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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으론‘선수 수급문제’…속으론‘구단 이기주의’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무산…속내 들여다보니
“책임전가” 네티즌 비난 봇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임시 이사회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유보’라는 표현을 썼지만 ‘10구단은 시기상조’란 논리에 따른 것이라 앞으로 프로야구는 9구단 체제로 절름발이 리그를 꾸려야 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롯데가 가장 강하게 반대했으며 삼성과 한화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구단은 고교야구팀이 5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10구단이 만들어지면 선수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질적 하락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을 증대하고 인프라 개선을 도모한 뒤 10구단 창단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야구 발전을 위해 가장 앞장서야할 프로구단들이 지금껏 야구 인프라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가 책임을 전가한 것이란 비난이 거세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주말이면 구름 관중이 몰리는 야구 선진국 한국이 사실은 기본적인 선수 수급조차 걱정해야 할 후진국인 셈이다.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되도록 프로구단들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회관빌딩에서 구본능 KBO총재가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논의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임시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특히 어느 구단보다 팬들의 사랑을 두텁게 받아온 롯데가 앞장 서 새 구단 창단에 반대한 것은 야구 전체의 이익을 외면한 이기적인 처사란 비판이 거세다. 롯데는 앞서 제9구단인 NC다이노스 창단 때도 연고지가 겹친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했다. 다른 구단 역시 ‘인프라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동종 업계나 라이벌 기업이 프로야구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생 구단 창단을 반대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예고한대로 올스타전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구단 유치를 추진해온 수원시와 전라북도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제는 당장 내년 시즌부터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실행위원회는 내년 시즌 팀당 128경기를 결정했다. 올해 133경기보다 5경기 줄었다. 기록면에서 선수들에게 불리한 것은 물론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도 그만큼 줄어든다.

홀수팀으로 운영되다보니 어느 한팀은 다른 팀들이 3연전을 벌이는 동안 쉬어야 한다. 여기에 2연전 시스템이 끼어들면서 일정이 들쭉날쭉해진다. 심지어 일주일 안에 세 팀과 2연전을 치러야할 수도 있다.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은 물론 잦은 이동으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선발 로테이션에도 변화가 온다. 지금은 월요일을 빼고 매일 경기를 치르면 선발 투수가 돌아가며 던지고 있지만 3~4일을 쉴 수 있는 만큼 에이스가 연이어 등판할 수도 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1~3선발이 강한 구단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일정이 경기력을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되는 셈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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