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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라디오헤드
한국의 대중음악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지산록페스티벌에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가 초청됐기 때문이다. 라디오헤드는 1993년 1집 앨범 ‘파플로 허니’로 데뷔해 2집에 담긴 ‘크립(Creep)’ 한 곡으로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탁월한 음악성으로 약 20년간 세계 최고의 록밴드 중 하나로 자리를 지켜오며 한국팬들에게도 오매불망 그리는 님이 됐다. ‘크립’ 이후에도 ‘OK 컴퓨터’ ‘키드 A’ ‘엠네지악’ ‘인 레인보우스’ 등 당대의 명반에 들 앨범을 발표해왔다. 초반에는 포크와 펑크, 하드록이 주조가 된 얼터너티브록으로 강렬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줬고, 최근에 접어들수록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전자음악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보컬 톰 요크는 U2의 보노를 방불케 하는 매혹적인 음색과 가창으로 수많은 열혈팬들을 이끌고 있고,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는 멜랑콜리한 선율부터 파괴적인 리프까지 변화무쌍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라디오헤드의 일부 곡은 영화적 상상력과 결합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조디 포스터 감독, 멜 깁슨의 ‘비버’에선 ‘엑시트 뮤직(Exit music)’이 삽입됐다. 우울증에 걸려 가족을 불행으로 몰고가던 한 중년남자의 특별한 치료법을 그린 이 작품에서 라디오헤드의 노래는 아버지와 자식 간 갈등을 표현했다. 이 노래는 바즈 루어만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처음 영화음악으로 쓰였다.

“짐을 싸요, 옷을 입어요, 당신의 아버지가 알기 전에, 동이 트기 전에”로 시작하는 노래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증오에 찬 가문으로부터 도망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쓰였다.

일본 영화 ‘고백’에선 ‘인 레인보우즈’ 수록곡 ‘라스트 플라워스’가 등장한다. 소년소녀의 폭력성을 스타일리시한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비극적인 영상이 애조 띤 노래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전쟁의 비극을 아랍계 캐나다 가족을 통해 충격적으로 보여준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에선 ‘유앤후즈아미(You and whose army)’가 삽입됐다. 순진한 소년들이 민병대원으로 끌려가 삭발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곡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소년의 절망과 광기어린 눈빛을 더욱 애처롭고 섬뜩하게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브레이킹던’ 편엔 라디오헤드의 ‘15스텝스(15steps)’가 담겼다.

라디오헤드의 팬이라고 하면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홍을 빼놓을 수 없다. ‘씨클로’에선 여주인공역의 트란 누에 케가 클럽에서 관능적인 춤을 추고, 보스의 여자인 그녀와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하는 조직원(양자오웨이)이 뒤를 돌아나오는 비극적인 장면에서 ‘크립’이 등장한다. 이병헌이 주연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도 트란 안 홍 감독은 ‘누드’ 등 라디오헤드의 곡을 담았다.

한국영화도 있다. 신인 시절의 유지태와 김하늘이 주연한 ‘바이 준’엔 ‘나이스 드림’이 담겼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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