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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원수입 전액 기부 ‘용감한녀석들’, “시청자에게 받은 사랑 돌려드리고 싶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걱정 대신 열정으로/포기 대신 죽기살기로/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

한 주간의 시름을 달래는 일요일 밤, 불편부당한 사회를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ㆍ주로 랩에서 특정 상대를 폄하하는 가사)’하고 고개숙인 영혼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 바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새 코너 ‘용감한녀석들’이다.

랩과 노랫말로 웃기는 이 코너는 지난달 12일 처음 선보인 뒤 두 달여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 회부터 신보라의 가창력은 단박에 화제가 돼 방송 직후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타 방송사 프로그램를 대놓고 응원하는 등 과감히 ‘선’을 넘는 개그 시도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 7회 만에 벌써 7집(?)을 낸 ‘용감한녀석들’의 1집 ‘기다려’와 4집 ‘준비해’를 재편곡해 발매한 곡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는 각종 음원 사이트 순위를 휩쓸며 인기몰이 중이다. ‘용감한녀석들’은 음원 판매 수익금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

‘대박’의 주인공인 박성광(31ㆍKBS 개그맨 공채 22기), 양선일(33ㆍ22기), 정태호(34ㆍ23기), 신보라(25ㆍ25기)를 지난 28일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만났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예상했나.

▶정태일(이하 정)=(코너가)없어져도 되니까 우리끼리 ‘으쌰으쌰’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무대 올라갔을 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떨었는데, (방청객이) 박수까지 쳐줘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다들 보라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하고.

▶신보라(이하 신)=감독님께선 잘 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녹화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건 대박이야”하는 확신이 없었다. 녹화하고 나선 “와!”했다.

▶양선일(이하 양)=평가는 철저하게 관객과 시청자 몫이니까 녹화하기 전까지는 “이건 우리의 추억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코너는 누가, 어떻게 짜게 됐나.

▶정=성광ㆍ선일 선배와 처음엔 힙합으로 점을 봐주는 개념으로 준비했다. ‘힙신(神)’이란 이름으로 개그를 짜던 중 제작진에서 뭔가 아쉽다고 했고, 보라도 다른 팀에서 새 코너를 노래하는 것으로 짰다가 그것 역시 아쉽다고 해서 서로 엮인 것이다.

▶신=‘용감한녀석들’ 이름은 감독님이 지어주었다.

▶박=우리끼린 ‘용녀’다. 줄여서.

▶정=원래는 남매도 생각해봤다. ‘용남’으로.

▶박=‘용감한남매들’은 약간 탈영한 사람들 같고, ‘녀석들’이 제일 낫겠다 한 거다.


-음원 수익을 전부 기부한다고 했는데.

▶박=방송 나간 뒤 사람들이 트위터나 SMS로 ‘음원을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내게 됐다. 음원 낼 때부터 TV를 통해 시청자에게 사랑받아 만든 음악이니까 다시 돌려주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작사ㆍ작곡은 누가 했나.

▶박=작사는 우리 팀이 하고, 작곡은 전문가(작곡가 김민호)가 해주었는데, 몇 곡 더 있었다. 제일 괜찮은 걸 고른 것이다.

▶정=가수처럼 오랫동안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딴엔 열심히 만들어보자 했다.



-랩과 노래 실력이 출중하던데.

▶박=옛날부터 힙합을 좋아했다. 좋게 봐주신 거다. 연습하니까 늘긴 늘더라.

▶정=답이 없다. 서로 느끼는대로.



-기다려부터 포기해, 사랑해, 준비해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다음엔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박=나중에 노래도 바꿀 예정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곡이 있다. 그게 빨리 나와야 하는데…. 이번엔 좀 유명한 분이 해주실 거 같다.

▶양=도와주시겠다는 분이 더러 있다.



-아이디어는 누가 많이 내나.

▶박=(양선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제일 많이 낸다.

▶양=다 같이 낸다.

▶정=그런 질문이 제일 난감한 질문이다. 같은 팀인데, 팀의 분열을 꾀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작전을 짰기도 했다. 이런 질문엔 서로 낸다고 하자고.

▶박=각 회마다 달라서, 자기 파트 부분은 자기가 제일 많이 낸다.



-박성광 씨는 서수민 PD와 사이가 괜찮은가.

▶박=아, 이제는 그만해야 할 거 같다. 나도 먹고 살아야 되니까. 그만하고 화해하려 한다. 감독님이 처음엔 싫어하더니, 요즘엔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서 PD가)이상하게 소재를 흘리고 다니는 거 같아. (서 PD)가족도 좋아하는 거 같다.



-신보라씨는 친척오빠 유희열과 친하지 않다고 폭로했는데, 잘 풀었나.

▶신=녹화하고 나서 문자 보냈다. “오빠, 저 개콘 녹화하는데, 개그니까 그냥 재미있게 봐줘요”라고. “별 말씀을^^”하고 답신이 왔다. 방송된 뒤엔 아무것도 안 왔다.

▶박=진짜 안 친한가보다. 삐진 거 아냐? 왜 (개콘에)안 나와?

▶정=우리가 얘기한 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야.

▶신=한번 밥 먹자고 했는데….



- 신보라씨는 주변에 대시하는 남자 많을 거 같다.

▶신= 없다!

▶박=있다. 내가 아는 연예인이 너무 좋아한다.

▶신=나중에 따로 물어봐야겠다.



-‘생활의 발견’ 코너에서 당대 최고 스타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신=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다. 물론 잘 생기기고, 이쁘고 이런 분들이랑 호흡 맞추는 거도 좋지만, 김영철 선생님이나 손숙 선생님 등 정말 개그 만해선 잘 만나볼 수 없는 분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니까 너무 너무 영광이다. 어디서 만나 보고 호흡을 맞추겠나? 이 짬밥에.



-신보라씨는 가수 전업계획이 있나.

▶신=‘개콘’하면서 같이 병행하기가 힘들고, 아직은 ‘개콘’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소속사(YMC엔터테인먼트)도 주변에서 내 장기는 노래니까 언젠가 도움될 거라고 추천했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정태호씨는 와이프 얘기 꺼내고, 집에서 혼나지 않았나.

▶정=개그일 뿐이다. 그런 시선들이 되게 싫더라.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콘 작가인데 그거 보고 실망하면 개콘 작가가 아니다. 음식을 잘 할 때도 있고, 못할때도 있는데, 본인이 알아서 잘할꺼다. 그런 건 있다. 어머니 음식이 더 맛있는 거.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포장도 하고 그런거다. 



-신혼 재미는 어떤가.

▶정= 너무 좋다. 첫 눈에 반했는지 모르겠지만, 첫 눈에 결혼해야지 그랬다. ‘아! 저분이랑 결혼하면 행복하겠구나~’라고. 그때 생각이 맞아서 스스로한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특정한 인물이 날 위해서 항상 곁에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한 거 같다. 잘못을 해도 이해해주려 하고, 잘하면 남보다 더 칭찬해주려고 하고. 나를 응원하는 응원단장! 이 한명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다른 두분도 결혼하고 싶겠다. 요리 잘하는 남자 인기 많은데….

▶양=나이가 있으니까, 급하긴 하다. 하지만 천천히, 좋은 분 나오면. 집에선 막상 (요리) 잘 안한다. 직업이니까 했었다.

▶박=보라같은 여자가 나타나면. 신보라같이 착한 친구 나타나면.



-신보라씨는 이상형이 남자다운 스타일이라고 했더라.

▶정=그럼 (박성광은) 아니네.

▶신=한 모습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남자다울 땐 남자답고 예의 차릴 때는 예의 차리고, 재미있을 때는 재밌고, 둘이 있을 땐 애교있고, 귀여웠으면 좋겠고…. 모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좋아한다.



-공개연애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글쎄….

▶박=내가 말릴 거 같다. 안하는 게 좋다. 무조건 죽을때까지 결혼하기 전까진 안 알려야돼다

▶정=나도 들켰다. 주변에서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는데, 결과 안 좋으면 입방아 오르고, 조심스럽다. 사람이 시행착오도 하고, 연애도 그런건데.



-‘용감한녀석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뭔가.

▶정=세상이 한탄하고 있지 않나. 택시기사님이 “아휴, 나라꼴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하는 걸 대신 큰 소리로 외쳐주는 거다. 일반 시청자가 큰 목소리로 하고 싶은 걸 대신해서. 직장인은 회사에서 상사가 서류 다시 해오라고 하면 짜증나지 않나. 성광선배에게 서 감독은 어찌보면 상사인데, 상사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용감함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가사에서 ‘안될 놈은 안돼’라는 말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청자 지적도 있다.

▶박=‘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자’고 하다가 ‘안될 놈은 안돼’라고 하니까 바꿔볼까 했는데 맛이 안 살더라. ‘노력하면 아름다운 세상이야’라고 해보려고 했는데, 오그라들더라.



-방송에서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고백하는 게 꺼려지지는 않나.

▶양=빅뱅의 ‘거짓말’도 뜻없이 했는데 확대 해석이 됐더라(KBS와 사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YG엔터테인먼트를 의도적으로 거론했다는). (폭로를)웃음의 코드 정도로만 이해해야 한다.

▶신=우리 코너에 있어서 콘셉트는 딱 하나다. 웃음을 드리는 것과 사람들이 말 못하는 거, 답답해하는 거, 어디서 말 못하는 것을 우리가 건드려주는 거. 대리만족이다.

▶정=우리는 남을 소재로 삼아서 웃기고 싶지 않다. 우리가 망가지면서 웃기고 싶지. 방송을 보고 “진짜 아니야?”라고 하면 우리를 더 용감해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우리는 아직 캐릭터를 잡아야 하는 단계인 거 같다. 왕비호 선배 같은 경우 처음엔 “지가 뭔데 연예인들 욕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게 캐릭터가 됐다. 정말 사람들이 개그로 받아들인다. 우리의 숙제인 거 같다. 속시원하게 개그로 들려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면 시청자도 편하게 개그로 받아주지 않을까.

▶정=준비기간도 길었고, 첫 녹화 직전 날까지 변화가 있었다. 지금도 변화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달라.



-실제 성격도 용감한가?

▶신=a형이다. 용감하지 못하다.

▶정=a형이다. 절대 용감치 못하다.

▶박=o형이다. 용감한 편이다. 내가 갈구고, 셋이 다 참는다.

▶양=a형이다.



-이제까지 코너 사상 가장 용감했다 싶은 건?

▶양=발레리노? 발레리노는 진짜 용감다. 7~8개월 했다.

▶박=‘나를 술푸게 한 세상’이 제일 용감하지 않았나 싶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나요?”. 처음에 할 때는 몰랐는데, 3~4개월 하면서 ‘아, 이게 위험한 발언이었구나’ 했다. 그게 제일 용감했던 거 같다.

▶신=다 나름대로 용감했던 거 같다. ‘슈퍼스타케이비에스’하면서 처음 노래하면서 개그 했고, ‘생활의 발견’하면서 처음 연기를 하면서 개그했다. ‘용감한녀석들’은 코너 자체가 용감한 거고, 개인적으론 앞의 두 코너가 용감했다.

▶박=네가 적응이 많이 됐다.

▶정=지금이 가장 용감한 거 같다. 이렇게 음원 나오는 거도 용감한 거고. 가수가 아닌 사람이 음원 내는 게 많지 않은데, 그 자체가 용감한 거다.



-살면서 가장 용감했던 순간은?

▶양=개그맨 되려고 서울 온 게 제일 용감했던 거 같다. 원래 수원 사람이다. 양식집 요리사 했었다. 29살 때 개그맨됐다. 처음 시험봤는데 최종까지 갈 지 몰랐는데 갔다. ‘아, 이거 하면 될 수도 있겠구나’ 희망이 생겨서, 다 때려치우고 1년 매달렸다. 미지수였는데 다 버렸는데, 인생의 한 획을 그은 거였다. 운도 좋았다. 늦은 나이였는데.

▶박=나는 8년만에 됐는데, 얘(신보라)는 1년만에 됐다. 나는 21살때부터 시험봤다. KBS만 4번, 모두 7번 봤다. 27살에 ‘마지막이다. 또 떨어지면 딴 거 해야겠다’고, 박영진이랑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했는데 딱 붙었다. 용감했던 순간은 작년이었다. 개콘 잠깐 쉬면서, 단편영화(‘욕’) 감독 해보고, 드라마(‘포세이돈’)도 찍고, 뮤지컬(‘막돼먹은 영애씨’)에 도전하고.

▶신=양선배 처럼 학교 다니다가 4학년 1학기(경희대 신방과) 휴학하고, 개그맨 본 게 제일 용감했던 거 같다. 진짜 용기 없는 사람인데, 취업이 현실이 됐을때 ‘뭘 할때 행복할까?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나한테 던졌을때 반년동안 고민한 답이 이거였다. 너무 타이밍 맞게 KBS 개그맨 시험이 있다고 해서 지원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웃겼다. 선생님 흉내내는 거 좋아하고 그랬는데, 개그우먼은 생각 못다. 시험 볼때 ‘학교에 이런 선생님 꼭 있습니다’이런 개그로, 그냥 우리 학교 선생 흉내냈다.

▶박=특출났다. 이쁜 줄 알고 뽑았다. 근데 화장 지우고 출근하니까 아니더라.

▶신=막내 뻘이긴 한데 지금은 아래로 두기수 더 생겼다. 막내들 한테 밥 사주고, 선배한테 밥 얻어먹는 중간기수가 됐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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