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종편 백서 살펴보니…홈쇼핑채널 선정 수준의 심사위 구성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방송 비 전문가 그룹에 의한 비계량 심사 항목에서의 부실 채점’.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공개한 종합편성ㆍ보도전문 채널사용사업자(PP) 승인 백서는 이렇게 요약된다. 출범 6개월만에 매각설까지 흘러나온 종편의 비극은 심사위 구성, 세부심사 항목 배점 등 심사 준비 단계서부터 그 뿌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회에 방송 전문가 단 둘 뿐= 심사위 면면을 보면, 과연 지상파 수준에 버금가는 방송채널사업자를 가려낼 만한 ‘눈’이 있는 인적 구성인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 엿보인다.
심사위는 위원장 1명, 방송 2, 회계 2, 경제ㆍ경영 3, 법률 2, 기술 1, 시민 1, 기타 2 등 각 분야 전문가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방송 전문가는 방통위가 추천한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성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단 두명에 그쳤다. 방통위가 참조한 2000년 이후 방송사업자 선정 당시와 비교해 방송 전문가가 가장 적게 포함된 구성이다. 심사위 전체 인원과 방송 전문가 수는 위성방송(2000년) 14인 중 5, 홈쇼핑PP(2001년) 14인 중 2, 위성DMB(2005년) 12인 중 3, 지상파DMB(2005년) 14인 중 4, 경인방송(2006년) 16인 중 4, IPTV 13인 중 7(통신포함) 등이었다.
특히 방송과는 가장 거리가 먼 홈쇼핑PP 사업자 선정 심사위 구성과 거의 흡사했다. 홈쇼핑PP의 경우 법률 1, 소비자 2 등에서만 차이 났다. 이런 인적 배치는 보도, 시사교양을 통한 여론 형성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종편ㆍ보도PP를 심사할 만큼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계량평가에서 하위권, 비계량에서 높은 점수로 뒤집어= 심사위는 방송 비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많게 꾸려진 반면 세부심사 항목에서 방송 관련 분야의 배점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전체 1000점 가운데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가능성’(250점)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 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25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100점) 등이 높게 배점됐다. 이들 항목은 구성주주 중복참여(15점), 정부 출연금 규모(20점) 등을 제외하곤 모두 비계량으로 평가됐다. 이는 주관적 판단으로 이뤄진 비계량 심사에서 비 전문가 심사위원이 과연 적정한 심사를 했을지 논란을 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가능성’에서 3~4위인 채널A(동아일보)와 MBS(매일경제)는 각각 212.24, 207.80을 받아, 탈락컨소시엄인 HUB(한국경제) 198.94, CUN(케이블연합) 184.02에 비해 8~23점 가량 큰 차이를 벌였다.
반면 재정 및 기술적 능력(200점) 등 객관적인 수치로 매겨지는 계량 항목에선 HUB와 CUN이 각각 150.86, 155.35점을 받아 5~6위인 MBS(146.68), 채널A(149.81) 보다 1~9점 가량만 앞섰다.
결과적으로 HUB와 CUN은 배점이 적은 계량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배점이 큰 비계량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음으로써 전체 점수가 낮아져 탈락하게 됐다.

▶말잔치에 그친 사업자 청문심사=지난해 12월29일 한국방송광고공사 남한강연수원에서 진행된 종편 신청법인에 대한 의견청취 속기록을 보면, 사업자의 향후 계획과 각오는 비현실적인 화려한 말 잔치로 끝났음을 보여준다.
채널A 대표는 “우리나라 방송의 심각한 문제점과 종편PP로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겠냐”는 심사위원 질의를 받고 “지상파 위주로 독과적 행사를 해왔기 때문에 창의적인 능력을 가진 외주제작사가 있다 하더라도 지상파 굴레 속에서 외주제작사들이 자기 주장을 잘하지 못하는 제작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채널A는 콘텐츠 전문제작사들과 격려하고 협력해서 (중략) 세계시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거창한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사업권을 획득한 뒤 채널A를 비롯한 종편 4사는 외주제작사와 대금 미지급, 일방적 계약 철회 등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를 답습했다.
채널A는 또 심사위원의 심사소견서에서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ㆍ공익성 실현계획이 구체적이고 우수함’이란 의견을 받았지만, 막상 개국 이후 선정적 프로그램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여러차례 심의 제재를 받는 등 종편 선정성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CSTV(조선TV)는 심사위원 청문 시 “사업계획서 233쪽에서 2013년부터 이익이 발생한다고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본 사업이 2012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종편사업 경험이 없는 신청인이 본 사업 1년 만에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당시 CSTV 대표는 “프로그램 대부분 특히 드라마의 경우 사전제작할 계획이다. 적어도 프로그램 방영 6개월 전에 광고를 선판매할 수 있고, 제작비를 사전에 충분히 투자자들로부터 모을 수 있다. 프로그램 퀄러티만 보장된다면 광고수익과 프로그램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선TV는 출범 6개월만에 드라마 신규 제작 중단을 결정하는 등 프로그램 제작 투자를 축소하고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