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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을 든 공주·흑인공주…알파걸, 동화를 뒤집다
악녀 왕비로부터 왕권 탈환
진취적 현대 여성상 반영

왕자 기다리던 숲속 미녀도
스스로 자신의 운명 개척…

인종·지역·문화 편견 벗고
원작 해체시킨 영화 잇따라


백설공주가 사과 대신 칼을 쥐고 왕권을 되찾기 위해 악녀 왕비와의 전면전에 나선다.

왕자의 입맞춤을 기다리며 잠든 숲 속의 미녀도 온데간데없다. 스스로 저주받은 운명을 바꾼다.

강한 힘을 갖춘 ‘파워걸’, 남성 이상의 재능과 경쟁력을 지닌 ‘알파걸’이 고전동화의 세계를 전복했다.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동화 원작의 영화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현대의 여성상을 반영해 고전의 세계를 비튼 외화들이 다수 선보였다. 이들 영화는 수동적인 여성 대신 스스로 세계의 구원자로 나서는 주체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 남성들은 조력자에 그친다. 남녀 역할의 역전이다.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동화 원작의 영화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현대의 여성상을 반영해 고전의 세계를 비튼 외화들이 선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백설공주’, ‘공주와 개구리’,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난 3일 개봉한 릴리 콜린즈,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백설공주’는 사치벽으로 나라를 파산 위기에 빠뜨린 악녀 왕비에 대항해 왕권 탈환에 나선 18세의 백설공주를 주인공으로 했다. 공주는 격투와 칼싸움으로 단련하며 난장이들을 이끌고 왕비와의 대결에 앞장선다. 허우대만 멀쩡한 왕자는 늘 허둥지둥 왕비의 간계에 놀아난다.

이달 말 개봉 예정인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 역시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에 뿌리를 대고 있으나 거침없이 원작을 해체시켰다. 원작 속 왕비는 절대악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건설한 이블 퀸(샤를리즈 테론)으로 다시 태어났고, 백설공주, 즉 ‘스노우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상을 구할 빛의 ‘영도자’가 된다. 칼과 방패, 갑옷으로 무장하고 말에 올라타 전투를 지휘한다. ‘백설공주’는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았으며, 1937년 디즈니의 만화영화로 부활해 현대에 가장 유명한 캐릭터가 됐다. 디즈니로 대표되는 백인중심주의와 남성우월주의, 아메리칸 드림, 해피 엔딩의 동화 세계가 수십년 만에 전환을 맞게 된 것.

독일에 그림형제가 있었다면 프랑스엔 샤를 페로가 있었다. 16세기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프랑스 여성 감독 카트린 브레야의 연출로 다시 태어났다. 마녀의 저주로 긴 잠에 빠져들게 된 소녀는 왕자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기사가 되고자 나선다.

고전의 미국식 해석이 비판과 외면을 받자 ‘원조격’인 디즈니도 변신을 시도했다. 2009년 ‘공주와 개구리’는 약 90년의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의 가난한 흑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 동화를 재해석했다. ‘라푼젤’ 역시 구원자를 기다리는 운명의 옥탑 속에서 라푼젤을 빼내 스스로 삶을 바꿔나가는 소녀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주화, 자유화 과정을 거친 젊은 부모 세대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베드 타임 스토리’(어린 자녀들에게 침대맡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로 불리는 고전동화 속 성, 인종, 지역, 문화적 편견을 벗어나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 correct)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이러한 콘텐츠의 변화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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