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임수정, “이창동, 유홍준, 김환기, 마릴린 먼로, 에디트 피아프, 오드리 햅번…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여배우 임수정(33)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고, “‘유홍준 교수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 음악, 미술, 공연, 기타 사운드가 나를 자극시키고 새로운 영감을 얻도록 한다”며 “다른 분야의 예술과 작품을 통해 나도 놀라울 정도로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고도 했다. 그 말끝에 “이러다가 연기 안하다고 할까봐 회사(소속사) 사람들은 손을 내젓는다”며 웃었다.

잡지 모델로 데뷔한 지 14년, 연기경력 12년. 해를 더해가고 작품 수가 늘어갈수록 임수정은 깊어지고 넓어졌다. 내공은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장화, 홍련’부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거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전우치’ ‘김종욱찾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까지 다양한 장르와 함께 인물의 변주는 더욱 능란해지고 표현의 세기와 밀도는 숙성해갔다. 최근작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 17일 개봉)은 가히 ‘임수정의 모든 것’이라고 할만큼 농익은 연기를 보여준다. 아침마다 주스와 건강식을 대령하고 저녁마다 푸짐한 요리상을 내며 쉼없는 대화로 남편(이선균)과 모든 것을 공유하려는 아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부조리는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시비를 따져야 직성이 풀리는 궤변, 독설가 타입의 여성. 그러다가 믿었던 남편에게 ‘하루빨리 헤어지고 싶은 아내’가 되고, 남편이 ‘작업’을 의뢰한 희대의 카사노바(류승룡)의 미끼에 걸려드는 여자. 속사포같은 언변을 보여주는 인물인만큼 다른 작품 주연의 서너배는 되는 대사를 소화해야했고, “더 빨리”를 입에 달고 산 민 감독의 채근에 시달려야했다. 서울 삼청동에서 7일 만난 임수정은 “혀가 꼬이고 말이 씹히고, 단어가 지들끼리 붙고 섞여 통제가 안 될 지경”이라며 요새말을 들어 “멘탈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지만 작품과 인물에 대한 해석은 진지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제가 전작에 이어 유부녀를 연기했지만 정서와 감정만큼은 생물학적인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었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지인들과 두 선배(이선균, 류승룡)에게 결혼생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지만 결혼 유무를 떠나서 남자든 여자든 관계가 익숙해질 때 상대에게 소홀함이 생기는 법이죠. 자신은 남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이 돼야죠. 예전엔 ‘결혼 꼭 해야 돼?’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결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변화에요.”

임수정은 서른이 넘고 경력이 십수년에 이르면서 “거침없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툭 나를 던져놓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사라졌다”며 “20대엔 나와 닮아 연민이 가는 인물을 선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 달라 도전의식이 생기는 역할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화, 홍련’은 이제까지의 작품 중에서 제 실제 모습과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작품이에요. 차갑고 어둡고 건드리면 깨질듯하며 슬픔이 많은 아이죠. 공식일정 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장화, 홍련’의 수미같죠. 다만 세상에 나와서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

임수정은 “그때처럼 다시 한번 그 인물에 미친 듯이 빠져서 1년 동안은 헤어나오지 못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며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도연 선배처럼 더 내공을 쌓아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과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영화 ‘라 비앙 로즈’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실존인물들의 삶, 위대한 스타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그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회를 위해선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면 재클린 케네디나 오드리 햅번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임수정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기 시작했고, 최근 서도호전이 열린 리움 미술관을 찾았다가 책 속에서 만난 김환기 화백의 작품과 마주쳤다. 2년째 치고 있는 기타로는 비틀즈의 ‘블랙버드’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케이먼 인 아일랜드’를 즐겨 연주한다. 임수정은 “새로운 세계에 열려있고, 새로운 자극에 깨어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