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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2’PD “멤버들은 유사가족”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SBS ‘정글의 법칙’은 특이한 예능이다. 토크 버라이어티 예능도 아니고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도 아니다. 김병만이라는 특이한 예능인에 어울리는 맞춤식 예능으로 탄생한 예능이다.

김병만은 낯을 많이 가린다. ‘달인’으로 뜨고 나서도 버라이어티 예능에는 가기 힘들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달인’은 웃음 포인트만 가지고는 존립하기 힘든 코너다. 우직한 성실성과 피나는 노력이 가해져야 한다. 불과 3분 동안 보여주기 위해 2~3주 연습하는 예능은 ‘달인’밖에 없을 것이다. 김병만은 개그에 성실과 노력이라는 가치를 접목시켜 이를 새로운 예능으로 탄생시킨 사람이다. 김병만이 참가한 ‘정글의 법칙’과 ‘김연아의 키스& 크라이’도 ‘달인’의 연장선상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정글의 법칙’시즌1에서는 생존과 도전이 핵심이었다면 남태평양 바누아투를 무대로 하는 시즌2는 진화와 적응을 내세웠다. 처음 아프리카의 오지를 갔을 때는 어떻게든지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면 이제는 생존의 다른 의미를 찾는 작업에 돌입한 느낌이다.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 PD는 “생존 프로그램이지만 도전은 지양한다. 자연 앞에는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시즌2를 찍으면서 멤버들이 끈끈한 가족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멤버들도 유사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멤버는 시즌1의 리키김, 노우진, 황광희 등에 추성훈과 감성코치 박시은이 새로 투입됐다. 처음에는 리더인 김병만과 마초적 느낌이 강한 추성훈과 붙여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구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추성훈은 의외로 동갑인 김병만과 필요 없는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다. 김병만 보다 힘이 더 세다는 것을, 더 큰 물고기를 잡아야 된다는 점을 잠깐 의식하는 듯 했으나 ‘장난’에 불과했다. 오히려 추성훈은 ‘낯가림의 아이콘’ 김병만이 책임감과 유대감을 의식해 반말로 말하자며 악수를 청했음에도 계속 존댓말을 쓰는 등 예의를 깍듯이 지켰다. 이지원 PD는 “성훈 씨는 김병만 족장의 권위를 인정하고, 간혹 자신이 조금 나섰다고 생각되면 제작진에게 ‘병만 씨가 족장인데,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지’ 하고 물었다. 항상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괜찮겠느냐’는 투로 질문한다”고 말했다.


바누아투의 야수르에서 터져나오는 화산의 용암불덩이를 놀란 가슴으로 바라보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오리섬의 야생 게들을 제압해 식량을 획득하는 장면은 신기하고 볼만했지만, 완벽한 리얼리티는 이지원 PD등 스태프들이 탄 배가 갑자기 밀려온 큰 파도에 전복돼 물에 빠지면서 나왔다.

다른 배에 타고 있던 리키 김과 김병만, 추성훈은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물에 뛰어들어스태프들을 구하기 위해 헤엄치는 모습은 ‘이들이 정말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수영을 못하는 노우진과 황광희는 선장에게 배의 방향을 물에 빠진 스태프들에게 향하도록 사력을 다해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배가 전복되면서 바닥의 산호 사이에 깔려 오른쪽 팔이 쓸리는 부상을 당한 이지원 PD를 구출했다. 이 PD는 촬영감독 등 물에 빠진 다른 스태프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치밀하게 준비했어도 갑자기 변하는 자연 앞에 무력해진 인간들이지만 거의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가족 같은 이들이 있기에 든든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김병만은 ‘아빠’, 추성훈은 ‘삼촌’ 등 멤버들은 각자 가족 내에서 자기 역할을 찾고 있었다. 

이지원 PD는 “정글에 간다고 마초들만 10명이 간다면 오히려 싸움만 날 것이다”고 말한다. 힘이 약한 광희와 박시은의 투입은 그래서 중요하다. 박시은은 활화산 야수르를 오를때 어두워져 서로 보이지 않게 되자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신용 경보기를 활용했다. 남자들은 생각할 수 없는 기대 이상의 준비성을 보여주었다. 코코넛 과육을 몸에 바르면 선블록 효과가 있다는 상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 PD는 “정글에는 3가지가 없다. 먹을 것과 도와줄 사람, 생각도 없다(무념)”면서 “하지만 이 오지에서 멤버들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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