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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폐막…거장의 성찰에 경배를! 자본주의의 탐욕에 비판을!
[칸=이형석 기자] 날씨는 짓궂게 변화무쌍했지만, 칸은 예상대로 거장들에게 축배를 돌렸다. 5월의 칸답지 않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27일 폐막한 제65회 칸국제영화제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오스트리아의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에게 안겼다. 미카엘 하네케는 지난 2009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누렸다. 지난 2008년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은 ‘비욘드 더 힐스’로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플루터, 코스미나 스트라탄)과 각본상을 차지해 2관왕이 됐다. ‘앤젤스 쉐어’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까지 황금종려상을 이미 수상한 경험이 있는 거장들이 올해의 주요상을 휩쓸었다. 심사위원대상은 멕시코 영화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에게 돌아갔으며, 남우주연상은 덴마크 영화 ‘더 헌트’의 마드 미켈센이 수상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의 ‘돈의 맛’ 등 한국영화 2편은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영화로는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신수원 감독의 ‘서클라인’이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수상 결과는 유럽 예술영화의 강세가 뚜렷했다.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유럽의 거장들이 주축을 이룬 초청작이 발표되면서 이미 예상된 경향이었다. 삶과 죽음, 사랑과 구원에 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무르’는 평생을 깊은 사랑과 배려 속에 해로해온 노부부가 병과 죽음에 맞닥뜨리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칸영화제에선 전례가 드문 2관왕의 주인공 크리스티안 문주의 ‘비욘드 더 힐스’는 어린 시절부터 고락을 함께하며 굳은 우정을 나눠온 두 젊은 여성이 서로 다른 종교관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렸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어둠의 시대, 경제 불황으로 가난과 핍박을 겪고 이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켄 로치의 작품을 비롯해 자본주의의 탐욕과 윤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들은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또 다른 주제이자 경향이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세계적인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을 ‘월스트리트의 뱀파이어’로 묘사한 ‘코스모폴리스’는 젊은 나이에 금융계 최고의 거물이 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뉴욕을 악취가 진동하고 광기로 미쳐 돌아가는 묵시록적 세상으로 그린 영화다. 서로 물고 물리는 갱스터들의 암투를 그린 브래드 피트 주연의 ‘킬링 미 소프틀리’는 범죄를 통해 자본주의의 추악한 본성을 비유한 작품이라는 일치된 평을 얻었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재벌가를 통해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임상수의 ‘돈의 맛’ 역시 이러한 추세에 합류했다.

영화 속 대사와 감독, 배우들의 기자회견은 칸국제영화제의 초청작들이 반영한 시대상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코스모폴리스’는 “(빈 창고 속의) 쥐가 돈의 일부가 됐다(a rat becomes the unit of currency)”는 인용구로 시작했으며 ‘킬링 미 소프틀리’ 중엔 “미국은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라는 대사가 나온다. 수상은 불발했지만 영화제 내내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이슈가 된 자크 오디야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은 불법 내기 싸움을 벌이는 가난한 복서와 여성 고래 조련사의 사랑을 그려 “경제위기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해고와 실직의 벼랑으로 밀어내는 유럽사회의 현재에 관한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화창한 지중해의 태양과 불현듯 몰려오는 소나기가 개막 기간 내내 교차했던 올해의 칸. 위기를 겪는 세계 자본주의가 스크린 위로 먹구름을 드리웠지만 암울한 현실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찾는 거장들의 성찰이 우중 햇살처럼 반짝였다. 2012년 칸의 선택이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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