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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 어장관리하는 방법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짝’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짝짓기물 중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짝짓기물이 길어야 3~4시간 동안 질문과 답변, 게임, 눈빛교환에 이어 이성을 선택하는 데 반해 ‘짝’은 ‘애정촌’이라는 야릇하게 표현된 한 공간에서 6박7일간 합숙을 통해 짝을 찾는다. 애정촌에서는 오로지 짝을 찾는 일에 몰두하라고 강령에 쓰여 있다. 이름 대신 남자나 여자 뒤에 1호, 2호라고 부르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모두 짝 선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6박7일은 제법 신중하게(?) 이성을 관찰할 수 있는 기간이다.

‘짝’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성에게만 구애하는 사람도 있고, 이 여자(남자) 저 여자(남자)를 다양하게 탐색하는 사람, ‘밀당’하는 사람, 어장관리하는 사람, 이성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의자왕’ 등 다양한 사람을 볼 수 있다.

한 이성만 공략하는 방식이나 여러 이성을 탐색하는 방식은 둘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둘 다 장점이 있지만 위험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남자가 처음부터 계속 한 여자만 보고 있으면 일편단심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무척 부담을 느낀다. 여성은 아직 남성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거나 느낌이 오지 않은 남성이 집중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다른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하지 않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다른 남자의 접근을 차단시킬 정도로 한 여자에게만 강하게 집착하는 공략방식은 서로 마음이 동했을 경우는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가 생긴다.

최근에는 가능한 한 많은 이성에게 촉수를 뻗어놓으려는 속칭 ‘어장관리법’이 자주 나와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저울질, 어장관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장관리를 하는 데도 지켜야 될 선이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애정촌 27기의 여자 2호는 이 선을 초과했다. 여자 2호는 최종선택일 직전까지 남자 1호와 남자 7호를 저울질하며 결국 남자 7호를 선택해 1주일 내내 아침식사를 바쳐가며 일편단심을 보여주었던 남자 1호를 허탈케 했다.

어장관리녀라면 적어도 3~4일째 되는 날은 남자에게 좀더 구체적인 마음 상태를 이야기해야 한다.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다른 사람의 연애 가능성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해당 남자도 힘들게 하는 행위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2개 차선을 잡아두고 다른 차를 못가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여자 2호는 남자 1호에게 ‘나는 당신이 남자로 안 보인다’는 식으로 확실한 선을 그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관심을 보였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종 선택 직전까지 항상 배시시 웃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대해 여자 2호도 할 말이 있고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청자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짝’은 세태를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방송 초기에는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비호감적 요소를 자주 활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이 나오고 남녀의 설렘과 미묘한 기류까지 포착될 때가 있다. 이 점이 ‘짝’의 차별성이자 경쟁력이다.

인간은 동성끼리 있을 때보다 이성끼리 있을 때 감정을 더욱 세밀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짝을 찾는 실전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얼마 전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나와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하는 남자 3호는 강사라는 직업의 경쟁력을 높이느라 연애를 못해 모태솔로가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짝’은 마담뚜 프로그램이 아니다. 짝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심리와 감정을 보여주는, 즉 인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에게 와닿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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