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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2막, 교육자 김승유

  • 외환은행 인수를 끝으로 하나금융‘짐’덜어…그는 또다시 큰그림 그리는데…
  • 기사입력 2012-04-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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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은 마무리 지었지만 하나高 이사장직은 유지했지. 사회에 되돌려주는 일에서 찾은 또하나의 인생, 그건 바로 교육이었어

틈나는대로 외국 명문학교 인터넷 서핑하면서 수십개 학교들의 커리큘럼 머리속에 환하게 꿰고 있지…

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수영. 하나고 학생은 2㎞이상 수영 인증 못받으면 졸업 못해. 나에게 교육은 지덕체 아닌 체덕지야

학교를 둘러보면 학생 모두가 반갑게 맞아줘….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난 듯. 일부는 박수를 치기도 하지. 하나고에서 난  인기인’이야


서울 북한산 자락을 앞에 둔 진관동. 앞산의 봉우리 두 개가 떡 버티고 있다. 여인의 젖가슴과 사모관대를 연상시켰다. 풍수에 문외한이 봐도 한눈에 명당이었다. 오랜 명승고찰이 앉을 자리처럼 보였다. 하나고는 그런 자리에 있었다.

“지관(地官)을 데리고 와서 학교 자리로 어떠냐고 봐달랬더니 단박에 좋다고 해요. 정승이 나오는 자리랍니다.”

이제는 명함 제일 앞자리에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워버린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 안온한 웃음이 있을까. 없이 살던 시절에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는 아버지, 할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승부사의 흔적은 그 얼굴 그 웃음 어디에도 없었다.

조그마한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한 하나금융그룹을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로 키워낸 그다. ‘김승유’ 이름 석 자에 아직 ‘하나금융’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외환은행 인수를 끝으로 47년 금융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지은 그는 “짐을 덜어놨다”고 했다. 홀가분하다는 의미다. 그가 한국 금융 선진화에 앞장서왔던 1세대 금융인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승부사에서 교육자 새내기가 된 그를 하나고에서 만났다.

▶하나금융에 쏟은 열정, 이젠 하나고 아이들에게로= 그는 세계 유수의 고등학교, 대학교의 커리큘럼을 줄줄이 꿴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힘든 금융지주 회장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도대체 언제 그리 공부했는지 의아했다.

“틈나면 휴식 겸 하는 일이 외국 명문학교 사이트 서핑이었어요.”

그만큼 오래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하나고 출범이 늦어진 건 제도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학교를 만들려면 학생 선발권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학교로는 안돼요. 그런데 서울에선 자립형 사립고도 인가가 나지 않았어요.”

자립형 사립고 설립이 가능해진 후 2010년 3월, 그렇게 하나고등학교는 문을 열었다.

세심한 곳에 오랜 준비의 흔적이 배어 있다. 교실 곳곳 창문 하나하나에 그의 세심함이 묻어난다. 학업 스트레스에 지친 학생이 혹시 잘못된 생각을 할까봐 창문은 머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좁게 열린다. 포철 박태준 회장이 부실시공된 건물 바닥을 다 파헤치고 다시 지었다던가. 김 이사장은 기숙사 내부를 짓다 말고 뜯었다. 2인용 방을 모두 4인용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룸메이트 둘이 잘 안 맞거나 심하게 다투면 그해 내내 힘들어한대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4명이면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답니다. 리스크도 줄이고 사회성도 기르고 4인용이 맞다고 봤죠.”

한 자녀 시대에 과연 사회성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그리고 지식보다는 창의성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이 같은 능력을 어떻게 키워주느냐가 그의 주요 관심이었다.

그는 “이제 지식은 머리에서 주머니로 내려갔다”고 단언한다. 무슨 의미일까.

“스마트폰이 컴퓨터가 된 세상이에요. 웬만한 지식은 거기 다 있어요. 주머니 안에. 검색만 할 줄 알면 돼요.”

그럼 학교에선? “머리를 쓰도록 해야죠. 그건 크리에이티브(창의성), 감성 더 나아가 영성을 갖추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죠.”

그가 생각한 건 1인2기다. 악기건 그림이건 예술적 재능을 두 가지는 키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것뿐일 수는 없다. 하나고에선 지덕체(知德體)가 아니다. 체덕지(體德知)다. 지식보다 튼튼한 몸이 먼저다.

하나고 학생은 2㎞ 이상 수영 인증을 받아야 졸업한다.

“유럽의 명문학교는 꼭 수영을 가르쳐요. 1마일을 가야 한다는 기준도 있고 무조건 떠서 일정 시간을 견디면 되는 기준도 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열심히 키워놨는데 물에 빠져 죽는 만큼 아까운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게 다일까마는 역시 다른 이유가 나온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의 예다.

“그분이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의 쿼터백을 했답니다. 체력도 팀워크도 그때 갖췄기에 오늘날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가장 고마운 건 하나금융이죠. 하나금융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어요?” 교육 새내기가 된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은 자신이‘ 영원히 하나맨’일 것이란 얘길 이렇게 표현했다. 그에게 하나고등학교는 제2의 인생과 하나금융을 연결해주는 끈이다. 꿈꾸던 일을 하는 동시에 모태기업의 사회공헌에 기여하니 양수겸장이다. 역시나 승부사다운 절묘한 선택이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녀석들이 전부 경영학과, 의대 갈 거라네요”= 그는 정말 안타까워했다. 이런 식이면 안된다는 말도 자주했다.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서다. 그의 구상보다 늦게 하나고가 탄생한 것도 따지고보면 입시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모순 탓이었다.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모두 의사, 판사 얘기해요. 제발 그러지말라고 하는데….”

상위권 학생이 죄다 취업이 잘되는 곳으로만 몰리는 현실은 어른의 탓이란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일류대 몇명 보내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서열이 메겨지는 건 사회적 문제입니다. 언론을 포함해서 모두 함께 고쳐나가야 해요.”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마뜩지 않아 했다.

“옥스퍼드대학을 보면 정치철학경제학과와 같이 명칭 자체가 융합형입니다. 사실 경제와 정치는 떨어질 수 없어요. 경제 모르는 정치인이 나오면 되겠어요?”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교육은 다양한 개성을 지난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회적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고 분명히 가르쳐야겠죠.”

연예인이 나오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떠밀 일도, 말릴 일도 아니예요.” 


▶“아이 이름 하나하나 불러달라”= 그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부모님의 교육관일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일까.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인생 이모작은 사회에 되돌려주는 일에서 찾고 싶었고, 그걸 교육으로 행하는 모습이다.

하나고에선 사랑의 매를 무조건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잘못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손으로 맞아본 적이 없어요. 잘못하면 ‘회초리 가져와라’하셨죠. 가져 오는 동안 저나 아버님이나 생각을 하죠. 마음도 누그러집니다. 종아리를 치는 본인의 마음도 아프죠. 그게 교육이 아닐까요?”하나고 교사 선발 시에도 이 같은 면을 살펴본다. 하나고 교사 중 절반은 기간제 방식으로 채용한다. “애정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자질은 충분한가 다 봐야죠.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치는 건 아니거든요.”

그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부탁한다.

“이름을 불러주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삐뚤어질 수 있겠어요.”

▶이사장 보면 인사하고 박수치는 아이들= 그는 학교를 구석구석 보여주고 싶어했다. 인터뷰 상당시간이 교실과 동아리방, 아트홀, 체육관 등을 둘러보며 진행됐다. 그를 보는 학생 모두가 너무도 반갑게 인사했다. 외할아버지를 보는 눈 그것이었다. 조용히 공부하는 자습실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를 본 학생들이 박수를 쳐댔다. “싸랑해요”라는 의미임은 금방 느끼게 된다. 하나고의 ‘나이든 아이돌’이 그였다.

힘들 때 여기 오면 기운 나겠다 싶었다. “고민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튀어나왔다. “여기 왔어요. 일요일 밤 12시에 올 때도 있었어요.”



▶어려운 대학입시= 하나고에도 고3 수험생이 생겼다.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그는 “대학 전형이 엄청나게 복잡하다”며 “대학 어떻게 보내주느냐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관련 대책반도 세우고 아이들에게 진학상담도 해주고 있다. 대학 진학이 중요한 우리네 현실을 외면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 부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인근에 위치한 한국금융투자 근무 당시 모셨던 선배 사장의 묘소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좀 뒤로 미뤄야 했다. 급하게 진학관련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3 학부모’가 다 돼 있었다.

대담=권용국 경제부장/ kwon@heraldcorp.com

정리=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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