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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 유머에 여직원들 배꼽잡았다, 왜?
이건희 멘트의 진화…절제→충격→암시화법에서 이젠 유머까지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독서광이다. 한달에 읽는 책이 20여권에 달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말이 짧다. 대신 촌철살인이다.

이 회장 역시 그렇다. 경영현안에 대해 허투로 답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이 회장이 내놓는 경영화두는 단문이면서도 임팩트가 강하다. 현상에 대한 적확한 묘사를 바탕으로 한, 적확한 키워드는 재계의 중요 화두가 되곤 한다. 위상을 떠나 그가 ‘재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이 회장의 발언 폭이 최근 한층 넓어진 것은 주목된다. 임팩트에 유머를 가미했다. 지난 19일 여성 승진자들과의 오찬에서 그는 여성 직원들에게 “가정일과 회사일을 하다니 대단하다. 남자들에게 시키면 못할 것이고 나부터 도망갈 것”이라고 해 좌중의 배꼽을 잡게 했다. 이 회장이 유머를 섞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출근 길에 기자들을 만나면 ‘왜 출근하셨는가”라는 질문에 “그냥 할 일이 없어서…”라고 하는 등 가끔 농담도 한다.

하지만 삼성의 과거 관행경영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형제간 소송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그 유머는 행간이 남달라 보인다. 세부적인 곳에서 어려움은 있지만 그룹전체의 성장성과 미래는 안심할 수 있다는 오너로서의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주목할 것은 이 회장의 멘트가 진화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과거 힘 있는 멘트를 애용했다. 1993년 신경영 선포시 “마누라, 자식을 빼곤 다 바꾸라”고 했던 게 대표적이다.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다. 
사업장에 들른 이건희 회장이 여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즐겁게 얘기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삼성이 잘 나가면서 그는 절제화법을 주로 썼다. 2003년말 위기의 휴대폰 사업이 정상화됐을때 당시 이기태 사장에게 한 칭찬은 “겨우 졸업했군”이라는 말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충격화법도 간간이 선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할 때 “5년, 10년후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 땀이 난다”고 했다.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 디자인은 1.5류”라며 디자인 강화를 채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경영복귀를 한후 2년 이상 그는 위기론, 긴장론, 젊은인재론 등 숱한 경영코드를 쏟아내면서도 밑바탕엔 암시의 메시지를 주로 깔았다. 복귀 땐 “향후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경계심을 극대화했다. 백미는 애플과의 소송과 관련한 발언이다. 그는 애플과의 격한 전쟁을 예고하면서 “(애플이 소송을 거는 이유는)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고 했다. 망치로 때림을 당하는 못이 절대 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나온 비유다.

이같이 이 회장의 발언은 ‘절제→충격→암시→유머 화법’으로 자연스럽게 전개되며 업계에 감성경영과 공격경영의 메시지로 확산돼 왔다.

물론 이 회장이 현재 유머 화법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형제간 소송과 관련해서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초강경 발언을 함으로써 ‘이건희 회장 답지 않은 센 발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삼성가 내면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시각이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10대그룹 임원은 “개인의 고민 흔적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회장의 발언은 하나 하나 업계 전체에 관심 대상”이라며 “이 회장 멘트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삼성은 물론 업계의 화두와 대응 방향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ysk@heraldcorp.com


■이건희 회장 주요 발언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꾸라”/신경영 선포

▶2002년 “앞날을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사장단 송년모임

▶2005년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 디자인은 1.5류”/이탈리아 보고회

▶2006년 “남들이 안 하는 창조경영을 펴야 한다”/창조경영 선언

▶2010년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 사라질 것”/경영 복귀 소회

▶2011년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애플 소송 관련 입장 표명

▶2011년 “전 세계 경제가 어두우니까 더 긴장해야”/자랑스런 삼성인 시상식

▶2012년 “남자에게 가정일 시키면 나부터 도망갈 것”/여성 임원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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