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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에 가혹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왔죠”
영화 ‘화차’서 호연…데뷔 13년차 김민희의 재발견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役
피범벅된 모습에 긴 여운

패셔니스타·신세대 이미지
배우로서 가진 재능 압도
필모그래프 차분히 쌓으며
팬·평단의 편견 불식시켜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ㆍ8일 개봉)에서 주연배우 김민희(30)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데뷔 13년차의 배우로서는 머쓱한 평가이긴 하지만, 영화 시사회 후에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의례적으로 따라붙고 있다. 그동안 연기자로선 야박한 시선을 받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패셔니스타’와 ‘당돌하고 엉뚱한 신세대’의 후광이 배우의 재능을 압도해버렸지만, 김민희는 최근 몇 년간 매해 한 편씩 내놓았던 ‘뜨거운 것이 좋아’ ‘여배우들’ ‘모비딕’ ‘화차’ 등 영화에서 변신을 거듭하며 자신에 대한 팬과 평단의 ‘편견’을 바꿔왔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 원작의 영화‘ 화차’에서 사라진 약혼녀 역할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김민희.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예전에는 배우로서 받는 평가에 갈증이 컸죠. 출연 작품이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지 못한 것도 아쉬웠고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활동했어요. 저 자신에게는 가혹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지금은 연기보다 패션으로 먼저 주목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느껴요. 언젠가 배우로서도 완전하게 인정받는다면 당대의 스타일 아이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찬바람 섞인 봄비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던 지난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희는 감기를 앓고 있었지만 “이런 날은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거나 차에서 어쿠스틱 기타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 두드리는 창을 바라보는 김민희에겐 소녀의 표정과 서른살 여성의 성숙한 얼굴이 사이좋게 들어앉아 있었다. 영화 속에선 빚의 저주, 파산의 삶, 가난의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악마적인 본성과 가냘픈 몸, 처연한 표정을 썩 훌륭하게 대비시켰던 김민희다.

‘화차’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와 그 뒤를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의 절정에서 속옷바람으로 피범벅이 된 김민희의 모습과 마지막에서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짓는 묘한 웃음이 스크린에 긴 여운을 남긴다.

김민희는 “내가 가진 장점은 연기와 이미지의 폭이 넓은 것”이라며 대견해했다.

김민희는 중3 시절 잡지와 패션모델로 데뷔해 고교시절 TV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발을 내디뎠다.

“20대에 아름다운 젊음을 누린 반면 미래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대가를 치렀다면, 서른이 되면서 일에 대한 보상과 확신을 얻게 돼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찍고 싶다”며 “평범한 사람이 누리는 일상의 모든 기쁨, 결혼해서 아이 낳고 엄마가 되는 행복을 다 얻으면서 멋진 여배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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