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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소통을 회복해야 하나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난 11일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아들 종구 군과 대화를 단절한 채 살아가는 한 엄마의 고민이 방송돼 시청자의 눈물을 자아냈다. 어렵게 녹화장에 나온 종구 군은 “고교시절 친구가 나를 못살게 굴고 억압해 1년간 고통을 겪었다”면서 “수능시험을 보고 집에 있었는데, 날 훈계하는 엄마에게서 그 애의 모습이 보였다”고 엄마와 말을 하지 않고 지냈던 이유를 밝혔다.

대화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무언가족(無言家族)의 사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유와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다. 종구 군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린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부모, 부부, 고부, 직장상사의 역할과 소통에서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진단해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EBS 소통 강화 프로그램인 ‘달라졌어요’류 시리즈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으로는 이는 충분히 증명된다.

소통의 어려움은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인 인간관계부터 직장, 조직 등 공적인 관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소통 도구는 급속히 발전하는데도 소통은 오히려 더 잘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의 발달로 인해 소통이 편리해졌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는 건 아니다. 소통 도구는 상업적이고 기능적인 방향으로 과도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인정할 줄 알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면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안이 해결되지 못하고 불통(不通) 상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가령,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의혹에서 촉발된 갈등과 싸움은 국가관으로 옮겨붙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소통을 잘 하려면 사고력과 판단력ㆍ기억력ㆍ집중력ㆍ상상력 등을 잘 발휘해 상대와 대화할 줄 알아야 하는데,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능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소통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는 디지털화한 편리한 세상에 살게 됐지만 친구의 전화번호 하나 외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소통이 잘 안돼 치러야 할 대가와 비용은 엄청나게 발생한다. 미해결 사안은 서로의 소통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새로운 이슈가 나오면 슬쩍 묻히는 형국이다. 사회적 소통도 중요하지만 기초관계라 할 수 있는 가족ㆍ지인과의 소통 또한 매우 중대한 문제다. 사실 가족과 직장에서의 불화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 전체의 비극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의 단절과 불통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예전의 대가족 제도 아래서는 부모자식 간, 부부관계의 문제점을 조언해줄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등 ‘가족멘토’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인~4인 가구에서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면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부모, 부부, 고부관계의 문제점은 가정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애착관계에 상처가 생겨 감정과 정서 교류가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술을 많이 먹는 남편, 집안일을 하지 않는 아내 등의 문제는 감정교류가 막힌 결과물이기 때문에 우선 감정이 막힌 원인을 찾아 이 감정을 교류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한 치료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니까 주위에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기분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업무로 접근하지 말고 ‘차 한잔 할래요’라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난 12일 방송된 부부가 달라졌어요 ‘아이 같은 남편’편에서 남편은 아내가 스킨십을 못하게 하고 남편이 없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하는 게 불만이고, 아내는 남편의 역할은 하지 않은 채 아이처럼 자신을 챙겨주기를 바라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이들 부부문제의 외피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6년간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두 아이의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결과 남편은 아이에게만 마음을 쏟고 자신을 봐주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집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닫아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를 향한 진정어린 위로를 통해야만 막힌 감정을 교류시킬 수 있었다.

얼마전 방송된 ‘SBS 스페셜’ 무언가족 시리즈에서는 10년간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고 한 집에서 불편하게 살고 있는 30대 아들의 이야기가 소개돼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다. 아들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디자인 방면의 일을 못하게 하면서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에게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것이다.

이 경우를 보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아들이나 아버지나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점이고, 또 하나는 완전히 막힌 것 같은 인간관계도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은 이 아들도 ‘하얀 방 프로젝트’를 통해 아버지와 대화의 싹을 다시 틔우는 ‘기적’이 일어났다.

소통의 어려움, 대화의 단절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마이너스다. 쉬쉬하고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감성과 감정 교류를 통해 자신의 주위부터 하나씩 소통을 개선해 나가자. 그리고 특히 남자는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자유로울 때 소통력이 강화된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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