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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만 잡으면 목이 터져라…토라진 성대 ‘뒤끝’ 작렬
쉰 목소리 무시하다간
성대결절·성대폴립 유발

몸 전체를 악기로 여기고
건강한 발성기법 배워야

문제 생기면 무조건 휴식
직업적으로 노래한다면
발성은 3시간 이하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저마다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모두를 관통하는 우승 공식이 하나 있다. 바로 고음이다. 특히 최근 SBS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에서 16살 박지민이 보여준 폭발적인 고음은 무대를 압도하며 듣는 이들을 떨리게 했다. 박지민의 모습은 평범한 또래 청소년들에게 확실한 실력만 있다면 언제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젖 먹던 힘까지 쓰며 박지민처럼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열창하던 15살 김모 양도 그 중 하나다. 

김 양은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노래방 가수’ 대접을 받아 왔다. 그러나 김 양이 본격적인 도전을 위해 찾는 곳은 연예기획사가 아닌 병원이다. 노래는커녕 대화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목이 아팠지만 단순히 목이 쉬었을 뿐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넘긴 게 화근이었다. 김 양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보컬 트레이닝이 아닌 치료라고 의사는 강조했다.

프로가수를 꿈꿨지만 제대로 된 관리 없이 갈고 닦은 김 양의 노래방 실력이 오히려 타고난 목소리를 해친 것이다.


▶예민한 사춘기, 성대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변성기를 지나는 청소년기 성대는 구조가 매우 약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는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후두골격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목소리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변성기다. 성대의 길이는 늘어났으나 근육량은 충분히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대의 긴장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성대 접촉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따라서 발성을 하면 음정이 들쭉날쭉하고 쉽게 맞추기가 어렵다. 성량도 바람이 새는 듯 떨어지고 음성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듯 성대가 불안정한 시기에 목소리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칫 영구적으로 성대 구조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쉰 목소리 가볍게 넘겼단 큰일= 성대는 후두연골 안쪽에 있는 한 쌍의 얇은 막으로, 발성할 때 양측 성대가 서로 부딪히며 진동을 하게 된다. 튼튼한 성대조직도 장시간 반복적으로 진동을 해 마찰이 일어나면 염증 반응이 나타나 부어오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목이 쉰’ 상태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목을 사용하면 결국 질환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성대 질환으로는 성대 결절, 성대 폴립 그리고 성대 구증을 꼽을 수 있다.

성대 결절은 좋지 않은 발성 방법으로 목소리를 무리하게 내 발생한다. 성대 양쪽에 대칭으로 굳은 살, 즉 결절이 생겨 목소리를 낼 때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서 맑은 소리를 내기 어렵다. ‘K팝스타’에서도 일부 출연자가 성대 결절로 좌절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일단 성대 결절이 생기면 잠시 호전되는 듯 보이나 곧 악화되기를 반복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무리하게 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절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 자칫 아예 노래를 부르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성대 결절은 단기간에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시간을 갖고 목을 안정시키고 잘못된 발성 방법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진성민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약물을 이용해 임시방편으로 목소리를 호전시킬 수 있고 수술할 수도 있으나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라며 예방을 강조했다. 김원식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도 “수술을 받더라도 이전의 목소리를 되찾지 못할 수 있다”며 “성대는 물론 자신의 몸 전체를 악기로 인식하고 건강한 발성 기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대 질환은 치료하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성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대 폴립은 주로 성대의 한쪽에 물혹 같은 작은 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성대 결절과 마찬가지로 성대가 완전히 닫히는 것을 방해해 맑은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갑작스럽게 큰소리를 내면서 성대에 있는 작은 혈관이 터져 발생하며 초기에는 충분히 목을 쉬게 하면 출혈이 흡수돼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만약 계속해서 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결국 수술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변성기에 유독 약한 성대에서 발생하기 쉬운 성대 구증도 주의해야 한다. 성대는 부드러운 점막이 진동을 하면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성대에 심한 충격이 가해져 상처가 생기면 부드러운 점막이 딱딱한 상처조직으로 변해 진동이 없어진다. 성대 구증은 현대 의학으로 아직까지 완전하게 회복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심 또 조심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목엔 휴식이 필요해= 일단 성대가 망가졌을 경우 무조건 쉬어야 한다. 오랜 시간 달리기를 해 다리가 아프면 편한 자세로 쉬듯이, 노래는 고사하고 말도 해선 안 된다. 이렇듯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일반적으론 하루 정도 지나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이상할 경우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시간에 기대어 목소리가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좋은 목소리는 호흡법, 입술과 턱의 위치 및 발성시 몸 전체의 자세 등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직업적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의 경우 30분가량 발성을 하면 1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루 3시간 이상 연속해서 발성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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