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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 됐으면” 77%…“작품 기대 못 미칠땐 더 실망”77%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TV나 영화가 뮤지컬로 재탄생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드라마를 비롯해 ‘내 마음의 풍금’ ‘늑대의 유혹’ 등 영화도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이런 추세는 소위 드라마컬(원작이 드라마인 뮤지컬), 무비컬(원작이 영화인 뮤지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뮤지컬 시장의 트렌드를 형성했다. 올해만 해도 인기 드라마와 동명 뮤지컬인 ‘커피프린스 1호점’이 무대에 올랐고, ‘파리의 연인’ ‘미남이시네요’ 등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 ‘캐치 미 이프 유 캔’ ‘번지점프를 하다’ ‘완득이’ 등 유명 영화도 뮤지컬로 제작돼 관객들을 만난다.

이에 대해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뮤지컬은 춤, 노래, 연기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수 있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에 적합하다. 다른 문화 콘텐츠와 결합하기에 매우 좋은 장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드라마컬, 무비컬의 양적 팽창이 눈에 띄는 가운데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고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심은 뮤지컬 제작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원작의 성공에 힘입어 작품의 OSMU를 기획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원작의 인기나 유명세에 뮤지컬의 작품성이 미치지 못하면 대중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뮤지컬 3.0 시대에 걸맞게 무비컬, 드라마컬의 진화 양상을 살펴봤다.

뮤지컬‘파리의 연인’

▶원작이 있으니 수월? 원작 후광은 옛말…3.0 시대엔 대사 하나도 넣을까 뺄까 고심하는 디테일로 승부해야= 뮤지컬 원작의 유명세가 크면, 일단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쉽다. 광고나 마케팅 측면에서 첫 단추를 풀기에도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부터 ‘파리의 연인’ ‘미남이시네요’까지 다양한 작품의 극본과 작사를 맡아온 이희준 작가는 “원작의 이름값이 클수록 그만큼 관객이 원작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충족시킬지 더 부담된다. 예를 들어 20부작씩 되는 드라마 내용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표현하려면 원작 중 무엇을 빼고 더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판단해 소위 ‘뮤지컬라이즈’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의 연인’을 언급하며 “드라마에서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대사는 워낙 유명한데다 관객들이 이 대사를 통해 로망을 충족시키고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뮤지컬 무대에서도 꼭 필요한 대사”라면서 “대신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해!’는 뮤지컬 대본에서는  빼 내용 전개에 담백함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커피프린스 1호점〈사진〉’의 경우에도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선균, 최정원 역이 뮤지컬 작품에는 빠졌다. 공연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한 편의 무대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하는 뮤지컬 특성상 원작에 나오는 인물 중 어떤 인물을 살릴지 여부도 뮤지컬 작품화에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뮤지컬 3.0 시대, 해외교류 활발…외국인 연출 늘어, 안무가 출신 연출가 주목= 최근 뮤지컬 작품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연출진 이름에 해외 연출가의 이름이 자주 오른다는 점. 뮤지컬 ‘닥터 지바고’(데스 맥아너프), ‘파리의 연인’(구스타보 자작), ‘캐치 미 이프 유 캔’(잭 오브라이언) 등이 모두 외국인 연출 작품이다. 이희준 작가는 “‘내 마음의 풍금’(2008년) 했을 때와 지금 ‘파리의 연인’이나 ‘미남이시네요’ 작업할 때의 뮤지컬 환경을 비교해보면 해외와의 교류가 많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면서 “‘미녀는 괴로워’ 같은 경우 무대 세트작업을 미국 스태프가 했다”고 언급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국내 뮤지컬 감독이 부족하다. 스타 연출가가 많지 않은 것도 해외 연출가 및 스태프와 적극 교류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또 안무가 출신 연출자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뮤지컬 3.0 시대의 특징이다. 뮤지컬에는 춤이 가미되기 때문에 안무, 동선 등이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인 수전 스트로먼이 안무가 출신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작품 중 ‘파리의 연인’ 같은 경우도 구스타보 자작 연출가가 안무가 출신이다.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 문법, 무대 문법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르다. 때문에 안무가 출신 연출가는 무대 동선이나 배우들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배우들의 안무 하나 하나에 디테일한 조언을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

▶극본 기획단계부터 OSMU 염두, 제작 프로덕션 및 해외진출 방식도 다양=드라마가 성공한 후에야 뮤지컬 기획에 나섰던 때와는 달리, 뮤지컬 3.0 시대에는 OSMU 작품의 기획과 제작 시점이 빨라졌다. 극본 단계부터 뮤지컬 제작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은 것. 케이블TV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경우 방송 중에 뮤지컬 제작에 대한 협의가 시작된 것이 그 예다.

작품의 해외 진출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뮤지컬 ‘파리의 연인’은 한국 프로덕션의 제작 및 국내 배우 캐스팅으로 일본 투어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힙합밴드 DJ. DOC의 히트곡으로 구성한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도 오는 10월 일본 오사카 쇼치쿠자 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 이 역시 국내 프로덕션의 작품이 일본 투어공연에 나서는 형식이다.  CJ E&M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프랑스어 버전에 대한 선호가 있듯이 일본 관객들이 한국어로 공연되는 뮤지컬을 더 보고 싶어 해 국내 출연진으로 일본 공연을 한다”면서 “원작을 좋아했던 일본 관객들이 일종의 ‘코리아 판타지’를 갖고 있어 그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는 뮤지컬 국내 판권과 일본 판권이 각기 따로 계약됐다. 일본 버전은 오는 4월과 5월 도쿄와 오사카 공연이 예정돼 있고, 한국판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는 이와 별개로 제작돼 오는 6월 국내 무대에 오른다. ‘드림하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지만, 일본 프로덕션의 제작으로 일본 무대에 오른다. 


<본지-CJ E&M 무비컬·드라마컬에 대한 인식 공동설문>

헤럴드경제는 CJ E&M 공연사업부문 마케팅팀에 의뢰, 공연 부문 패널단 107여명(총 87명 응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무비컬ㆍ드라마컬에 대한 인식을 알아봤다.

우선, ‘드라마ㆍ영화 등 이미 접해본 내용의 공연에 신뢰가 가는가’란 질문에는 52%의 패널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으나, 48%의 패널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원작의 인기 후광이 뮤지컬 작품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즐겨 봤던 드라마나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길 바랐나’란 설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7%가 ‘그렇다’고 답해 원작에 대한 호감이 뮤지컬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부정적인 시각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드라마나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질 때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감이 다른 작품에 비해 더 큰가’란 물음에는 전체의 77%가 ‘그렇다’고 답해 원작을 알고 있는 만큼 뮤지컬 작품에 대한 평가기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외, ‘드라마나 영화가 뮤지컬로 제작될 경우 관심이 가는 이유’에 대한 서술형 설문에 패널단은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영화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특수 분장 등을 무대를 통해 직접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이것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하다”는 등의 의견을 말했다.


<황유진기자@hyjsound>/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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