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잠 못 이루는 ‘전신통증 환자’ 검사해도 이상없다는데…
한림대·아주대 공동 연구팀
성인 남녀 4800명 대상 조사
여자·나이 많을수록 유병률 높아
자가진단 통한 진통제 과용
내성 키우고 심혈계 질환 유발


영화 ‘통증’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남순이란 인물은 어릴 적 사고로 고통의 감각을 상실한 인물이다. 때문에 아무리 맞아도, 피가 튀어도 무덤덤할 뿐이다. 오히려 때리는 상대가 지쳐 먼저 주저앉아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남순은 바로 그 때문에 생명의 위험에 노출된다. 아프면 약을 먹고 피가 나면 막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 고통을 느낄 수 없으니 방치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통증이 인간에게 필요악인 이유다. 통증은 우리 몸의 이상을 신속히 알리고 경고하는 중요한 방어기전 중 하나다.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찾아오는 통증이다. 방어적인 역할을 다한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게 되면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 돼 우리를 괴롭힌다. 특히나 전신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는 명확한 원인 질환도 없고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고통을 배가시킨다.

▶전신 통증이란?= 통증은 말 그대로 환자가 아픔을 호소하는 증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와 있는 어떤 검사방법으로도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 염증 정도나 조직의 손상이 통증의 정도와 잘 일치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현재 의학계에서 통증은 가장 다루기 힘들고 설명이 어려운 문제다.

특히 다른 질환 없이 신체의 여러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전신 통증(widespread pain)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보통 석 달 이상 지속되면 ‘섬유근통 증후군’으로 진단하는데, 외국에서는 전신 통증의 유병률이 12% 정도라는 보고가 있다.

국내에선 최근 한림대의료원 류머티스내과 김현아 교수팀과 아주대 임상역학연구소팀이 공동으로 경기도 안산과 안성에 거주하는 40~79세 48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서양인과 비슷한 12% 정도가 전신 통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여성(16.2%)이 남성(5.5%)보다 유병률이 높았으며, 남녀 모두 나이가 많을수록 전신 통증에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저기 이유 없이 아픈 전신 통증은 완벽한 치료법이 아직 없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수면 등으로 통증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한림대의료원]

▶삶의 질 떨어뜨리는 통증 =몸 이곳저곳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게 마련이다. 조금만 일을 해도 쉽게 피로해지고, 심하면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기도 어렵다. 통증이 고통을 낳는 악순환이다. 외국의 보고에 따르면 전신 통증 환자는 동반 질환이 없어도 수명이 짧아지고 암 발생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연구팀은 SF-12(12-item short form Health Surveyㆍ주민들의 건강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척도)로 통증이 없는 사람들과 전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비교 측정한 결과, 전신 통증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아 교수는 “전신 통증 환자는 피로와 불면증, 우울증에 함께 시달릴 수 있다”며 “만성피로 증후군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진통제부터 찾았다간 큰일= 통증에 시달리면 쉽게 진통제에 손이 간다. 그러나 진통제를 장기간 과도하게 복용하면 약 효과는 줄어들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약을 자주 먹게 되면서 내성 및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통증이 생길 때마다 약을 복용하면 약의 혈중 농도를 불규칙하게 해 약 효과가 떨어질 때마다 약을 찾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과량 복용하면 위장 장애,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신장 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일종의 ‘탐닉 현상’이 나타나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도 있다. 이런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먹게 되면 호흡 저하에 이를 수도 있다. 최상식 고려대구로병원 통증클리닉 교수는 “통증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며 “의료진이 정한 약물과 용량을 지키고 규칙적으로 복용해야만 약의 효과가 지속되면서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무조건 누워 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요통 환자가 대표적이다.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근육이 약화되고 유연성이 감소돼 통증과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골관절염 환자의 경우 관절 염증이 있어도 평소의 운동량을 유지하도록 권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무조건 침대에서 안정을 취한다고 관절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