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술품, 1억달러는 돼야 ‘흥행’
뭉크의 ‘절규’ 역대 최고가 1억1992만달러에 낙찰…10년간 1억달러대 작품 4점이나 탄생
최고가 미술품 톱10 중
4건이 1억달러대 예술품
그중 피카소 걸작이 2점

건륭황제 시기 청자화병 등
국제 경매계 큰손 중국인도
가격 인플레 부추겨


이제 그림값이 최소 1억달러는 돼야 ‘최고가 미술품’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최근 10년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1억달러(한화 약 1130억원)를 훌쩍 넘기며 낙찰된 작품이 어느새 4점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절규(Scream)’가 미술품경매 사상 최고가(한화 약 1355억원)를 또다시 경신했다. 가로 59, 세로 79㎝에 파스텔로 그려진 이 작품은 뭉크의 대표작이란 점에서 경매 전부터 최고가 경신이 예상됐다.

뭉크의 ‘절규’는 입찰자 7명이 가세해 12분간의 경합 끝에 추정가(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1억1992만달러에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되며 최고가를 보란 듯이 경신했다. 그렇다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톱10’ 작품은 어떤 것들일까. 그 면면(?)을 살펴보자.

1위. 1억1992만달러.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경매시장에서 다시 접하기 힘든 뭉크의 대표작인 데다, 카타르 왕족이 구입에 적극적이라는 말이 돌며 경합이 뜨거워져 우리 돈 1355억원에 팔렸다. 카타르 측은 올 초 세잔의 그림 ‘카드놀이하는 사람들’도 비공개 시장에서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1위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1895년 작) 1억1992만달러(이하 경매수수료 포함)= 뭉크의 작품이 이번에 피카소 작품이 수립한 최고가를 누른 이유는 ‘절규’가 경매시장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작품이란 점 때문이다.

평생을 지독한 정신질환과 고독에 시달렸던 뭉크는 생전에 자신의 내면을 압축한 ‘절규’를 모두 4점 제작했다. 파스텔화 2점과 유화 2점이다. 이번 소더비 경매에 나온 작품은 뭉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사업가 토마스 올센의 아들(페테르 올센)이 소장했다가 내놓은 파스텔화다. 나머지 3점은 노르웨이국립미술관(유화 1점)과 뭉크미술관(유화 1점+파스텔화 1점)이 컬렉션하고 있어, 민간 소장자 보유분으론 유일한 작품이었던 셈이다.

▶2위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Nude, Green Leaves and Bust)’ 1억650만달러= 지난 2년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던 작품이다. 비록 뭉크의 ‘절규’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입체파 거장인 피카소(1881~1973)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걸작이다.

피카소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1932년 작)된 이 그림은 푸른 실내를 압도하는 여체의 풍만한 선과 나뭇잎, 작가 자신을 은유하는 흉상이 잘 어우러져 있다. 구성과 색채가 똑 떨어지는 작품으로, 지난 201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판매됐다.

2위. 1억650만달러.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

▶3위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 1억432만달러= 사람의 실물 크기인 이 작품은 앙상한 뼈만 남은 인체를 빚는 자코메티의 특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다. 인간의 실존을 압축한 자코메티의 인간 시리즈는 세계 각국의 근현대미술관이 꼭 한점 소장하고 싶어하는 조각이다. 2010년 2월 소더비 런던경매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됐다.

▶4위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1억41만달러= 2004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판매된 이 작품은 당시로선 최초로 낙찰가가 1억달러(수수료 포함)를 넘어서서 큰 화제를 불렀던 작품이다. 한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은 채 오래 유지됐다. 소위 ‘청색시대’라 불리는 피카소의 초기 작업(1905년 작)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며, 피카소의 데뷔 초 구상작품이란 점이 주목된다.

▶5위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리 블로흐-바우어(Adele Bloch-Bauer)의 초상II’ 8793만달러= 클림트가 1912년, 그의 나이 쉰 살에 그린 그림이다. 황금빛 배경이 화폭을 섬광처럼 뒤덮는 클림트의 불멸의 걸작 ‘키스’ 등에는 못 미치지만 과작(寡作)에 속하는 클림트의 유화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예가 흔치 않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한편 오스트리아 사교계의 명사였던 바우어 부인을 똑같이 모델로 하되, 황금빛 배경을 살린 클림트의 동명(同名)의 또 다른 작품은 세계적인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의 로널드 로더 회장이 2006년에 1억3500만달러(당시 환율 130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거래는 크리스티가 중개를 하긴 했으나 경매시장이 아닌 비공개 거래였다는 점에서 ‘경매시장 최고가 톱10’에는 빠지곤 한다.

▶6위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Triptych) 8628만달러=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이 작품(1976년 작)은 지난 2008년 5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추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당시 베이컨의 작품을 사들인 사람은 영국의 축구명문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자원 재벌인 로만 아브로모비치로 밝혀졌다. 아브로모비치는 현대미술 부문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러시아에 현대미술관을 짓기 위해 작품을 열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일반인보다는 미술가들이 더 흠모하는 작가로, 인간의 불가사해한 내면을 절절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7위 중국 18세기 투각청자화병 8592만달러= 중국인들이 자국의 미술품을 거의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이 화려무쌍한 청자화병도 거의 1억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에 런던 경매에서 팔렸다. 18세기 건륭황제 시기의 이 도자기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인 데다, 일일이 손으로 속을 파낸 투각기법의 도자기라는 점이 낙찰가를 올렸다.

최근 들어 중국은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매출 중 절반에 가까운 41.4%(2011년)를 차지할 정도로 미술품 경매에 흠뻑 빠져 있다. 더구나 중국인들은 자국 미술품뿐 아니라 최근에는 서양의 근현대 작품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걸작의 가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8위 피카소의 ‘도라 마르(Dora Maar)의 초상’ 8342만달러= 피카소가 1941년에 애인인 도라 마르를 그린 초상화로 소더비 런던에서 2006년 거래됐다. 피카소의 작품은 톱10에 석 점의 작품이 오를 정도로 인기와 완성도에서 단연 수위를 달리고 있다.


▶9위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Gachet) 박사의 초상’ 8250만달러= 평생을 외로움과 싸워온 반 고흐(1853~1890)가 자신을 보살펴준 의사를 그린 1890년 작품이다. 죽기 몇 달 전에 그린 이 그림은 턱을 괴고 상념에 빠진 의사의 모습이 반 고흐답게 표현됐다. 크리스티 뉴욕에서 1990년에 팔렸다. 아마도 반 고흐의 걸작이 경매시장에 나올 경우(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뭉크, 피카소를 뛰어넘어 1위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10위 클로드 모네의 ‘수련’ 6621만달러= 모네는 노년에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머물며 연못에 핀 수련을 여러 점 그렸다. 그가 남긴 ‘수련’ 중 이 작품(1919년 작)은 크기도 크고, 작품 수준도 뛰어나 모네의 수련 작품 중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