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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인 “아기는 나중에…지금은 연기가 우선”
“제가 남자들의 첫사랑 이미지라고요? 도대체 그 이미지는 뭘까요?”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던 MBC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배우 한가인. 여신급 미모로 불리며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청순한 이미지를 굳힌 그이지만 실제 그는 털털하고 내숭 없는 ‘성격 좋은’ 배우였다.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공략에 나선 한가인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가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쿨하고 엉뚱한 서연으로 분했다. 전작 ‘해를 품은 달’ 연우보다 더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그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연우보다는 서연이가 제 실제 성격이랑 더 가까워요. 그래서인지 연기 몰입이 더 잘 되더라고요. 다행이죠 뭐.(웃음)”

대부분 남자들의 첫사랑으로 꼽히는 여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큰 눈망울, 긴 생머리. 한 마디로 완벽한 미모를 겸비한 여자. 한가인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고, 남성 관객들로부터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첫사랑 이미지에 제가 부합한다니.. 전 정말 부끄러울 뿐이죠.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지만, 또 제 이름도 한 몫 하는 거 같아요. 이름이 너무 흔하잖아요. 본명이 김현주니까. 그리고 첫사랑은 빨리 결혼을 한다고 하던데, 그 점은 제가 맞네요.”

한가인은 지난 2005년 연정훈과 화촉을 올렸다. 당시 그의 결혼은 남성팬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겼다. 당시 24살, 여배우가 결혼식을 하기에는 턱없이 이른 나이.

“일찍 결혼한 편이긴 하죠. 하지만 못해본 것에 대한 억울함은 없어요. 남편 전에 연애경험도 있었으니까요. 대부분 일찍 결혼하신 분들은 ‘이 사람이 나와 맞는지,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하시던데 전 그렇지 않았어요.”

그의 연애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전성기를 맞았다. 경희대 출신인 그는 옆 학교인 외대 남학생을 소개팅으로 만났다. 남편 연정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고.

“키는 한 187cm 정도였고, 남편과는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요. 남편이 부드럽고 소프트한 느낌이라면 좀 강인한 인상이었다고 할까요. 연예인 중에 닮은 사람 있냐고요? 그 정도로 잘생기지 않았어요.(웃음)”



그는 과거의 추억에 잠긴 듯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데뷔하고 난서 ‘나 기억나니?’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고등학교 때 저를 3년 동안 쫓아다닌 친구가 보낸 거였더라고요. 제가 티비에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는 내용이었는데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라고요.”

극중 어린 서연, 승민 역으로 등장한 수지와 이제훈의 모습은 한가인을 향수에 젖게 했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과거의 추억에 한참을 헤메야만 했다.

“수지와 이제훈이 촬영했던 캠퍼스도 경희대에요. 게다가 제가 즐겨 부르던 마로니에 노래도 나오니 오죽했겠어요? 그 둘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순수한 저 때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고통스러웠죠.(웃음)”

그는 이어 “학교 다닐 때는 막걸리에 부침 전을 먹으며 많이 놀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고급스러운 ‘와인’보다는 ‘소주’와 막걸리를 즐겨 찾는 일반 시민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한가인은 처음으로 욕을 입에 올린다. 전작에서 선보인 적 없는 그의 이런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충격을 동시에 안겼다.



“시나리오에 그대로 있던 내용이에요. 서연이의 감정 상태가 완전히 드러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막상 촬영 할 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잘 소화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엄태웅에 대해 한가인은 “굉장히 유하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썰렁한 농담도 많이하고 능청스러운 분이에요. 촬영할 때도 굉장히 슬픈 신이 있었는데, 태웅 오빠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대로 잔디에서 잠 들어버리더라고요”

한가인은 ‘해를 품은 달’에 이어 ‘건축학개론’까지 “좋은 작품을 선택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서 기쁘다”며 웃었다. 앞서 진행된 시사회에서 공개된 ‘건축학개론’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드라마에 이어 충무로 관객수까지 확보한다면 그 기쁨은 남다를 터. 하지만 한가인은 딱히 ‘시청률’과 ‘흥행’에 자신의 연기를 제한하지 않았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제 드라마나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다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해품달’ 때 저를 놀려대던 친구들도,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제일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관객수 역시 마찬가지에요. 몇 만명이 되는 건 신경 쓰이지 않아요. 다만 ‘그 영화 좋았다’ 이 한 마디가 기분 좋을 뿐이에요.”

8년 만의 스크린 공략인 만큼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목말라 있었다. 특정 배역에 대한 갈등은 없었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건축학개론’을 선택하지 않았겠죠. 8년 만에 하는 영화인데 급격한 변화는 보는 이들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거예요. 그래도 이번 영화는 ‘한가인 같은 데 새로웠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선택했죠.”

그는 지난 2007년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드라마 ‘마녀유희’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고, 당시 한가인의 전 소속사는 작가와 연출진 탓으로 돌렸다. 이는 오히려 한가인을 남 탓만 하는 배우로 낙인 찍는 꼴이 됐다. 억울했을 법도 한데, 한가인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저도 정말 모르고 있던 일이였죠. 회사에서 그렇게 항의 자료를 배포한 줄도 몰랐고요. 그것에 대해 언급을 안 했던 건 다시 회자되는 게 싫어서에요. 그냥 해명하지 않고, 잊어버리려고 했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2~3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쉬었던 가장 큰 이유죠.”

이처럼 큰 고난을 치른 그이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듯 현재는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활발하고, 활동적인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런닝맨’에 출연했는데, 사실 촬영 전에는 제 원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날까봐 걱정이었어요. 워낙 승부욕이 불타는 편이라서요.(웃음) 현장에서 저를 ‘체육소녀’라고 부르더라고요. 워낙 열심히 뛰어서 그런가봐요.”

인터뷰를 마치고 느릿하게 일어서는 그에게 향후 자녀 계획을 물으니 “아기는 조금 더 있다가 가지고 싶다. 여행을 다녀오고 5월 초 쯤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혼 후에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비상을 꿈꾸는 그의 앞날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 기자 jwon04@,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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