다면, 흔히 ‘겨울연가’를 꼽는다. 그 전에도 드라마 몇 편이 건건이 수출된 사례는 있지만 국가간 문화, 관광, 외교, 교역의 물꼬를 확 터 준 전례는 없었다. ‘겨울연가’의 연출자는 윤석호PD지만, 총괄제작자는 박 회장과 팬엔터테인먼트다. “아직도 ‘겨울연가’를 얘기하나요? 지난해 일본 덴츠와 판권 수출 계약을 또 맺긴 했지만요.”

2002년 ‘겨울연가’를 회사 창립작으로 내놓은 박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방송 부문에서 드라마 33편, 교양ㆍ예능 10편, 드라마OST 35편을 내놨다. 그는 ‘겨울연가’ 10주년인 올해 ‘해를 품은 달’을 흥행시키며 다시 한 번 팬엔터테인먼트의 저력을 과시했다. ‘해품달’은 일본, 태국 등 7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부가판권을 더해 200억원 수출고를 올렸다.

▶좋은 콘텐츠는 잘 짜인 조직에서 나온다= “내가 원래 방송 전문이 아니고 음반 전문이라서, 살려고 발버둥을 친 거고 코스닥 상장 전엔 주먹구구식이었죠.” 팬이 음반기획사(HS미디어)에 머물던 시절 박 회장은 지난 1994년 한 해 동안 드라마 ‘내일은 사랑’ ‘결혼’ ‘서울의 달’ OST 3편만으로 100만장을 팔았다. 하지만 인터넷 등장 이후 초등학생 아들조차 MP3로 공짜음악을 듣자, 충격을 받은 그는 가수 음반사업을 접고 ‘가을동화’ OST 60만장을 판 수익금으로 윤석호, 표민수 감독과 계약을 맺으며 드라마 기획·제작자로 전향했다.

박 회장은 “성공은 우연이었다”고 겸손해 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겨울연가’ 외에도 이미숙ㆍ류승범 주연의 ‘고독’(2002년), ‘두 번째 프로포즈’ ‘구미호외전’(2004년), ‘장미빛 인생’(2005년) 등 대부분 히트를 쳤다. 주변에선 박 회장의 좋은 시나리오 선별 안목, 트렌드를 읽는 감각, 사업가로서의 직관력을 강점으로 꼽는다. 그는 드라마제작사 최초로 회사를 코스닥에 직상장 시킨 뒤 드라마, 교양ㆍ예능, 음반, 매니지먼트 등 각 부문에 전문가인 책임자를 둬 조직을 철저히 전문화, 세분화시켰다.

“이렇게 조직화 된 제작사는 국내에 없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나오기까지 2~3년 전부터 원작 개발, 작가 섭외 및 계약, 연출자 및 방송사 선정, 배우 섭외, 홍보ㆍ마케팅에 이르는 단계를 조직적으로 거친다. ‘해를 품은 달’은 우연찮게 대박을 터뜨린 게 아닌 셈이다.


▶스토리는 힘이 세다= “영화는 2시간, 드라마는 20시간이죠. 긴 시간 동안 계속 보게 하려면 일단 이야기가 재밌어야 하는 거예요.” 박 회장은 10년 전 미숙한 방송 분야에 뛰어들면서 작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작가와 긴밀히 호흡할 수 있는 기획조직을 보강했다. 방송계에서 팬엔터테인먼트는 작가 중심의 제작사로 불리운다. 이금림 방송작가협회장, ‘해품달’ 진수완 작가, ‘적도의 남자’ 김인영 작가, ‘불굴의 며느리’ 구현숙 작가, ‘로열패밀리’ 권음미 작가, ‘너는 내운명’의 문은아 작가 등 신진부터 베테랑까지 작가 17명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작가와 기획부문이 잘 호흡하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적도의 남자’ ‘각시탈’을 보세요. 경쟁 드라마는 스타 마케팅을 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면 대스타가 없는 우리 드라마가 이기죠.”

▶실험실에서 배운 원칙이 철칙= 박 회장은 동아제약 품질관리과 실험실에서 정해진 양을 정해진 시간에 투약해야 하는 ‘원칙’을 배웠다. 엔터테인먼트업에서 이 원칙은 경영 철칙이 됐다. 미리 잘 짜여진 스케줄대로 제작 일정을 관리하고 완료하는 것이다. MBC 20부작 ‘해품달’의 연장을 두고 직원들이 고민하자, 박 회장은 원칙을 따르도록 했다. ‘해품달’ 종영 뒤 방송 예정이던 KBS2 ‘적도의 남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잘나가는 내 자식을 위해서 다른 자식을 죽일 수 있나요? 혹시 ‘적남’이 꼴등이라도 하게 되면 그 원망을 다 들어야하는데…. 돈은 포기하고 예정했던 대로 가자했죠.” 결과적으로 ‘적남’ 역시 흥행에 성공하며 그는 실리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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