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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기사 20일부터 파업...“이대론 못살겠다 가스값이라도 내려달라”.
[헤럴드경제= 박병국 기자] LPG 가스비 인하 등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들이 오는 20일 하루 파업에 나선다. 추가 파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택시기사들의 요구에 묵묵부답할 경우 추가 파업도 예상된다.

현재 운행 중인 택시 뒤 유리에는 “LPG값 인하하라”는 스티커가 일제히 붙어 있다.

LPG값 인하가 안돼 생활이 안된다는 택시기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측은 “LPG가스 수입가격이 많이 올라서 가격이 오른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으로 가격 통제를 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세금 유통구조 개선 등의 간접 통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택시업계가 평행선을 긋고 있다.

대체 왜 택시기사들이 못 살겠다고 자신들의 택시를 하루 쉬겠다고 하는 것일까. 과연 하루동안 열심히 택시를 운행하면 얼마나 벌게 되는 것일까.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택시를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됐다는 초보 택시기사 정모(44) 씨의 택시에 올라탔다. 외식업체에서 구조정을 당했다는 그. 사업을 시작할까 고민하다 뜻대로 안돼 영업용 택시 핸들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벌이가 마땅치 않다. 벌써 6개월째 적자라고 정씨는 하소연했다.

정 씨가 서울 곳곳을 누비며 하루에 버는 총 수입은 10만원 안팍에 불과하다. 운이 좋은 날은 15만원도 벌지만, 진짜 운 좋을 때 일이다.

정 씨가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10만원. 회사에서는 정 씨에게 모두 25ℓ의 LPG 가스를 공급한다. 그러나 부족하다. 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정 씨가 추가로 가스를 주입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차세워 놓고 늑장부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두 딸 생각하면 그럴 순 없죠. 그래서 점심도 라면이나 햄버거로 때웁니다. 이렇게 벌어도…” 더 말을 잇지 못했던 정 씨. 잠시 후 그는 “이렇게 열심히 벌어도 항상 적자죠”라고 겨우 이어갔다.

정씨가 이렇게 해서 한달 동안 버는 돈은 총 180만원. 이것도 월 4일의 휴일 중 2일을 일해야 가능하다. 휴일에 일할 경우 가스비만 내면 사납금을 낼 필요가 없다. 번 돈 전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휴일에도 운전대를 잡는다.

악착같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열심히 일해도 정 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 씨의 부인도 월 120만원을 받으며 일해 정 씨 가족은 모두 300만원으로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딸의 학원비로 들어가는 돈은 90만원, 직장생활을 하며 왕십리에 사놓은 32평짜리 주택대출이자 130만원, 식비 70여만원. 미칠 지경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 씨는 그나마 LPG 가스비만 인하되면 택시기사 일을 하면서 그럭저럭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LPG 가스는 리터당 1200원으로 턱 없이 많이 올랐죠. 정부에서 126원정도의 보조금이 나오지만 가스값 빼고, 사납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죠. 700원대로 내려주면 할만할텐데…”

오후 4시 20분.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 오후 5시 30분까지 1시간 가량 남았다. 정 씨가 모는 택시의 미터기에는 오늘 번 11만2600원이 찍혀 있다. 사납금, 기름값 빼면 정 씨는 오늘 허탕을 친 셈이다.

“조금이라도 더 남겨 가야죠. 회사까지 가는 길에 한 명이라도 더 태워야 할텐데” 정 씨의 웃음이 어색해 보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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