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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라 “김구라쇼 하고싶다”
MBC 토크쇼 ‘라디오스타(아하 ‘라스’)의 약진이 놀랍다.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부록격으로 시작됐던 ‘라스’(5분 방송한 적도 있다)가 강호동의 갑작스런 하차로 ‘무릎팍도사’가 폐지되면서 70분짜리로 확대됐다. 

비주류, 마이너, 마니아 정서를 지닌 ‘라스’가 처음에는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토크쇼의 대세로 떠올랐다. 여기서 김구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게스트를 재발견하게 하는 선봉이다. 엠블렉 이준이나 개그맨 홍인규, 그리고 컴백을 앞둔 14년차 아이돌 ‘신화’가 다른 토크쇼에 갔다면 그들의 진가가 나왔겠는가.

김구라의 예봉에 이은 물이 오를대로 오른 ‘전천후 수다’ 윤종신의 받아먹는 토크, 그리고 예기치 않았던 규현의 마무리 펀치가 파상공세를 펼친다. MC들의 상호작용의 시너지는 갈수록 힘을 발한다. 


간혹 민망한 부분도 건드리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한 내용들을 게스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쓸데없이 게스트를 포장하는 일은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국진은 최소한의 포장을 해주지만 사실은 중심만 잡아줄 뿐이다.

게스트도 MC들의 뜬금없는 공격성 질문에 “이거 뭐니?”라며 당혹해하거나 뻘쭘해지지만 결국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걸 알고 쉽게 무장해제해준다. 평소 점잖은 이적이 술 마시고 옷을 벗었다는 토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곳이 ‘라스’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뿐 아니라 ‘불후의 명곡2’의 출연자 대기실에서도 때로는 가수들을 눌러주고 때로는 부드럽게 해 분위기를 예능적으로 만드는 데도 발군이다. 그는 ‘세바퀴’ ‘화성인 바이러스’ ‘코갓탤2’ ‘검색녀’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오가는 전방위적 활동을 보여주는 다작 MC다.


▶‘라스’의 차별점은 어떤 것인가?

“주중 토크쇼는 (유)재석이와 (이)경규 형 등이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게스트들도 안정을 원한다. 톱스타에게는 토크쇼 시청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힐링캠프’처럼 시청률이 조금 덜 나오더라도 대접받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부러 게스트들을 폄하하든가, 깎아내리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게스트가 의도한 대로 가지는 않는다. 게스트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질문을 던져 재미를 주고 그렇게 하면 게스트에게도 의외의 모습들이 나온다. 그래서 이준과 홍인규처럼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스트에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부각되게 하는 게 ‘라스’의 묘미다. ‘라스’ MC들은 게스트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들어주는 다른 토크쇼 MC들보다 훨씬 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이다.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있다.”

▶MC 김구라의 분석력과 개성은 무엇인가? 왜 돈과 부동산에 관한 질문에 집착하는가?

“나는 게스트에게 한 번도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다. 어디 사냐, 어느 학교 나왔냐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현실적인 것 같다. 처가에 가도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실명토크다. 인터넷에서도 모두 실명으로 했다. M본부니 K본부니 말도 안된다. 성격 자체가 이런 걸 싫어한다.”

▶이제 단순한 독설은 아니지 않나?

“덜 욕해도 기본적으로 깔아놓은 게 있으니까. 내가 적립금이 많다보니 별 차이가 안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 독설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뭔가가 있어야 독설을 한다. 나는 흐름을 많이 본다. 개인기가 있는 사람들은 개인기를 끼어넣으려고 하는데 나는 개인기도 없다. 박명수와 내가 과거 호통과 독설로 ‘쩜오’로 불리며 주목도 받았는데, 이제 호통과 독설 하나로 MC하기에는 무리다. 뭔가 있어야 한다.”

▶독설은 통쾌함을 주었는데, 독설을 안 해도 통쾌하게 할 자신이 있나?

“독설은 아예 작정하고 나오면 안된다. 감정선이 쌓여가다, 한순간에 하는 거다. 쓱 올라올 때 치고 나가는 흐름이 있다.”

▶울면서 얘기하는 강원래에게 “가지가지 하십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 말을 기념비적인 토크쇼 레전드라고까지 빨아주네 하고 생각했다. 강원래가 울지 않아야 될 상황인데, 갑자기 우니까 그런 거다. 나는 방송에서 안 운다. 눈물이 없다. 요즘은 속에서 올라오는 것이 있다. 나이 들었다는 증거다.”

▶‘라스’는 김구라의 개성이 십분 발휘된다.

“내가 좋아할 만하게 세팅돼 있는 거다. ‘테마게임’이 김국진 페이스이듯 ‘라스’는 나한테 최적화돼 있다. PD의 편집력 도움도 크다. 노래방을 없앤 건 연속성이 없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실제 녹화 때는 노래는 하고 편집한다.”

▶논리적이면서 비꼬기도 한다. 당신의 토크 스타일은?

“야외에서는 (유)재석이가 최고로 잘한다.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보면 역량도 좋고 자원도 많고 즐기면서 한다. 나는 야외에서는 안된다. 독할 때도 있는 황선영 작가의 대본이 마음에 든다. CG 처리도 좋다.”

▶MC들의 상호작용도 중요할 텐데.

“나는 (신)정환과 주로 주고받다가 지금은 규현이 살아났다. 규현의 질문은 대부분이 대본에 있는 것이지만 위트가 있는 친구다. (김)희철이처럼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고, 쑥스러워했지만 적응 속도가 빠르더라. 국진이형은 옆으로 새면 중심을 잡아준다. 게스트로 나온 주영훈과 조영구를 놀려먹더라도 이들이 나아지게 보이는 건 MC들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불후2’에서는 가수들을 편하게 만드는 역할인가.

“(신)동엽이가 MC를 맡았다. 동엽이는 그런 것에는 최고다. 굳이 내가 들어갈 필요 없다. 그런데 대기실 토크가 잘 안되더라. 처음에는 가수들이 긴장해 나는 편곡자 등 음악하는 사람들과 얘기했다. 지호, 허각, 알리, 문희준이 들어오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기실 토크도 틀이 잡힌 것 같다.”

▶요즘 예능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버라이어티 예능도 흥미진진해야지 그냥 뛰어다니든가 토크하면 안된다.

몇몇 토크쇼가 질문이 다 보이니까 긴장을 안 한다. 여기 저기서 한 이야기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고, 결과적으로 재미도 없어진다. ‘라스’는 게스트들도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자세도 변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물이 빠지고, 리얼 버라이어티도 3~4개 정도만 허용한다. 더 이상의 소재는 19금, 민감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가 남았다. 선거철인데 이런 말 어때? 이런 식으로 현실적인 말을 할 수 있느냐다. 예능물이 외국에서 판권을 사기도 하고 우리도 팔기도 하면서 더 이상 새로울 만한 건 없다.”

▶진행능력이나 어휘력, 통찰력으로 보나 ‘김구라쇼’를 하고 싶지 않나?

“케이블에서는 했다. 박중훈쇼 같은 걸로는 힘들다. 조영구나 주영훈을 데리고 할 수는 없다. 게스트도 중요하다. 언젠가 김구라쇼를 하고 싶다.”

▶목표는?

“나는 말이 전문이다. 토크쇼 전문 MC로 나가고 싶다. 일은 계속 하고 싶다. 정말 내가 주도하는 토크쇼 한 번 해보고 싶다. 속에 있는 걸 공격적으로 물어보고.”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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