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후보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인터뷰에서 ‘의대생’으로 소개되거나 본인 스스로를 ‘의대생’이라고 밝혀왔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KBS ‘여유만만’ 등에 출연할 당시 “필리핀 대입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아 의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입국하면서 학업을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매체들도 이 후보를 ‘필리핀 명문 의대생’으로 앞다투어 소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2009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아테네오 데 다바오 대학(Ateneo de Davao University)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는 신입생이던 1995년 결혼했고, 3학년이던 1997년 첫 아이가 생겨 학업을 중단한 채 한국에 왔다”고 자신의 학력을 솔직하게 밝힌 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자스민 후보 측에서 처음부터 본인을 ‘명문대 출신’이나 ‘의대생’이라고 소개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언론들이 필리핀 의대 진학의 특수성은 생략한 채 ‘해당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면 의대로 100% 진학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 후보를 ‘의대생’으로 소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인 셈이다. 이것이 여러 매체를 거치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게다가 국내 언론에서 이 후보의 출신 대학에 붙어있는 ‘아테네오’라는 명칭 때문에 해당 대학을 ‘아테네오 대학교’라는 명문대와 동일하게 생각하면서 이 후보에게 ‘명문대 의대생’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이와 관련, 필리핀 관광청 측은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명문 아테네오 대학은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Ateneo de Manila University)’를 말한다. 굳이 서열을 꼽자면 마닐라에서 2위 정도에 해당한다. 이 씨가 다닌 ‘아테네오 데 다바오’를 비롯해 ‘아테네오 데 XXX’라는 학교들은 아테네오 대학교의 분교의 개념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고등교육위원회 홈페이지의 사립대 순위에는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가 1위, 아테네오 데 다바오대는 28위로 나와 있다.
이자스민 후보도 ‘명문대’나 ‘의대생’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굳이 반박하거나 정정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최근 학력 논란이 불거지자 “내가 다닌 아테네오 대학교의 자연과학부(Natural Science Division)는 대부분 학생이 의대를 지망해 한국의 의예과 개념으로 분류된다”며 “100% 의대 진학하는 해당 과정을 소개하면 모두 ‘의대 다녔던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해서 중간설명을 생략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해명에도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필리핀과 달리 ‘생물학과’와 ‘의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누리꾼들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학력 부풀리기에 대해 민감한 사회 분위기도 ‘이자스민 후보 때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실상 의예과! 어디서 많이듣던 화법”, “한국이 학력사회라는 것을 간파한게지요! 씁씁하네”, “이자스민은 외국계 국회의원이 기준이 될테니까 도덕적 잣대가 더욱 필요하다”, “당선되더라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듯”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