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뻔해지는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아예 서바이벌이라는 장치를 넘어설만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 아니면 참가자가 '을'의 위치일 수 밖에 없는 오디션 출전자라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각성해서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축제에서 한바탕 놀듯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자는 엠넷 ‘보이스 코리아'에서 두 사람이 한 노래로 배틀을 붙이는 미션에서 나온 적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돋보이려고 질러대다가는 둘 다 망한다. 승부지만 승부라는 사실을 극복해서 조화를 이뤄야 하는 시스템이다.
후자는 ‘노는 아이' ‘즐기는 아이'라는 별명이 붙은 우혜미가 잘 보여주었다. 우혜미는 “우승하고 싶었으면 발라드를 불렀을 것이다”면서 “한 시간 내내 발라드만 나오면 지루할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신나고 즐겁게 부르면 사람들도 그렇게 봐줄 거라 생각하고 덤볐다”고 말했다. 우혜미는 ‘보이스 코리아' 결승전에서 서태지와 이이들의 ‘필승'이라는 노래로 한바탕 놀고 돌아갔다.
우혜미를 ‘4차원' ‘우주인'으로 부른다. 독특한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흔해빠진 ‘4차원'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설정의 냄새가 나면 비호감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우혜미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혜미에게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었다.
리듬감이 좋고 음색이 독특한 게 오히려 개성이었다. 윤시내의 ‘마리아'를 부를때 목소리가 악기임을 알고 소름이 끼쳤으며 화요비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에서 충분히 가장력을 입증해보였다. 우혜미 같은 이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한 명씩 계속 나와줘야 오디션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음악 오디션이 너무 생존을 강조하다보면 식상해진다. 그런 차원 위에 있는 우혜미는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무대를 만들어내는 데 충실하다”면서 “결국 음악 오디션은 오디션보다는 음악에 치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나아갈 방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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