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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 더이상 비극은 아니다
한국계 佛감독 르콩트‘ 여행자’ 해외서 호평
해외입양 자전적 체험 그려
‘수잔브링크의 아리랑’이후
‘할머니는 일학년’까지…
영화속 입양·다문화가정
순혈주의 벗고 새 가족 모색


“서울에서 살던 때가 희미하게 기억납니다. 옛날 집, 옛 흙길, 옛 골목에서 뛰놀던 장면,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의 모습이 아련해요. 여행을 다니면서 내 집은 어디일까, 나는 어디에 속해 있나 하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지난 2010년 방한했던 해외 입양아 출신 한국계 프랑스 감독 우니 르콩트(45)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그녀는 해외로 입양됐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불 합작영화 ‘여행자’를 만들어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 영화감독 태미 추(38ㆍ한국명 추동수)가 미국 로체스터의 작은 농가에 입양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태미 추는 해외 입양 출신 미국인 청년 브렌트와 친어머니 노명자 씨의 만남과 그 이후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닮은 얼굴’로 입양의 또 다른 얼굴을 그려냈다.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입양’은 ‘해외입양’을 뜻했고,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상징했다. 


어린 소년 소녀들을 등 떼밀듯 해외로 보내야 했던 과거의 상처는 국내 대중문화사에도 깊은 그림자를 남겼다. 1991년 작 ‘수잔브링크의 아리랑’부터 ‘귀향’ ‘토끼와 리저드’ ‘마이 파더’ ‘국가대표’ 등 최근작까지 한국계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찾기를 주제로 한 작품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입양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졌다. 공개 입양을 실천한 스타 커플인 차인표-신애라 부부나 입양기관 후원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션-정혜영 부부 등 연예계를 비롯해 입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입양 가족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영화, 드라마 등에선 입양이 다문화 가정과 함께 혈연, 순혈주의를 벗어난 ‘새로운 가족의 모색’으로 다뤄지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할머니는 일학년’<사진>에선 시골마을의 할머니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린 소녀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뤘다. 10일 개봉한 일본 영화 ‘버니 드롭’에선 미혼의 청년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숨겨진 6살 배기 소녀, 즉 어린 이모를 맡았다가 ‘입양’을 고민한다.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단델리온 더스트’는 미국 입양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만큼 국내 관객들도 입양을 나눔의 실천이자 가족 구성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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