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스타골든벨' 하차 이후 특정 연예인 수사 중단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 수석으로 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특정 연예인 명단’을 작성, 경찰에 내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있다.
1일 공개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는 ‘2009년 9월 중순경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단독 면담, 특정 연예인 면담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수사 하명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진행’이라고 적혀있다. 특히 ‘2009년 9월1일~10월31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한시적인 연예인 기획사 관련 비리수사 전담팀 발족, OOO은 민정수석실 요청으로 수사팀 파견’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다른 문건에는 “2009년 10월 중순경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해 매스컴과 인터넷 등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연예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됨에 따라, 더이상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수사가 계속될 경우, 자칫 좌파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을 담고있으나 특정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중순 당시 ‘정부비판 발언’을 해왔던 방송인 김제동(KBS2 ‘스타골든벨’)을 비롯해 가수 윤도현(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김미화 등이 진행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했던 이유로 김제동을 비롯한 소셜테이너 연예인과 ‘정권 외압설’의 관련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김제동, 윤도현, 김C, 정태춘, 박은옥 등이 소속된 다음기획은 2009년 당시 경찰의 첫 수사 대상으로 올랐으며 그해 10월 기획사 대표가 소환 조사됐다. 이후 김 대표 소환 4일 뒤인 10월 12일 김제동은 진행 중이던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다.
당시 김제동의 ‘스타골든벨’ 하차를 두고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적 외압설’ 등이 그것이다.
논란은 김제동이 2005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스타골든벨’을 이끌어온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는 데에 있었다. ‘스타골든벨’의 다른 MC들(지석진, 노현정 등)이 개편마다 물갈이되는 상황에도 김제동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특유의 언변으로 프로그램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온 것은 김제동이 프로그램을 하차할 이유가 없다는 점으로 귀결됐다.
다음기획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당시 “‘스타골든벨’ 제작진으로부터 마지막 녹화 3일 전 하차 통보를 받았다”면서 당혻스러워했다.
시청자 및 네티즌들은 때문에 김제동의 정치성향 등을 이유로 정부 외압설을 들었으며 당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면 출연자의 사상을 문제 삼아선 안 된다. 김제동 하차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제동은 그 무렵 촛불집회, 사이버 모욕죄, 쌍용차 사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에 진보적 견해를 밝혀왔으며 특히 노무현문화재단 출범 문화제에서는 현정부를 비판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소셜테이너로의 행보를 이어왔다.
한편, 불법사찰 1차 검찰 수사팀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사찰문건 2619건 가운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진 2008년 7월 이후 시기의 내용은 민간인, 언론계, 정치권, 호남 출신 공직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촛불사태 직후 신설된 조직이 정권 안팎의 반정부 세력을 걸러내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예인 사찰 역시 현정부 비판 발언을 내는 이른바 ‘좌파연예인’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지고 있다. 내사가 시작된 시점으로 거론된 2009년 10월은 권재진 민정수석이 부임한 첫 달이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