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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 멜로구도는 잘 가고 있는가?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 판타지 트렌디물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은 판타지 멜로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드라마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로맨틱 판타지물로서의 강점을 누리지도 못하고,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 시청자의 분노를 동력으로 만드는 ‘추적자' 같은 드라마의 이점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신사의 품격'의 이 같은 전개에 대해 정덕현 씨와 신주진 씨가 컬럼으로 비판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주진 씨 글의 입장과 비슷하다.

판타지는 판타지일때 꿈과 관념이 되고,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유토피아가 현실로 내려와버리면 반유토피아(anti-utopia)가 된다(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는 점을 ‘신사의 품격'은 보여주고 있다.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40살, 네 남자들은 애써 멋있는 척을 하지면 별로 멋있게 보이지 않는다. 문자실수 때문에 스마트폰을 발로 밟아 부숴버리는 건 재벌 회장도 하지 않는 행동이다.

네 남자는 건축디자이너, 건축사 사장, 변호사, 강남에 건물 수십채를 가진 아내를 둔 카페 사장 등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성공한 자유직 남자들이며 직장인의 ‘로망'이다. 하지만 수시로 비싼 클럽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데도 별로 부럽지 않다. 나는 고교때부터 계속 붙어다니는 이들의 우정마저 부럽지 않다.

수억원을 잃어버릴지로 모르면서 자신의 직원을 함부로 대했다고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행동을 보면서도 “야, 정말 멋있다”는 말이 안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4인방도 알고보면, 소녀시대 멤버들을 보면 본색을 드러내고, 당구게임비 하나에 목숨을 거는 찌질하고 속물적인 속성을 보여주며 인간적인 모습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아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오골거리는 대사의 남발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대사가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고 캐릭터에 이입되면 명대사로 탄생한다. ‘파리의 연인'에서 ‘내안에 너있다'는 대사라든가 ‘시크릿가든'에서 김주원이 “길라임이 나에겐 ‘전도연’이자 ‘김태희’다”는 대사는 깨는(?) 대사임에도 확 꽂히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은 지금까지 8회까지 진행됐지만 명대사가 아직 안나오고 있다. 지금도 오골거리는 대사들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공감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사의 품격'은 중년 꽃미남인 장동건의 연륜에서 나오는 섹시함도 잘 못살리지만 장동건 회사의 사장인 임태산역의 김수로의 매력도 잘 못살리고 있다. 김수로는 연기를 흠없이 해내지만 ‘임태산'이라는 사람이 된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수(김하늘)의 짝사랑 대상이 김수로라는 점도 감정이입을 어렵게 한다.

김수로가 태산이라는 캐릭터에 빠질 수 있게 하려면 그럴만한 이야기거리가 있어야 되는데, 건축회사 사장으로서의 몇마디 대사외에는 현재의 애인인 프로골퍼 홍세라(윤세아)와의 ‘밀당'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중년 꽃신사라고 불리는 4인방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고 김하늘의 멜로에서 설렘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김하늘이 도진(장동건) 앞에서 속옷을 입는 롱테이크(모자이크로 처리됨)는 멜로적 느낌으로 오지 않았다. 장동건은 김하늘을 짝사랑하고, 김하늘의 ‘20초 남자'는 김수로다. 이 어설픈 3각관계를 잘못 풀면 김하늘이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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