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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봄 전셋값 약세 왜?…전통 인기지역 수요 분산, 대체 주택상품의 공급 증가 영향도 적지 않아
3월 본격적인 봄 이사철에 접어 들었지만 전세시장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 통상 2월 전후로 학군수요에다 신혼부부 수요, 봄 이사수요로 전셋값이 들썩이곤 했지만 올해는 조용한 모습이다. 서울 수도권의 경우 3월 들어 주요 지역이 전셋값 하락세를 보이고도 있다. 주택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이나 전셋값이 저렴한 곳, 기업체 수요가 몰리는 곳을 제외하고는 거래도 한산한 모습이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35% 이상 올랐다. 3년간 평균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로 2000년 초반 이후 3년 연속 오름세는 처음이다. 또 최근3년간 지난 해 겨울을 제외하고는 비수기 없이 오름세가 계속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의 장기침체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매매 거래가 부진했고 임대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입주물량이 줄어든 곳에서는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2009년 초 서울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450만원 선을 형성했으나 최근에는 600만원을 넘어 150만원 이상 상승했다. 서울 수도권에서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3년 전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최근 전셋값이 안정을 보이고는 있으나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에게는 체감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3년간 아파트 전셋값 많이 오른 곳은=최근 3년간 서울, 경기 전셋값 상승 지역을 분석한 결과 서울 한강이남과 경기 남부권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강남4구로 불리는 송파, 강동, 서초, 강남 등이 크게 올랐다. 거주 여건이 양호해 수요가 꾸준한 지역으로 송파, 서초, 강동 등은 신축 재건축 단지가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가격을 회복하면서 단기간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 강남은 최근 공급 부족이 계속됐고 일부 재건축 이주 수요 영향과 학군 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상승폭이 컸다. 수도권에서는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기업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던 화성, 용인, 오산 등이 크게 올랐고 서울과 인접해 있는 과천과 하남도 50% 이상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셋값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단기간 가격 상승폭이 컸던 서울 강남, 송파와 경기 화성, 용인 등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올 봄 수도권 전세시장 왜 떨어지나?=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수도권 전세시장은 최근 상승세 둔화와 함께 거래량도 줄었다. 본격적인 이사철인 3월 들어서도 수요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지적인 움직임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조용한 모습이다. 최근 급등한 전셋값 부담으로 지역별로 조정이 나타났고 재계약 사례도 증가했다. 쉬워진 수능과 대체 학군의 성장으로 인해 기존 인기 학군 지역의 수요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올해는 윤달로 인해 신혼부부 수요도 영향을 받았다. 크지 않은 모습이다.

▶오피스텔, 다세대 등 대체상품 공급 증가… 매매,월세 전환도 늘어 전세수요 분산=대체 상품의 공급량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고 다가구주택과 다세대ㆍ연립 등 대체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아파트 수요가 감소했다. 대신 아파트 전셋값에 비해 자금 부담이 적은 다세대ㆍ연립 등의 전월세 임대차 거래량이 늘었다. 2010년까지 월 평균 2000~3000건 정도가 거래되던 것이 2011년부터는 월 평균 거래량이 3000~5000건으로 늘었다. 아파트에 비해 주거환경이나 교통환경이 다소 열악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하고 최근에 준공한 빌라 등의 경우 주차장, 방범 등의 문제가 크게 개선된 점도 수요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신혼부부, 고소득 직장인 등 1-2가구가 실거주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아파트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작은데다가 최근 오피스텔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간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텔의 전세/매매가격 비율은 2008년 평균 55% 수준에서 2011년 말 62%까지 올랐다.

▶저렴한 전세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 서울 인구 순감 확대=전세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수요가 분산된 점도 서울 지역 전셋값 상승세 둔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거주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2010년부터는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은 인구 “순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지방과 서울인구가 이동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은 올 연초의 도시내 인구 이동량도 줄었는데 전세입자의 이동이 통상 근거리에서 일어나는 비중이 높다고 볼 때 전세수요 이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은 10~15% 정도 동일 시내 인구 이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거래량 줄고, 소형 면적도 약보합세=올 봄 서울 수도권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세입자의 선호도가 높은 소형 아파트도 예년과 다르게 오름폭이 크지 않았고 전월세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 수도권 아파트의 면적별 전세가격 변동률을 보면 올 들어 △60㎡이하 0.52% △60~85㎡이하 0.03% △85㎡초과 0.06% 등 모든 면적대에서 전셋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서울시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도 지난 해 1-2월 2만7000여 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만7000여 건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강남, 양천 등 학군 선호지역도 전셋값 하락 =학군 선호지역으로 봄 이사시정을 주도했던 강남, 양천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꾸준했던 강북권 전셋값도 연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대표적인 학군 선호지역으로 손꼽히는 강남도 1분기 2% 정도 전세가격이 하락했고 양천 역시 전세시장이 약세를 보였다. 강북, 은평, 중구 등 강북권 주요 지역도 전세가격이 내렸고 지하철 2호선, 5호선, 9호선 등이 지나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관악, 강서 등지도 올 봄 전세값이 하향 조정됐다.

▶전세시장 안정세 언제까지 이어질까?=최근2-3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올라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올 봄과 같이 전세시장의 가격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반기보다는 올 3-4분기에 새아파트 입주물량이 좀 더 많고 정부에서도 소형 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어 전셋값 안정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아파트 입주 공급이 줄어 대체 주택의 수급 부담이 커졌고 주거 쾌적성이나 만족도 부분의 시장 평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변수가 남아 있다. 주택 가격의 약세로 임대료 상승폭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주택시장의 침체는 임대시장의 수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국지적인 수급 변동에 따라 전세가격 부침이 나타날 전망이다.

강주남 기자 @nk3507>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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