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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서형 "국민악녀? 아직 보여줄 色 많아요"(인터뷰)
“이제는 저를 ‘국민악녀’ 라고 부르더라구요”

‘아내의 유혹’ 신애리와 ‘샐러리맨 초한지’의 모가비를 거치면서 ‘국민악녀’라는 타이틀을 얻어낸 배우 김서형의 말이다. ‘국민악녀’란 다소 무서운 타이틀은 그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두 작품에서 악역으로서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종영한 ‘샐러리맨 초한지’는 ‘모가비의 드라마’란 호평을 받을 정도였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선 굵고 날렵한 눈매의 김서형은 다소 강한 인상으로 브라운관을 누빈다. 하지만 브라운관을 걷어내고 본 그는 부드럽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최근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김서형은 악녀역할로 인해 만들어진 세간의 오해들에 대해 웃음으로 해명했다.

“저를 차갑고 냉정한 ‘차도녀’로 많이 오해들 하시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니에요”


강원도 출신인 김서형은 1994년 공채 탤런트로 연기활동을 시작하며 처음 서울에 올라왔다. 성격도 낯가림이 좀 있지만 유하고 털털하다. 처음엔 그 스스로도 자신의 외모가 도시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어떤 배역이든 그에 맞는 연기자를 섭외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연기자의 이미지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김서형에게 돌아오는 배역은 주로 차갑고 냉정한 커리어 우먼 역할이였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는 항상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런 연기를 해야 하나’며 고민 했어요. 하지만 곧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연기라는 것을 받아 들였어요. 이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받아들이는 건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김서형에게 매번 ‘도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역을 선택하는 것도 그에게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런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주관의 껍질을 깬 후 그 도전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전을 넘어서, 악역은 많은 층위의 감정연기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서형은 자신에게 붙은 ‘악역 전문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려운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전문배우라는 용어를 붙이는게 아니겠나”며 웃음 지었다.


“나쁜 사람들도 다 사연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그 연결고리까지 혼자서 다 맞춰 봐요. 배역에 몰입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하는거죠. 악역이 정말 복잡한 캐릭터예요. 모가비를 연기할 때도, 왜 모가비가 진시황의 자리를 탐하게 되었는지 혼자 열심히 생각해 봤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진시황의 충복으로 살아온 여자가 어떠한 계기와 마음으로 그의 뒤통수를 치게 되었는지. 분명 모가비만의 사연이 있을거예요.”

김서형의 악역 연기는 이제 선이 잡힌 듯 보였다. 캐릭터에 사연을 부여하며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내공인 것이다. 하지만 김서형에게 악역 이미지의 고착화는 다소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연기 욕심 때문이다.

“ 아직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이 많아요. 그리고 안해 본 역할들은 다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죠. 하하”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김서형은 악역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애리와 모가비가 다르듯이 악역이 다 똑같은 악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차기작을 선택할 때도 악역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은 아니라고 했다.

“차기작에서는 악역이 아닐 거란 확답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언젠가는 (악역을)맡을 것 같고,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단, 중요한 점은 어떤 캐릭터든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달라야 한다는 거에요. 제가 악역으로서 명성이 있기 때문에(웃음), 이전 캐릭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나쁜 여자여야 해요. 그리고 제작자나 PD분께 분명히 여쭤봐야겠죠. 제가해도 정말 괜찮겠냐고.”


김서형에게 여전히 연기는 도전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가 악역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 않는 까닭이다. 악녀는 단순히 나쁜여자만은 아니다. 다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김서형은 신애리가 됐고, 또 모가비가 됐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새로운 누군가가 될 것이다. 그 캐릭터가 어떤 인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신애리도 아니고 모가비도 아닐 것이다. 이것이 배우 김서형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준용 이슈팀 기자/ issue@, 사진=김효범 작가(로드포토스튜디오) hyobeo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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