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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받들어 모시는 비싼가구보다 단순한 가구가.."
서울 경복궁 앞 사간동의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에서는 요즘 이색적인 디자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디자인가구와 생활오브제를 수십년간 수집해온 12명의 컬렉터를 초대해 그들의 안목과 열정, 남다는 수집품을 바탕으로 오늘의 삶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디자인 형태에 대해 점검해본 ‘디자인 컬렉션 플리마켓’전이 그것이다.

12명의 디자인 컬렉터 중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대량생산되었던 톨릭스 의자를 집중적으로 수집해온 구자영 ‘프로젝트 300’ 대표로부터 컬렉션에 감춰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특별히 컬렉션을 시작한 계기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이신가요?

▶처음에는 특별한 철학이 없었어요. 인테리어는 해야겠고, 필요한 물품은 구하기 힘들어 빈티지 소품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유럽의 트렌드였고, 개인적으로도 컬렉션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20년전 부터 소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배에 걸어놓는 시계나 테엽으로 감는 시계 등 작은 것 위주로 책상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전 워낙 조각을 좋아했고, 특히 쇠나 브로즈로 만든 유명작가들의 조각은 계속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장충동에 ‘그안’이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값비싼 까시나 테이블과 의자로 인테리어를 하게 됐죠. 의자값만 1억원쯤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너무 럭셔리해서 전 외려 좋아보이지 않았어요. 일반가정에서 한두명이나 즐겨야 할 것같고 파손될 위험도 있고 망가질 경우 보수비용도 만만찮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주력으로 모으기 시작했죠. 잠시 유럽여행을 갔다가 유럽 가게에서 톨릭스 의자를 보게 됐고, 저런 것도 저렇게 쓰이는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안 2호점을 타워팰리스에 오픈하게 되었고 톨릭스 의자로 실내를 꾸몄습니다. 낡은 의자이지만 사람들은 지루하거나 낡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아내의 명 카피 "10년이 되도 일년같고, 일년이 되도 10년같고"처럼 10년이 지나도 망가지지 않고, 지금도 디자인이 새롭습니다. 의자와 테이블이 모든 공간의 기본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 이 시기부터 톨릭스 의자와 테이블의 본격적인 컬렉션이 시작되셨던 것인가요?

▶그후 청담동 MCM 플래그십스토어 지하에 ‘그안’(현재는 다른 식당으로 바뀜)을 만들면서 빈티지 디자인을 넣기 시작했어요. 막상 시작하니 의자가 없었습니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태원 등 여러 곳에서 사모으기 시작했죠.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배와 함께 프랑스로 날아가 ‘의자 테이블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출신이 무역쟁이여서 컨테이너 베이스로 들여왔습니다. 톨릭스에 대해 공부도 시작했고요. 톨릭스는 Xavier Pauchard란 사람이 만들었는데 만들기 시작한 연유가 재미있습니다. 아연도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딸이 번역해준 아연도금기술을 보고 의자를 만들었죠. 그의 아버지는 지붕 고치는 양철공 이었습니다. 최초로 이 의자를 만든 이 사람은 42살에 아연 중독으로 죽게 됩니다. 그래서 두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정부에 납품했습니다. 1938년 파리박람회에 1만5000개를 납품했고, 공장 관공서 야외 병원에서 쓰이기 시작하며 크게 확산됐어요. 지금 봐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편리하고 풀어서 쌓기도 쉽고, 디자인과 모양이 간결하며 공간활용에도 좋습니다. 



레스토랑과 카페에 쓸 목적으로(타겟 바잉으로) 톨릭스 빈티지 의자만 6000개를 모았습니다. ‘프로젝트 300’(300개의 카페를 만드는 것)에 쓰려고 시작한 게 그렇게 됐죠. 고자재를 이용해 테이블을 만들고 짜기도 하였습니다. 8인용 테이블은 지금도 미국 경매시장에서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뉴올드’ 자재(오래되었지만 사용하지않고 창고에 쌓아놓은 자재)들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사람들 중에는 창고에 잔뜩 쌓아놓고 있다가 오너가 죽으면 자식들이 경매에 넘기는데 이 창고물건을 통째로 사기도 했고요. 무역쟁이의 딜처럼 물량으로 하니까 양을 충분하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IT업계 사람들, 특히 스티브 잡스도 데니쉬 럭셔리 가구보다 빈티지 가구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사무실을 빈티지로 꾸미는 예도 많습니다. 그 때부터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자신이 생겼습니다.



= 컬렉션 시작은 인테리어 공간을 꾸미는 필요성에 의해서 하셨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조형적 시각적 미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는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습니다. 감각적으로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컬렉션했고, 유일하게 디자인에 대한 경험은 교회신문 편집장을 15년 동안 했던 겁니다. 사람들이 신문을 좀 많이 보게하기 위해 디자인에 신경을 엄청 썼어요. 많은 책들을 뒤적였고, 샘플링을 하면서 서서히 디자인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바잉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카페와 레스토랑에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요. 그후 유럽의 뒷골목을 뒤지면서 소품과 그림을 사모으기 시작했죠.

독일 프랑크푸르트 쇼나 슈트트가르트 쇼에도 자주 갑니다. 유럽에 있는 딜러들이 딜러스데이 날은 셋팅할 때는 서로 물건들을 사고팝니다. 저는 딜러들을 잘 알아서 창고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곤 하는데요, 가끔 정말 좋은 물건이 나옵니다. 



= 구 대표의 어린시절은 어떻하셨는지요 ?

▶광주 출신인데, 광주에선 다방에 가도 남농, 허벽련 그림은 항상 있었죠. 집에도 그런 그림이 항상 있었습니다. 무등산, 보성에서 놀고 마시면서도 문화가 늘 있었고, 제대로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그 것들이 내 안에 흡수됐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제일기획을 다니던 와이프를 만나,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에게 세상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광고는 모든 관점이 실용성에서 시작하고, 고가의 것들은 사용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광고 쪽에 있는 분들과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실용 아이템 컬렉션이 진행됐습니다.



= 컬렉션시 중심이 되었던 노하우나 철학이 있으신지요?

▶어떤 물건을 사고 싶으면 처음부터 그 물건을 건드리면 안됩니다. 그 주변의 물건 2,3개를 먼저 사고, 마지막으로 타겟이 된 물건을 선택한 후 딜을 해야 됩니다.



= 컬렉션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 세대는 수출만 전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이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좋은 물건을 수입하는 게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략을 세우지 못해 엄청난 돈을 들여 물건을 가져오곤 합니다.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buyer)의 역할과 전략이 부족해 마치 seller처럼 물건을 사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후배들은 보다 전략적인 바잉을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소소하게 컬렉션을 시작할 이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소소하게 컬렉션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사모으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신뢰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야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정말 물건을 원하면 딜하지 말고 사서 즐겨야 합니다.

또한 무조건 영수증을 받아야 합니다. 사고팔 때 친구지간에도 정확하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취향이 달라지면 가구도 질리게 된지만 즐긴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감수하여야 합니다.



=구대표께서 톨릭스를 좋아하시는 이유는 실용성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시기 문화적 배경이 마음에 드시는 건가요?

▶두가지 다입니다. 나라마다 좋은 물건들이 나왔던 시기가 있습니다. 시대로 보면 유럽은 1920-30년 이 시기에 물건이 좋았습니다. 1945-65년은 미국의 물건들이 좋았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가죽제품이 1960-70년대에 좋았습니다. 영국 스코티쉬에서 쓰는 컨츄리 스타일의 나무는 50년이상 된 것이 좋습니다. 저는 매스 프로덕트가 마음에 듭니다. 귀족적인 것은 싫습니다. 포장 안해도 되는 것이 좋습니다. 뭐든지 신처럼 모시는 건 싫어요.



= 마지막으로 구대표께 컬렉션은 무엇인가요?

▶컬렉션은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물건을 좋아하는 것은 그 것을 갖고 있던 사람까지 사랑하는 겁니다. 컬렉션은 문화적이지 않으면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부분 다 선합니다. 착한 성정을 갖고 있지않으면 진정으로 이를 즐길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 진행=금호미술관 학예실>



정리=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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