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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 참전 미군 병사, 62년 만에 가족 품으로
한국전쟁 참전 중 실종됐던 스무살 흑인 청년의 유해가 62년 만에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에 파병된 체스터 로퍼상병의 유해는 21일 오헤어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23일 장례식을 갖고 시카고 인근의 에버그린파크 묘지에 안장됐다.

60여년간 미확인 유해로 낯선 땅에 묻히기를 2∼3차례 반복했던 로저 상병의 유해는 공항에서부터 장례식장까지 미군 장병들의 사열식이 이뤄지는 가운데 옮겨졌다. 20여 명의 경찰과 재향군인들도 성조기가 휘날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를 뒤따랐다.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자란 로퍼 상병은 1950년 12월 1일 평안북도 군우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로가 된 후 1951년 2월 10일 평안북도 벽동군에 위치한 포로수용소에서 영양실조에 기인한 폐렴 증세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60여년 동안 그의 소식을 기다려왔다. 가족들은 로저 상병이 전투 중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사망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하와이의 태평양 국립묘지에 미확인 유해로 안장되어있던 참전 용사 유해 가운데 1구를 로퍼 상병의 것으로 확정짓고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국방부는 로퍼 상병의 치과 기록과 쇄골 엑스레이 등을 통해 신원을확인했다.

하지만 로저 상병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가족이던 누나는 신원 확인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로저 상병의 조카 셜린 버드는 “집 벽난로 위에는 항상 삼촌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늘 삼촌을 그리워했고 오랫동안 소식을 기다리며 깊은 슬픔 속에 사셨다”면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눈물을 보이면서도 로퍼 상병의 귀향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가 들뜬 기분이다. 군인과 경찰들이 나와서 (로퍼 상병에 대한) 존경과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미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로저 상병의 묘비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한편 미 국방부는 지난 21일 “북한내 미군 유해 발굴 작업 재개 계획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하려는 것을 도발적 행위로 간주한데 따른 첫번째 조치였다.

미국은 1996년부터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 발굴 작업을 시작했으며 10년간 220여구를 수습했다. 그러나 2005년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발굴작업이 중단됐고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북-미 회담을 통해 유해발굴 작업 재개에 합의했다.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은 7900여 명. 이 가운데 5500여 구의 미군 유해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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