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과 동등 기회 부여…경영권 일괄매각 방침”

김석동 금융위원장 밝혀…KB는 ‘입찰 불참’의사


금융당국이 연내 매각 방침을 세운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금상환 합병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참여 허용과 일괄 매각 등 기본 골격이 마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 “국제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입찰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인수자로 ‘외국인’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먹튀’ 논란 이후 “외국인에게 국내 금융기관을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 사실화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투자자 모집에 애로를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KB금융그룹은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기색이 역력하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외국 투자자를 국내 투자자와 동등히 대우하고, 인수 시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지분을 100% 취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를 원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는 국내에 등록된 기관만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별도로 펀드를 만들지 않는다면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괄 매각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을 쪼개 팔지 않겠다”면서 “경영권 일괄 매각으로 간다. 메가뱅크와 상관 없다”고 말했다. 분리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과 배치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매각 방식으로 현금상환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된 상법이 지난 15일부터 시행되면서 새로운 대안이 추가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현금상환 합병은 주식을 현금이나 회사채로 지급하는 형태로 대규모 자금이 들지 않는다. 반면 수조원의 인수 자금을 모아야 하는 지분 인수 방식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또 인수 회사와 주식을 교환하는 단순 합병 방식도 논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