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 ‘고지전’으로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그는 많은 팬 층을 확보하며 서서히 전진했다. 이후 ‘건축학개론’을 통해 덧없이 맑은 순수한 청년 승민을 연기했다. 호우였다. 이제훈은 이 영화를 통해 또 한번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켰다. 게다가 ‘건축학개론’은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채 거침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그는 ‘건축학개론’과 함께 SBS 월화 드라마 ‘패션왕’을 통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건축학개론’에서 사랑에 약하고 여린 대학생 청년의 모습을 연기했다면, ‘패션왕’에서는 차가운 패션계 재벌 2세 정재혁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패션왕’에서 이제훈의 비중은 상당하다. 브라운관에서는 첫 주연이기에 부담도 남다를 테지만, 그는 스크린에서 인정받은 발군의 실력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연기할 때 주로 눈을 쓴다. 강영걸(유아인 분)을 향한 경멸 어린 눈빛부터 최안나(권유리 분)를 향한 애정의 눈빛, 그리고 이가영(신세경 분)을 향한 묘한 연민의 눈빛이 압권이다.
또 그는 극중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유아인과 치열한 연기 대결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고조되는 두 사람의 갈등과 상반된 연기색깔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기 때문.
더불어 그는 자칫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는 ‘실장님’ 캐릭터를 출중히 소화하고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영걸과는 달리 정재혁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완벽한 인물이다. 때문에 영걸에 비해 정재혁이 보여 줄 ‘희노애락’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제훈은 정재혁의 사소한 심리 상태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훈은 ‘패션왕’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은 물론 대중들의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있다. 공중파의 힘을 얻은 그가 향후에도 특유의 호연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