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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찬경 미래저축회장 서울법대 사칭 학장까지 깜빡 속아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직전 지난 4일 회삿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5)의 ‘가짜 서울 법대생’ 사건 등 엽기적인 과거 행각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 회장은 30여년 전 ‘가짜 서울법대생’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의 인물.
1978년 당시 중졸 학력이었던 김 회장은 군 복무 중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로 서울법대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고 속였다. 제대 직후 1980년부터 김 회장은 이 법대생 소개로 법대 복학생 모임에 참석하게 됐고 서울 법대 배지까지 단 채 서울 법대생인 양 학교에 다녔다.
그는 79학번 법대생들 사이에서 태연히 도강(몰래 듣는 강의)을 했고 미팅이나 학회활동 참가는 물론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을 십분 발휘, 법학과 복학생들의 모임 ‘법우회’의 대표까지 맡는 등 법대 내 마당발을 자처하며 4년간 감쪽같이 법대생 행세를 했다. 이처럼 ‘천연덕스러운’ 김 회장의 행동에 아무도 그가 ‘가짜 법대생’이라고 의심하지 않았고 심지어 법대 교수마저 깜빡 속아 넘어갔다.

당시 법대생 상당수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김 회장의 결혼식에 서울 법대의 황 모 교수(당시 학장)가 주례를 선 것. 신부(지금의 부인)는 그가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며 만난 명문대생 간호사였다.

하지만 결코 들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김 회장의 사기 행각은 졸업앨범 제작과정에서 들통났다. 앨범에 졸업생의 본적과 출신고교를 기재하기 위해 대학본부 측이 법대 행정실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학번과 이름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난 것. 경찰 수사 과정에선 과외 비용과 입시 지도 명목으로 당시 돈 1600만원을 가로챈 사실과 더불어 “졸업 후 갚겠다”며 자신의 과외학생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까지 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 돈으로 신혼 집을 차린 뒤 법대 동문들을 불러 집들이까지 했다.

김 회장의 사기 행각이 만 천하에 드러나자 결혼식 참석자들은 물론 주례를 맡았던 황 교수까지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급기야 “평생 주례를 맡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고.

김 회장은 가짜 서울대생이란 사실이 발각된 후에도 천연덕스레 서울 법대 ‘동문’들과 연락을 지속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미래저축은행 대표가 되고 나선 서울대 동문을 사칭하며 서울 법대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사기 행각이 과시욕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실제로 한 금융계 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전직 총리들 이름을 대고 다니면서 힘을 과시했다”고 설명했고 최근 미래저축은행 서초지점을 방문했다는 한 증권계 인사도 “김 회장과 함께 은행에 들어가자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회장실까지 직원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인사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외환위기 직후 제주에 기반을 둔 한국상호신용금고(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을 인수한 김 회장은 2002년 예산저축은행, 2005년 삼환저축은행을 인수, 각각 대전과 서울까지 영업망을 넓혔고 2009년에는 한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이 부실로 연결되며 2010년 6월 말 9.34%던 BIS 자기자본비율이 1년만에 -10.17%로 하락했고 급기야 작년 말에는 -16.20%까지 추락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앞에 두고 지난 3일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검거됐다. 검거 당시 그는 간편한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현금 1200만원과 여권을 갖고 있었다. 또 밀항에 앞서 회삿돈 약 200억원을 미리 빼돌리기도 했다.

김 회장의 체포 소식에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 패닉상태”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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