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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절제된 선·면·색채…흐트러짐없는‘한국의 山’
한국모더니즘회화의 선구자 유영국 10주기展
18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서

60여년 작품활동 재조명
全작품 정리 화집도 발간


자고로 예술가들은 낭만을 좇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이 나은 모더니스트 유영국(1916~2002)은 달랐다. 그는 마치 공장노동자처럼 일했다. 함께 추상미술운동을 펼쳤던 세 살 연상의 김환기, 노장적 풍모를 지녔던 중학동창 장욱진, 순진무구한 사랑을 노래했던 이중섭과는 삶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것. 그에겐 낭만적 신화나 기이한 인생스토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대신 프로페셔널한 작가로서 치열하게 작업에 임했고, 그 결과 ‘한국 추상미술의 기수’로 우뚝 섰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갤러리현대는 유영국 화백의 10주기를 기념해 오는 18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 달간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10주기’ 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5년 이래 7년 만에 열리는 유영국 회고전은 갤러리현대가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에 이어 기획한 ‘한국 현대미술 거장 재조명’의 네 번째 전시다. 

곡선과 직선을 효과적으로 대비시키며 한국의 산(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유영국의 1972년 작 ‘Work’(유화ㆍ136×136㎝). 빼어난 구성과 강렬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전성기 작품이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유영국에겐 ‘한국 모더니즘 회화운동의 대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현실 권력에 영합하길 거부하고, 대학교수직 또한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벗어던졌던 그는 이 땅에 추상미술의 씨앗을 처음으로 뿌린 화가였다. 그리곤 60여년에 거쳐 800여점의 회화를 남기며, 한 차원 높은 세련된 추상미술을 빚어냈다. 유영국의 작업은 모두 여섯 단계로 분류되며 변화를 거듭했지만 전(全) 시기가 고른 수준을 보이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는 시기별로 엄선된 대표작 67점이 나온다. 작품들은 강렬하고 모던한 색채, 서사적 장대함이 돋보이는 화백 특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숨막히는 봉건성과 식민지배, 전쟁으로 결박됐던 격동기를 유영국은 자유정신으로 극복했다. 프로작가로서의 근성,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수도승처럼 작업에 임했던 그는 한국의 산하를 끈질기게 형상화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특히 아름다운 색채와 완벽에 가까운 구성, 군더더기 없는 표현은 동시대 작가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늘 그의 작품이 왜 최고가격대를 형성하는지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전시를 기념해 작가의 전 시기 작품 100여점을 정리한 국영문 화집이 발간됐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02)519-080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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