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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대 국회 ’최악’ 오명쓰고 역사속으로”... 여걸(女傑)의 몰락ㆍ몸싸움 방지법은 성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29일로 임기가 만료된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정파 간 정쟁에 막혀 토론과 협의보다는 갈등과 폭력을 일삼았다.

각종 기록은 18대 국회가 얼마나 비생산적이었는지 대변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발의된 법안 1만 4761건 중 처리된 법안 8273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 6488건(43.9%)이 자동폐기됐다. 이들 법안 중 상당수가 제도개혁과 민생을 위한 것들이었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무노동 유임금’이었다. 2008년 당시 여야간 원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원이 예정보다 3개월 늦어진 일을 비롯해 지난 4년 간 본회의 개회일수는 총 173일에 불과했다. 의원들의 연간 평균 출석일수도 152일에 그쳐 사실상 1년 중 5개월만 일한 셈이 됐다. 그밖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조사한 ‘총선공약 완료도’(2월 기준)에서도 35.16%를 기록, 국민과의 약속 3분의 2를 지키지 못했다.

특히 18대 국회는 ‘폭력’으로 점철됐다. 2010년 말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물리력을 동원한 예산안 강행 처리로 국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 과정에서 황우여 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남경필, 홍정욱 의원 등이 ‘국회바로세우기 모임’을 갖고 폭력 재발시 총선 불출마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미FTA 과정에서 급기야 ‘최루탄’까지 국회 본회의장에 난입하는 폭력의 끝을 경험하고 말았다. 홍 의원 등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제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그나마 이 과정에서 황 대표와 이한구ㆍ홍정욱 의원 등이 물리력을 동원한 직권상정과 국회내 몸싸움을 막기 위한 ‘회폭력 방지법’이 제출, 자성의 움직임은 18대 국회의 결실로 이어졌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여옥, 이정희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18대 국회 의정활동 평가’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4%가 ‘잘못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여성 국회의원이당시 역대 최다인 41명(13.7%)을 기록하며 여의도에 ‘새바람 정치’를 기대하게 했지만, 이들 역시 정쟁에 휩쓸리며 동반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성 정치권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여성 정치인들의 동반 몰락도 뼈아팠다.

‘엄친딸’, ‘얼짱 정치인’으로 유명한 나경원 전 최고위원은 여성ㆍ40대라는 메리트를 바탕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급전직하를 경험했다. 거기다 현직 여검사의 폭로로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공천신청서를 냈으나 결국 철회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8년 간 몸담았던 국회를 떠나게 됐다.

‘진보 아이돌’로 떠올랐던 이정희 통진당 전 공동대표도 4ㆍ11 총선에서 비례대표 경선 파문 이후 정치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2010년 민주노동당 사상 최연소로 당대표에 당선된 이후 스타 대중 정치인으로 각광받았던 그는 하지만 당내 정파 구도 속에서 이른바 ‘당권파’ 소속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 지난 13일 트위터에 “저는 죄인이다.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썼지만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이번 19대에서 여성 의원은 47명(15.6%)으로 지난 회기보다 6명이 더 늘었다. 늘어난 숫자만큼 보다 지난 회기보다 능동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했던 후보자들이 초심을 잃는다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게 자명하다. 19대에서는 국민의 소리를 우선 반영하는 국회,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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